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즐겁게 하면 결과에 만족한다.

배가번드 2024. 1. 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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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환갑(環甲)이라는 핑계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길을 떠났던 겁니다.

명분은 생일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마음도 몸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겼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정을 한거지요.

주야로 몰아치던 육신에게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한 셈입니다.

늘그막에 하려던 여행을 지금부터 틈틈이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심하게 아파보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 짐으로 여행도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 생각되었기에 실천을 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던 겁니다.

때마침 전라도 지방에 내린 폭설로 인해 호남지역 대부분이 눈으로 뒤덮여 있었기에 눈이 아플 정도로 설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약해 놓은 렌트카 업체에서 확인전화가 올 정도였으니 눈이 많이 내리긴 했나 봅니다.

광주송정역에 도착해서 구례와 여수지역을 돌아보는 동안 우리나라가 참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총각시절 장사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시골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는데 어느 지역을 가도 아파트가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특히 여수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을 했으며 예전에 내가 알던 여수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관광지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내가 정작 놀랐던 것은 발전된 시가지 모습이나 전경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하기위해 검색을 해보니 전라도 지역에 채식식당이 무척 많이 생겨있었던 거지요.

이순신 광장 인근에 위치한 청춘 김밥이라는 곳에 비건 김밥이 있다기에 찾아가보았는데 채식식당은 아니지만 비건 김밥을 따로 팔고 있었던 겁니다.

일반식당에서 비건 김밥을 팔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채식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이며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그곳에서 비건 김밥을 만들게 되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비건 김밥이라는 메뉴를 만들었다는 것은 채식주의 자들이 그만큼 많이 늘어났음을 보여줍니다.

내가 주문을 한 후부터 재료가 소진되어 더 이상 비건 김밥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했으니 인기가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으며 맛도 좋았습니다.

김밥 안에 넣은 재료 중에 포두부가 들어가 있기에 인기가 많은 것 같았으며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맛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나 봅니다.

예전에 내가 포두부 장사를 할 때 요리 몇 가지를 개발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김밥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내 블로그에는〔포두부로 만들 수 있는 요리모음.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두부세상이라는 소제목으로 각종 포두부 요리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나 홀로 목사의 길을 걷기위해 장사를 다른 분에게 넘겼는데 나보다 훨씬 더 장사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수입이 시원치 않을 때 넘겼던 만큼 항상 마음한구석에는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여수에서 포두부를 보게 되자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겁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포두부에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니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살짝 아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왕에 포두부를 김밥에 사용할 것 같으면 오징어포처럼 요리해서 김밥에 사용했으면 더욱 인기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한편생각으로는 포두부에 살짝 간을 해서 넣어도 인기가 있는데 구태여 시간을 들여 오징어포처럼 만들 이유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시간이 있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볼만 합니다.

과거에 T.V방송에서 유부 김밥집이 소개된 적이 있었지요.

유부를 볶아 김밥을 만드는데 예약을 해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착안해서 포두부를 양념장에 볶은 후 김밥을 만들어 먹어보았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의 입맛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긴 하겠지만 여수에서 포두부를 넣어 김밥집이 성공을 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예전에 S.M 채식 뷔페식당에서 포두부 요리를 선보인 적이 있었지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요리로 인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메뉴에서 삭제를 시켰는데 더 이상 요리를 내놓지 않게 된 이유가 손님들이 많이 먹어서라고 했습니다.

재료값을 아끼기 위해 인기 있는 포두부 요리를 없애버린 겁니다.

정말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인 것이 손님을 끌기위해서는 없던 요리도 개발해야하는 법이거늘 인기 높은 요리를 없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요리가 식단에서 사라져 버린 거지요.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내 물건을 팔기위한 욕심으로 비칠 수 있기에 입을 다물고 말았지만 한심스러운 결정을 했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나로서는 그로인해 오히려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 되었지만 채식식당의 앞날에는 악영향을 미쳤다는 말입니다.

어찌되었건 이래저래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좋아졌으며 폭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내가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여행길에 나서면 먹을 것이 없었지요.

그래서 떡이나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을 사먹거나 아니면 굶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디를 가도 채식식당이 있으며 선택의 폭이 넓어져 채식이 용이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모두가 과거 채식관련 일에 종사하신 분들의 노고(勞苦)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채식식당은 그렇게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업종은 아니었습니다.

희생과 봉사의 마음이 필요하며 사명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채식식당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식당조차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이들이 운영하는 실정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광주에 있는 살림클래식 채식뷔페도 제 칠일 안식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수익이 창출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뜰 안채 같은 곳은 종교와는 무관한 개인이 하면서도 성업 중에 있으니 채식사업으로는 성공한 셈입니다.

그러고 보면 누구는 심는 역할을 하고 누구는 가꾸는 역할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수확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내가 수확을 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수확에 일조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비건 김밥을 보는 순간 들었기에 이렇게 장황설을 늘어놓았습니다.

원래 오늘 이야기의 목적은 채식을 알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유익함과 여수인근 지역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데 있었던 것인데 이야기가 옆길로 새버린 것 같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목적으로 삼고 있는 일에는 반드시 희생과 노력이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은 필요 없지 않으며 언젠가는 꽃을 피울 거라는 거지요.

비록 채식사업으로 인해 빚을 지고 힘든 삶을 영위해 나간다 할지라도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반드시 주어집니다.

다만 의미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채식사업에 대해 영적인 의미부여를 했다면 영적인 것이 주어질 것이고 물질적으로 성공하고자 했다면 다가오는 생에 사업적인 성공이 따를 것이라는 겁니다.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심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모든 것은 영적인 시각으로 보면 있는 그대로 완벽합니다.

사람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한다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인다는 말입니다.

하여 나는 성경의 다음구절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소견에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이는 그의 분복이라 그 신후사를 보게 하려고 저를 도로 데리고 올 자가 누구이랴(전3:22)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하면 결과에 만족하기 마련입니다.

다른 이는 모르겠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