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외사랑도 아름답다.
배가번드
2021. 7. 27.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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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병문안을 갔다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환자를 보았습니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계시는 분이라 모두들 모르고 있지만 그분의 영혼은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내 어머니께서 가끔씩 흉을 보시는지라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흉이랄 것은 없지만 이분의 남편 되시는 분이 가끔씩 병문안을 와서는 환자에게 키스를 한다는 겁니다.
나로서는 남편분의 아내사랑에 가슴이 저며 옵니다만 옛날분인 어머니 눈에는 좋게 보이지가 않나봅니다.
어쩌다가 식물인간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부부가 무척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보면 참으로 사랑은 아름답지요.
남편 되시는 분을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멋진 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 그것도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아내에게 키스를 할 수 있다는 건 여간 사랑해선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누군가를 가슴 저미도록 사랑한다는 건 정말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또한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합니다.
주는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 때의 허전함을 견딜 수만 있다면 가슴 아픈 외사랑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