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았다.

배가번드 2023. 12. 30. 04:10
728x90

지난 일요일 교회를 마친 후 채식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료수행자들이 운영하는 채식식당인데 이사를 했다기에 가보려 마음먹었던 겁니다.

이사를 한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는데 최근에 소식을 전해 들었지요.

지금생각해보면 누군가로부터 언뜻 소식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동안 바쁘다보니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새벽4시에 시작되는 나의 일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으로 다른 이들의 근황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찾아볼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이러는 가운데 얼마 전 친구의 권유로 찾아보게 된 겁니다.

채식과 명상하는 단체에 속해져있음으로 인해 다수의 동료 수행자들이 채식식당을 운영하고 있지요.

모두가 같은 스승 밑에서 명상과 채식을 하고 있음으로 우리는 형제와 같다 생각해서 누구든지 연락을 해오면 웬만하면 찾아보곤 합니다.

그러나 식당을 오픈했다고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동수들은 없습니다.

요즘 내가 교회를 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고 성경연구에 몰두해있다는 소문이 퍼져있는지라 나를 가까이 하려는 동수들이 없는 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채식과 영원한 해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을 하는지라 나를 좋게 여기는 동수들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들로서는 목숨처럼 여기는 채식을 가볍게 여기는 내가 좋게 여겨질 리가 없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수들조차 나와 거리를 두고 있는 형편이며 나 역시 그분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든지 나에게 연락해 오면 그 같은 생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찾아보게 됩니다.

내가 성령에 대해 알고 있음으로 인해 성령이 그분들의 입을 통해 나에게 말을 한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던 모르던 성령이 담겨있지 않은 그릇이 없기에 나로서는 이와 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무조건 이렇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며 내 사정을 살펴보고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권할 때 여러 가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성령의 뜻이 아닌 거지요.

그렇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정중하게 거절을 했는데 불구하고 누군가 또다시 권유해온다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에게 채식관련 모임을 권유한다거나 채식식당 방문하기를 권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성령은 먹지도 자지도 않는데 채식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생각하는 사람에게 채식식당 오픈식에 참석하기를 권유하거나 채식관련 행사에 참여하기를 권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로서는 그러한 일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나의 평상시 언행을 넘어서 권유한다는 것은 신의 손길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요.

마찬가지로 교회에 나가는 것도 동일하게 여깁니다.

교회의 교리와 어긋난 생각을 가진 나에게 교회 나오기를 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등을 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한 일입니다.

물론 이 같은 일은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 대해 교회에서 주장하는 교리와는 다른 인식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구원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알게 되었음에도 줄기차게 교회를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10년 훨씬 넘게 초보자로 분류되어있으며 가끔씩 손가락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가며 교회를 다니는 것도 쉽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나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채식과 명상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교회를 다니며 기도를 합니다.

명상단체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내가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며 교회 다니는 사람들 눈에 내가 눈감고 명상하는 것으로 비춰지겠지만 실상은 깊은 기도 속에 있는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세상이 신의 삼매라는 점을 알기에 24시간 묵상 중에 있는 것이며 항상 깨어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24시간 깨어 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나에게 연락을 해오면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품안에 든 자녀와 같으며 모두가 형제나 다름없기 때문이지요.

명상단체 사람 중에 어떤 이는 나더러 교회 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물었고 내 동생은 명상단체와의 인연을 절단 내라고 권하지만 나로서는 그들의 말을 일고(一顧)의 가치도 없다 여기고 있으며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말을 한다는 것은 명상하는 목적도 교회 다니는 목적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여기에 대해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지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이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골로새서의 이 말씀은 직장인들이 들어야할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모든 이들의 내면에 하나님이신 성령이 들어있으므로 상대방을 대할 때 주를 대하듯 하라는 겁니다.

평소에 모든 이들의 내면에 성령이 들어있음을 확인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자신내면에 거하시는 성령을 일깨우는 지름길이기에 이러한 말씀을 기록해놓은 거지요.

이러한 점을 깨닫고 나면 인연을 절단 내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명상과 채식을 하는 목적이 영원한 해탈에 있다면 영생을 얻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겁니다.

내가 교회를 나간다고 해서 명상단체를 등지는 것도 아닌데 왜 나가라 마라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채식과 명상을 한다고 해서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고 성경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만 새 술을 새 부대에 넣으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고기 안 먹고 산지가 3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고기 먹으라고 아우성을 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교회 다닌 지 10년은 훨씬 넘었는데 아직도 양다리 타령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성령을 깨달아 삼라만상이 하나님 품안에 있음을 알았고 만물동일체의 개념을 생활에 실천하고 있는데 어째서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개념 속으로 나를 집어넣으려 하는 건지 답답합니다.

채식을 하면 깨달음을 얻고 육식을 하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나 그리스도 예수의 피를 모르면 영생을 얻지 못한다는 말이나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지요.

 

너희 아버지의 자비하심 같이 너희도 자비하라(눅6:36)

비판치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눅6:37)

 

어째서 교회를 다니며 성경공부를 하거나 채식하고 명상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자비심들이 없는지요.(36절)

본인들이 믿고 있는 바를 내가 나무라고 싶지는 않지만 하나님은 비판하거나 정죄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 인해 자신들이 정죄를 당하게 됨으로 용서하라 기록하고 있습니다.(37절)

지금 당장 누군가에 대해 심판을 내리고 있다면 그것이 곧 자신을 향한 심판임을 알라는 말입니다.

모두들 말로는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말하며 사랑과 자비를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모두가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내가 선택한 길이야말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 길이라 여기고 있지만 나보기에는 모두가 자격미달이라 생각됩니다.

이쪽도 저쪽도 경험해보았지만 항상 자신들만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양쪽 모두가 동일한 점은 내가 아직 자신들의 수준에 모자란다는 겁니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말이 옳은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보다 못하지 않고 가장 못난 사람보다 잘나지 못했음을 알지 못하는 한 영생과 영원한 해탈은 저 멀리 있음을 알아야지요.

나처럼 채식을 하면서도 육식 하는 사람들을 심판하지 않고 그리스도 예수를 믿지만 예수님 피에 대해 모르면 지옥 간다 말하지 않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싶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주절거려 본 것에 불과하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길로 곧장 걸어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