짧은생각 긴여운

지옥(地獄)은 있다.

배가번드 2022. 10. 2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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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영화를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게 됩니다.

일반적이지 못하고 폭력적이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이야말로 보통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다들 마음속으로는 그들처럼 살고 싶지만 제도적인 일들과 도덕적인 면에서 억제되고 통제된 삶을 살 수밖에 없기에 대리만족을 하는 심정에서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거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느와르영화를 좋아하는 겁니다.

최근에 내가 본 미국드라마는 이런 점을 아주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소프라노스가 정신과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내면세계는 구도자가 추구하는 “번뇌는 보리”라는 개념과 너무나 닮아있었지요.

사람 죽이는 일을 파리 죽이는 것처럼 가볍게 여기는 그들의 심리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사람들 내면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며 그들 또한 양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마피아들이 카톨릭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무지막지한 범죄행각에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라는 점을 볼 때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치 못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단원의 일원이 총에 맞아 죽었다가 되살아나 지옥을 갔다 왔다 말했을 때 마피아단원들은 두 가지의 심리상태를 보여줍니다.

지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쪽과 양심이 되살아나 개과천선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경우입니다.

개과천선이라는 것도 FBI에 협조하여 동료를 교도소 보내거나 동료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후 살해당하는 일이다보니 양심을 따르는 일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영상은 보여주고 있었지요.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지옥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지옥에 가보니 먼저 죽었던 마피아 단원들이 그곳에 모여 있더라는 겁니다.

그것도 서로 적대관계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이세상과는 반대의 연극을 하고 있었지요.

이 세상에서 도박을 할 때 늘 따던 사람이 그곳에서는 잃기만 하는가하면 자정만 되면 어김없이 죽는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살아생전 사기도박을 일삼았고 누군가를 죽였기 때문에 자신도 같은 과보를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일이 전해지자 마피아단원 중에는 심리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으며 악몽을 꾸는 일이 발생하지요.

그리고 어떤 이는 성당의 신부를 찾아가 따집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기부하는데 지옥을 가야하는가를 말했을 때 신부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영상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일전 한 푼도 기부하지 않겠다는 마피아의 말에 신부님은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했던 것인데 기성종교의 기복신앙은 실질적인 영혼의 세계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마피아두목의 경우는 반응이 약간 달랐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지옥을 갔다 온 것이 아니라 환상의 세계를 경험한 거라 여기고 있었지요.

그리고 자신들은 결코 지옥에 갈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위에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지금 자신들은 전쟁을 하는 것과 같으며 군인들과 같다는 거지요.

군인들이 서로 죽이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것같이 자신들은 가족의 재산과 안전을 위해 상대방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던 겁니다.

이러한 말에 정신과 의사가 그러면 도대체 누가 지옥을 가느냐를 되묻자 기상천외한 대답을 합니다.

살인을 할 때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 인육을 먹는 자, 아동성애자, 아이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자, 나치, 정치인 등을 열거하며 자신들이 지옥가지 않음을 주장하지요.

결국 자신들이 하는 짓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악인이고 지옥 갈 사람이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마피아두목도 집에 와서는 딴소리를 하게 됩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자신의 부인에게는 되살아난 사람이 천국을 다녀왔다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떠하다는 것을 부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차마 지옥을 다녀왔다 말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이사람 역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양심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떠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진정 자신이 구도의 길을 걷고자한다면 길은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있으며 애써 거부하지 않는 한 구원의 손길은 다가오게 되어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살아생전 지옥을 세 번이나 다녀왔지요.

그것도 오늘 말한 이런 지옥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름 가마에 들어앉아 산채로 고통 받는 곳이었으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물론 그저 방문한 것에 불과했고 날아다니며 보았으니 그곳을 경험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지옥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요.

내가 그곳을 가야만 했던 것은 사람들에게 지옥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살아생전 착하게 살아야하는 이유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처럼 말이 많은 겁니다.

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넓으나 천국으로 향하는 길은 좁고 험한 법입니다.

스스로가 양심의 소리를 따르고 있는지 자신의 에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한 번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기에 객소리를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