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끽다거(喫茶去).

배가번드 2023. 5. 2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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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구입하기위해 인터넷 쇼핑을 했습니다.

생차는 있지만 숙차가 없기에 구입하려 마음먹었지요.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손님이 오시는지라 미리 구입해놓으려 했던 건데 결제가 까다로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지인 중에 보이차 장사를 하시는 분이 있어 주문하려해도 공짜로 주는 바람에 시킬 수가 없어서 인터넷구매를 시도한 겁니다.

한두 번은 어쩌다 얻어먹었지만 이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에 연락을 할 수가 없었지요.

몇 달 전에 구입을 위해 전화를 드렸더니 공짜로 주는 것은 물론 주문한 것 외에 몇 가지를 더 얹어 주시는 통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구입을 하겠다고 전화를 하는 것이 마치 얻어먹기 위해 하는 것 같고 전화 받으시는 분 또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래서 친한 사이일수록 금전거래는 명확하게 하라고 말하나 봅니다.

요즘은 손님이 오지 않으면 거의 차를 마시지 않지만 입문초기부터 약 십년간은 보이차를 줄기차게 마셨습니다.

내가 명상단체에 입문을 한 90년대만 하더라도 보이차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차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많이 알려진 것은 물론 가격도 비교가 되지 않게 높아졌지요.

중국에 살 때만 하더라도 산지에서 한국 돈 1천 원도 안하던 것이 지금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5년 전에 생산된 보이숙차가 10만원 넘게 판매된다는 사실을 볼 때 처음 내가 중국에 처음 들어갈 무렵 사놓았더라면 대박이 터졌을지도 모릅니다.

2002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보이차는 찬밥신세를 못 면하고 있었으며 차를 판매하는 가게 한쪽에 방치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고 차를 마실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던 탓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중국사회도 나날이 발전이 되는지라 보이차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졌으며 가격도 비싸졌지요.

사실 이렇게 중국사회가 변하고 보이차 가격이 높아졌다 할지라도 장사가 잘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보이차 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산이 적게 되기 때문이며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커피가 대유행이 되는 바람에 중국의 차 농가에서 기존의 차밭을 갈아엎고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했음으로 차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차가 많이 팔리지 않자 상인들이 가격을 높이 받기 때문이지요.

쉽게 생각해서 차가 안 팔리면 가격이 싸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과거처럼 많이 팔릴 경우 하나에 천원을 남겨도 되지만 소량으로 팔리는지라 그렇게 팔아서는 망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싸게 받아야만 합니다.

이런 이유로 보이차 장사하시던 분이 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으며 물량을 확보해놓고서도 판매가 안 되어 끌어안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풍요로운 가운데 가난이 찾아온 셈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중국살 때 지인들과 보이차를 사서 보관했다 할지라도 물질적으로 대박이 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반드시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보이차로 인해 물질적인 풍요가 주어지고 말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보이차 자체에 대한 생각은 새삼스럽게 하게 됩니다.

보이차를 마셔본 이들은 알겠지만 처음에는 보이차의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보이차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정도이지요.

그렇지만 자주 마시다보면 몸의 반응을 살피게 되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며 맛에 대한 느낌이 살아납니다.

이때가 되면 보이차는 더 이상 물질세상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느낌의 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이 같은 일은 반드시 스스로 경험해야 되는 것이지 누군가의 말을 들어서 납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일은 티베트 산간지역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산간오지에서 살기 때문에 비타민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야크 젖과 함께 차를 넣고 끓여 마시지요.

이때 넣는 차는 숙차가 아니라 생차인데 하나의 음식으로 여겨지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영양소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애호가들에게 보이차는 명차로서 기호식품인 동시에 품격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물질세상과 영적인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의미로 초의선사가 말한 다선일미(茶禪一味)는 차 맛을 제대로 느낄 줄 알았다는 말이 되는 겁니다.

결국 이러한 여러 가지일들을 감안해보면 같은 차를 누가 어떤 마음상태로 마시는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조주선사의 끽다거(喫茶去)가 이래서 생겨난 말이며 선사가 누구에게나 차를 마시라 권했던 것은 차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라는 말이었으며 본인이 차를 통해 득도를 했다는 말입니다.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타인에게 권했던 거지요.

하여 나 역시 사람들에게 권하고자 합니다.

 

“차나 한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