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번드 2021. 9. 1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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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하나의 이별을 시작으로 또 다른 만남이 이별을 준비하고 다가오고 있었으니 오늘은 새로운 이별을 맞이하는 것으로 대화의 장을 열어보도록 하자꾸나.

앞서 몇 번의 신입자들과 똑 같은 행색으로 똑 같은 수순을 거친 뒤 점호시간 감방장의 옆 자리에 앉았을 때 체격이나 외모가 가벼워보여서인지 장난기 있는 질문을 누군가 하였어.

 

어이! 신입!

니 깜방에 와 본적 있나?”

 

엄심더.”

 

그런데 왜 실실 쪼개노? 가마보이 꽈배기 아이가!”

 

“----------“

 

와 말이 없노 내 말이 장난으로 들리나?”

 

아이라 예.

다른 사람한테 듯기만 햇심 더

 

뭐라카더노?”

 

딴 거는 잘 모리게꼬예.

선풍기 3대마 있으마 헬기 만들어가꼬 날아가 도망도 간다캅디더.”

 

와 하하 하하.”

 

새롭게 들어온 신입의 어눌하고 겁에 질린 것 같은 대답에 모두들 웃음이 터져 나왔어.

농담이긴 했지만 실제 교도소에서는 웬만한 일은 모두가 자급자족을 해야 했으므로 재주들이 없고는 살수가 없었는데 제소자들에게 지급되는 물품에는 재한이 있었기 때문이야.

이러한 이유는 재소자들끼리의 싸움이 일어날 경우 무기화 될 수 있다든지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모두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거든.

우선 칼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절대불가의 품목이긴 하지만 써야 했기에 만들어야만 했어.

주로 이용하는 것이 못을 갈아 칼 대용으로 쓰거나 플라스틱 숟가락의 뒷부분을 날카롭게 갈아서 사용하는데 그런대로 쓸 만하였고 다음으로는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올라오는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 마개가 필요한데 풍선에 물을 담아 막아놓으면 냄새를 막을 수 있었지.

못은 운동을 나갈 때 운동장을 살피다 보면 어쩌다가 녹슨 대못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교도관 모르게 슬쩍 집어와 시간을 들여 갈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훌륭한 칼이 되는 거야.

이뿐만 아니라 다리미는 장기 알로 대신하고 빵을 발효시켜 술도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여자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도 있었으니 그러한 일을 직접 목격은 하지 않았어도 얘기를 들어 알고 있어.

개중에서도 제일필요로 하는 것은 끈이었는데 화장실에 빼 곳이 자리한 페트병을 철망으로 된 창에 매달기 위해서 필요했고 김치가 쉬지 않게 창밖에 매달기 위해서도 필요했으며 빨래를 널어 말리기 위해서 있어야 했지만 허용이 금지된 품목이었지.

가끔씩 일어나고 있는 자살 때문이었는데 매스컴에는 자주 나오지 않지만 교도소내부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이 자살 사건이었어.

아들아!

이야기가 약간 옆길로 새는 감이 있겠지만 자살이라는 대명제가 대두된 만큼 시간할애를 하지 않을 수 없구나.

특히나 요즘은 하루 35명 이상의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겠니.

이러한 자살은 모두가 마음이 약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사람이 자살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라고 여겨져.

이 이야기는 내가 본 어느 책에 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경험을 통해 확인을 할 수 있었던 내용이기도 하거든.

내가 살아나오는 동안 극도로 절망하는 일이 가끔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신의 품을 떠나지 않고 버티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이러한 희망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되는 거야.

내가 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2건의 자살소동이 벌어졌는데 한번은 경찰관이 부정을 저질러 들어왔다가 자살한 일이었고 또 한 번은 다른 사람들이 운동을 나간 사이 목을 매어 자살을 했어.

경찰관이었던 분은 자신이 잡아들이던 사람들과 한방에 있게 되었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대충 짐작이 갈만한 일이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 지경을 당했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이분 또한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던가 봐.

이래서 사람들은 신을 찾고 부처를 찾고 각자의 인연 따라 의지 처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인지도 몰라.

나 역시 절망적인 순간을 맞이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왜 자살을 선택하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란 대부분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고 친한 분들인데 내가 망함으로 인해 그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야 했을 때, 내가 느껴야 하는 미안함과 그분들이 내게 퍼붓게 될 원망의 소리들이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게 했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 분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그 당시 내가 거래하던 솜 공장 사장님이 바로 그러한 경우를 보여주고 있었어.

그 당시 나와 비슷한 시기에 부도를 낸 그 사장님의 선택은 자살이었는데 공장대들보에 목을 메달아 자신의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지.

아들아!

죽을힘이 있다면 살아야지라는 말은 하지말길 바래.

나 역시 내가 당하기 전까지 수없이 반복하던 달이였지만 막상 현실 앞에서는 그러한 말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로지 나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의 목소리였어.

나 역시 수많은 고락의 산과 강을 명상이라는 뗏목을 타고 건너왔기에 항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게다가 내가 선택한 뗏목은 훌륭한 선장까지 있어 너무나 안전했었고 지금까지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밝혀주는 등대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매일을 찬미하지 않을 수 없는 거야.

내가본 어떤 책에는 지구상에 일어나는 모든 재앙들이 신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하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라기보다 진리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순조로울 때는 신을 생각하거나 신에 의지하기가 쉽지 않아서 자신의 잘난 맛에 세상을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소리 없는 불청객이 찾아오고 나서야 신을 생각하고 후회하게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하지만 개중에는 사는 동안 고통을 당하고 잦은 어려움 속에서 신을 생각하게 되어 신을 찾고자 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분들도 있으니 번뇌는 보리라는 성현의 말씀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껴야 하는 점이라 생각해.

가끔 신이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 말씀이 참으로 정답을 말씀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느끼지도 못하면서 정답을 말하고 있어.

아들아!

너는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니?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신을 찬양하며 신을 말하던 내가 어떻게 신은 없다라고 하는 분들의 말을 정답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의아하겠구나.

이 세상 어떤 것도 정답이기 때문이라고?

그래!

그 말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어.

앞서 말한 신이 없다라는 말이 맞기 위해서는 먼저 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맞는다고?

그렇다면 신이라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신을 정의하는 데는 각자가 생각하는 의식정도만큼의 신을 얘기할 것임에 틀림이 없는 만큼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우선 신이 없다라는 사람의 말만 갖고 생각해 보기로 해.

없다라는 말의 의미는  , “이라는 말과 상통하지 않을까 하는데 어때?

그렇다면 이라는 개념의 숫자 “0”을 떠올릴 수 있겠지?

아무것도 없음을 얘기하는“0”은 수학에서 정의하길 꽉 찬 숫자라고도 한다는 것을 수학을 배웠으니 너도 알 거라고 생각해.

맞지?

완전하게 없음은 전부다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를 의미한다는 거지.

, 다시 말해 없다는 말이 맞기 위해서는 있다는 말 또한 맞아야 한다는 결론이 생겨.

이래서 신은 없다라는 말이 맞는다는 것은 성립이 되는 것이고 신은 어떤 부분이 아니라 전체라는 것이야.

각자가 생각하는 만큼의 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인 거고…….

세상에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가 있어.

이렇게 많은 신들 중에 자신이 선택한 신을 섬기고 따르는 이들은 그나마 의지 처라는 것을 갖고 살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평탄한 삶을 살아가다가 절망적인 경우를 당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마는 것을 불수가 있거든.

그때 경찰관이 바로 그런 경우였어.

매일같이 화장실에 들어가 비누를 조금씩 뜯어먹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날 밤 배가 아프다고 하소연하였지만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던 거야.

이일이 일어나고 얼마나 많은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 5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는 곳에 의사라고는 2명 정도가 낮 시간동안 근무한다고 했고 그나마 밤이면 단 한명도 없어 응급환자가 생기기라도 하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없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었어.

또 하나는 교도소의 구조상 문이 너무나 많았는데 만에 하나 화재라고 난다면 그야말로 통닭구이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걸로 생각되었지.

하기야 그렇게 많은 문을 넘어 탈출하는 사람도 있는걸 보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은 농담으로만 쓰일 말은 아닌 것 같아.

선풍기 3대만 있으면 헬리콥터를 만들어 나간다는 말을 한 분은 고물상을 하다가 들어오신 분이셨는데 아주 능글맞게도 적응을 잘하고 계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분이 우리 방의 식구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노름을 하다가 들어온 분이었어.

이분은 들어오기 무섭게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 한 가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어떠한 억울한 일도 신의 완벽한 안배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만 제외한다면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었지.

그분 말로는 왜 판검사는 놀음하면 잡혀 들어오는 일이 없는데 자신들만 억울하게 잡혀 들어와야 하는가? 라는 항의성 발언을 했는데 방안 모든 식구들이 동조를 하며 맞장구를 쳤어.

그 말이 일리 있다는 생각을 내가 했던 것은 언젠가 검사들이 룸살롱에서 포커를 치다 발각이 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다들 무혐의 처리되는 것을 내가 본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

이래서야 어떻게 존경 받는 사법부가 되겠느냐 말이야.

누구의 행동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고 누구의 행동은 그럴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데는 어떤 힘이 작용했겠지만 그러한 불평등은 결국 자신들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작용을 하게 됨을 그 당시 사법부는 모르고 있나 봐.

아는 분에게 듣기로 의사끼리만 모여 포커를 치는데 앞 방(판돈) 천만 원 입장으로 판이 벌어진다는 거야.

천만 원 중 단 한 푼도 빠져서는 안 되고 철저한 보안을 위해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판을 벌인다는 거지.

그것도 정기적인 모임이래나 어쨌다나.

웃기지 않니?

누구는 몇 십만 원만 앞에 두고 백 원짜리 고스톱 치다 잡혀 들어오는가 하면 누구는 몇 천만 원을 앞에 두고 노름을 해도 전혀 법적인 제재를 받는 일조차 없다는 사실이 말이야.

아들아!

좀 더 여러 곳을 깊숙이 살펴보면 기가 막힌 일들을 볼 수가 있거든.

나라 법으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도박을 웃기게도 국가가 방관하고 있고 방관만 하는 것을 넘어서 권장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모르고 있어.

조그마한 불이익에는 국가를 상대로 재판을 벌인다 어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모든 국민들이 당하고 있는 불이익 앞에서는 다들 입들을 다물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오는가라는 계산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몇 가지 국가가 국민들 눈을 속이고 권장하는 노름 중에 우선적으로 불수 있는 것이 경마장이야.

한해에도 수많은 가정이 경마로 인해 박살이 나고 있고 경마로 인해 페인이 되다시피 한 사람의 숫자가 적지 않은데도 국가가 나서서 폐지하지 않는 것은 그 경마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 중의 상당수가 정치자금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라 하거든.

또 하나는 카지노인데 옛날 탄광이 즐비했던 강원도에 지역사회 발전을 시킨답시고 조성한 카지노가 국가가 허가를 해주고 활성화 시키는 도박장인데 그 역시 노름이긴 마찬가지이건만 적용되는 법의 잣대는 어디에서 누가 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으니 기회주의자를 나무라기보다는 기회를 잡지 못하는 바보를 탓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해.

이밖에도 경정, 경륜, 등 몇 가지가 더 있어.

하지만 아들아!

국가를 탓하기 이전에 모두 자신들을 되돌아봐야 할 것 같아.

국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면 자신들이 그리로 부터 멀어지면 되지 않을까 해.

아무리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오는 곳이라 해도 사람들이 가지 않고 외면한다면 견딜 재간이 없지 않겠니.

모두들 한탕주의에 빠져 크던 작던 놀음을 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고 사법부가 판단을 어떻게 하던 사법부 위신을 스스로 깎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일들이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자신들이 다칠 것이 명백한 만큼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않겠냐 말이야.

문제는 나 자신이 얼마나 그러한 일을 싫어하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지 잘못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 세상 어떤 일도 불평을 하기 이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은 하지 않으면 언젠가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 아니겠어?

그분이 놀음을 하다가 들어왔다는 말에 방식구들 모두가 놀음에 대한 용어들을 경쟁하듯이 쓰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놀음 방에 한 번씩은 가본 경험들이 있었던 것 같았어.

게다가 그분은 춤 선생까지 곁들이고 있었던 분이셨는데 소위 말하는 제비였던 거야.

그런데 웃기게도 다음날부터 좁은 감방 안에서 댄스 강습이 벌어졌었는데 다들 한 가닥씩 하는 폼이 사회 있을 때는 육 박자 정도는 밟을 줄 아는 것 같았고 놀지 못하는 사람은 교도소 올 자격도 없는 것같이 보이더구나.

이래서 올 사람이 오게 되는 곳이 교도소라는 말이 맞는가 보았어.

게다가 이분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방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인 외에 애인들이 있는 거야.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나보다 먼저 들어와 계시던 바로 내 앞의 선임이신 K선생님은 50중반의 연세임에도 체격이 좋을 뿐 아니라 운동도 많이 하신 분으로 말씀이 없고 과묵하신 바람에 얌전하고 점잖은 분 인줄로 알고 있었건만 춤 선생님의 등장으로 어김없이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이분역시 노름방을 경영하셨더구나.

게다가 부인 몰래 딴살림을 차리고 있었는데 금싸라기 참외의 고장 성주가 고향이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많았지만 정상적인 생활보다는 그러한 음성적인 생활이 좋았던가 보았어.

심지어 어떤 분들은 애인이 3사람까지도 있었는데 다들 얌전한척 하다가 워낙 사교계의 거물이 들어오다 보니 자신의 무용담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어났던가 보았지.

참을 수 없었던 내가 한마디 거들었던 것은 바로 그때였어.

나 역시 남자지만 남자들은 바깥에서 마음껏 바람을 피우면서 자신의 부인이 애인을 만든다던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는 것은 용납을 못한다고 일갈을 날렸는데 다들 아무 말도 못하더구나.

춤 선생님이 자신의 애인이 22살이라고 자랑을 하기에 내가 물었어.

혹시 따님이 있으시냐고…….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있다는데 대학생이고 자신의 애인과 나이가 비슷하다 길래 만약 따님이 선생님 같은 애인을 사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묻자 죽여 버린다고 하였어.

웃기는 말이 아닐 수 없어 한마디 거들었지.

왜 자신의 하는 일을 따님은 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했더니 미안했던지 교도소를 나가는 데로 애인과의 사이를 정리할거라고 했지만 실천여부는 알 수가 없어.

아들아!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그분의 잘잘못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다오.

열 사람의 애인을 사귀던 백 사람의 애인을 사귀던 분명히 자유인데 그 자유가 남에게도 허용하는 자유여야 함을 얘기하는 것뿐이야.

나는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고 내 부인이나 가족들은 어떠한 불륜이나 사랑을 해서 안 된다면 그것이 어떻게 형평성에 맞겠어?

솔직히 부인 몰래 하는 외도가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옴을 우리는 볼 수가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인과응보의 법칙이 완벽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 할 수 있고 더 이상 외도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거든.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 통계를 보니 한국의 기혼자중 애인이 있는 비율이 남자가 51%여자가 49% 로 나왔다는 영국 발 보도가 있었는데 참으로 충격적이더구나.

외국에서 통계를 냈기 때문에 신빙성 여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교도소의 일을 보자면 충분히 일리 있고 통계치가 거의 근사치에 접근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지금껏 남성우월주의에서 남녀평등으로 가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고 한마디로 여자들의 반란이 일어난 거지.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외도를 하고 있다면 자신의 가족 중에 누군가는 자신과 똑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내가 그때 방안의 모든 분들에게 말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이야기였고 지켜야할 계율이나 도덕적인 생활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길임을 말했을 뿐이었어.

절대 협박을 하고자 하지 않았으며 너에게도 협박을 하고자 함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다오.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남들에게도 자유를 주어야 하고 내가 남들로부터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면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야.

내가 피해를 보기 싫다면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내 배우자가 나를 속이는 것이 싫다면 당연히 내가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거지.

춤 선생님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자신은 들어오지 않아야 할 사람이 들어왔다고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의 말대로 보석으로 나가게 되었다고 다른 이들이 모두들 운동하러 나간 사이 나에게만 살짝 귀띔을 해주었어.

교도소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사람 같은 이는 나 혼자인 것 같다면서 자신이 나가게 되면 나에게 반찬으로 김을 넣어주고 돈도 넣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김과 돈을 넣었더구나.

나에게도 쓸 만큼의 돈이 있었고 극구사양 했건만 내 충고에 화를 내기보다 감사의 표현을 해주신 그분이야말로 용기 있는 분이었지.

나보고 출소하면 꼭 오라면서 같이 동업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자신이 하는 직업의 좋은 점을 자랑하시는 것을 보면 거짓말이라고는 없는 듯이 보였어

아들아!

내가 만약 출 소후 이런 기억이 났다면 이분을 찾아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지금에 와서야 기억이 나게 되었으니 신기하지 않니?

이것만 보더라도 내가 겪어야 할 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말은 증명이 되는 셈이 아니겠냐 말이야.

내가 만약 그 당시 그분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아마도 출소 후 그분과의 동업이 이루어져 다른 길로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해 기억조차 나지 않았으므로 내가 오늘날까지 걸어 나온 길로 오게 된 거였어.

너와 내가 알든 모르던…….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말았거나…….

그분이 나가기 며칠 전인가 눈이 아주 많이 오게 되었는데 옆방의 누군가가 눈 온다 하고 소리를 치기에 내다보니 정말로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방안의 사람들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어.

누군가 일어나서 보더니 진짜로 오네!” 해도 아무도 믿지를 않았는데 내가 정말로 오는데 왜 아무도 믿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다들 믿더구나.

아들아!

너는 이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사람들이 나를 믿어준 것을 자랑한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모르겠구나.

그래도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것은 오해이고 한방을 쓰면서 서로가 아픔을 나누면서 친형제처럼 지낸다 말하곤 했지만 마음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고 내가 지켜온 계율의 작용을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워낙 엄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모습에서 저들이 내 말을 신임을 한 것이고 함께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인 것처럼 지내도 속 깊은 곳에서는 상대의 약점을 보고 있었으며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으니 어떻게 마음에  믿음이 있었겠냐는 거야.

이것이 모두다 스스로 만든 결과라는 것이 아니겠니.

다들 자신을 살피기보다 남들을 살피기 때문이었고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는 관용을 베풀면서도 남을 용서하지 못한 탓이었어.

그렇게 다들 불신하는 가운데도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크리스마스를 앞둔12월은 98년의 마지막을 향하고 99년의 시작을 향하고 있었으니 다음은 또 다른 마지막을 향해 첫 시작을 장식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쉬어 가도록 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