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68)
아들아!
밤늦게 도착한 네 고모 집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어.
네가 학교 내의 일진회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여 경찰서까지 갔다는 것이었지.
참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듯해서 어처구니없기까지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건을 해결해야만 했는데 일단 너희 학교엘 가보기로하고 다음날 아침 시간을 내
어 돌아가신 사형부터 조문하기로 했어.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갔다고 하였는데 과거 내가 대구에서 임시 연락인 을 맡았을 때 가
장 협조적이었고 가끔씩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던 사이였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
구나.
병원을 들러 보았더니 방문객을 맞이하는 자리에 고인의 처남이자 동료수행자인 K사형이
앉아있었어.
언젠가 내가 말한 적이 있었지?
센터건립 때 나와 설전을 벌린 이후로 명상을 못하고 있다고 호주로 연락을 해왔다던 바로
그 사형 말이야.
돌아가신 사형과 그분이 처남 매부 간인데다가 동료수행자이었기에 평상시 도반으로서 형제
로서 나눈 것이 무척 많은 사이였던 만큼 보내는 마음 또한 무척이나 서운한 것 같더구나.
간단히 예를 올리고 마주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한분 두 분 동수들이 찾아오셨는
데 다들 그 전날부터 수고를 하신모양으로 유가족들이 걱정이 되어 다시 오신 듯했어.
전날 함께 울산으로 갔던 사형부부께서도 오셔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함께 나오게 되었는
데 울산의 찜질방 사장님께서 전화가 왔던 거야.
대리점을 할 경우 마진을 얼마 줄 것인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는데 나를 중간에
두고 서로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더구나.
제각기 자신들의 주장만을 하는데 중간입장의 내가 돈 한 푼 받은 일이 없이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니.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야 내가 울산의 사장님 부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었어.
그리고 전날 내가 찜질방을 지켜주러 갔을 때 그분들이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었던 사실
까지도 떠올리게 되었지.
상당한 돈을 넣어둔 것 같았고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그 액수가 결코 적지가 않았어.
두 번에 걸쳐 너무 많은 돈을 받았다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내게 너무나 심한 정신적인
압박감이 들고 있었지.
본인들이야 별생각 없이 전화를 했겠지만 듣는 나로서는 너무나 심한 압박감과 책임감이 들
고 있더구나.
돈을 받았던 만큼 뭔가 그분들 입장에 서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제3자적인 관점에
서 냉정해져야 하고 공평해야할 내가 돈을 받음으로 인해서 그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식의 압박감이 오는 것 같더라는 거야.
이래서는 내가 중간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에 계좌번호를 알아내어 돈을
보내드리고 말았지.
생각에 따라서 나를 청했던 차비와 찜질방을 지켜준 수고비라 여길 수도 있는 문제겠지만
내 양심이 도저히 허락하지를 않았어.
솔직히 네가 사고를 쳐서 합의를 봐야 함으로 그 돈이 내게 꼭 필요 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
만 이러한 상황에서 나 자신과 타협을 해버리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항시 내 양심을 어기
겠다 싶어 아깝다는 생각을 눌러버리기로 했지.
돈을 부쳐드리고 앞으로는 두 분이 직접 거래를 하시라고 권해드렸더니 오해를 하신 탓인지
아니면 내가 자신들과 인연을 정리하려나 보다 여긴 것인지 서운하다면서 내게 전화를 걸어
오셨더구나.
그래서 내가 스승님의 지시사항인 어떤 돈도 함부로 받지 말라는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 이
기도 하고 내가 한일도 없이 너무나 많은 돈을 받기가 송구스러워서이니 오해를 마시라 말
씀드리고 다음기회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때 돈을 받겠다며 작별인사를 드렸어.
아들아!
내가 왜 그들의 돈을 받지 않았는지 너는 이해가 가니?
너는 아마도 내 양심의 소리 때문이라 여길 것이고 그 말이 맞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나 표면적인 일일뿐 진정으로 내가 그분들이 성의로서 전해준 돈을 돌려준 숨어져 있는 이
유는 보시의 함정 때문이야.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돈이란 거기에 따른 인간의 감정을 담고 있기에 돈을 주는 사람의 심
리상태가 바르지 않을 경우 주는 이나 받는 이가 모두 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어.
그렇기 때문에 스승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함부로 보시를 못 받도록 하신 것이거든.
그분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줄 수 있다면 받는 이가 아주 편안 할 수 있겠지만 주고서 자신
들도 모르게 나에게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게 된다는 것이지.
그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냐고?
그것은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야.
너는 혹 그러한 느낌이 내 생각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으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
도 있겠지만 명상을 해서 맑혀놓은 나의 느낌은 너무나 정확하거든.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채식과 명상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조차 분
명하게 느낄 수 있어.
다만 나와 다른 분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나의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과 다른 일
반인들은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애써 무시한다는 점이야.
이 같은 점이 바로 네 안에 불성이 있다고 하는 불교의 교리이고 네 안에 하나님이 거하고
있다는 크리스천의 교리인 것이 아니겠니?
어때?
이제 우리가 왜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좀 더 명확해졌지?
아들아!
수행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신의 성찰과 불의와의 타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길임
을 알아야 해.
앞으로 너와의 대화를 계속하는 동안 끊임없이 제시하고 권유하게 되겠지만 이 세상 무엇보
다 소중하고 고귀한 것은 수행자의 삶이라는 것을 네가 알았으면 하는 것이 너와의 대화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거야.
언제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더 여기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
도록 하자꾸나.
돈을 돌려주고 내가 간곳은 네가 저질러놓은 일을 해결하기위해 네 고모와 함께 너희 학교
앞 분식점이었어.
막상 너와 함께 살고 있는 네 이모를 만나 얘기를 듣고 보니 네가 잘했다고도 못하겠고 잘
못했다고도 못하겠더구나.
전학을 간 후로 학교 내의 일진회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너의 고충을 네 고모로부터
듣고 있었고 일진회에 끌려간 네 친구를 구하기 위해 너와 네 친구들이 몰려가 싸움을 벌였
다는 말을 듣고 어떤 평가를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지경이었어.
폭력서클에 굴복하지 않고 대응한 너의 용기에 박수를 쳐야 할지 폭력에 폭력으로 대한 너
를 나무라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고 네가 저질러놓은 일을 수습해야하는
나 자신을 보며 과거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었지.
나 역시 어린 시절 싸움을 심심찮게 하였고 네 할머니 속을 무진장 썩여 들인 적이 한두 번
이 아닌 터라 여기에서도 인과응보의 법칙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어.
부모에게 불효하면 자식을 통해서 업보를 받는다더니 내가 바로 그러한 일을 겪고 있었던
거야.
이러한 일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아야할 너무나도 중요한 일인 것 같으니 조금
시간이 걸려도 한 가지 이야기로써 부모님에 대한 효가 왜 중요한지 마음으로 느껴보는 시
간을 갖기로 해.
가까운 옛날(모두들 먼 옛날이라 하니 우리는 가깝게 느껴보자) 어느 시골마을에 할아버
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3대가 한집에 살고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응석받이로 컸던 아버지는 아주 예의 없는 어른이 되어 있었어.
아버지에게 반말을 예사로 하였고 심지어 욕을 하기도 했다는 거야.
밥을 먹을 때도 노인네가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곡식을 축낸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구박을 주
기도 하면서 지내던 어느 날 시골이라 매일같이 소여물을 주기위해 작두질을 하고 있을 때
였어.
아들이 작두에 소여물을 들이밀고 있었고 노인이신 아버지가 작두를 발로 밟고 있었는데 어
린손자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을 하시는 모습이 재미있었던지 주위로 다가오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아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아이의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말을 했어.
“아이고 예쁜 내 새끼.
이리로 오면 큰일이 나니 어서 저리로 가거라!
잘못하다가 나뭇가지가 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니?
잘생긴 우리아들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떻게 해.
어서 저리로 가서 놀도록 해라.
응!”
얼마나 사근사근하고 나긋나긋하게 말을 하던지 조금 전까지 제 아버지에게 화를 내면서 말
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지 않겠니.
아이가 저만치 안전한곳으로 가는 것을 확인한 아들이 다시 소여물을 들이밀면서
“뭐하고 있는가?
빨리 밟지 않고?
이 노인네야!
빨리 밟아!”
하는데 뭔가 빗방울 같은 것이 후 두둑 떨어지는 것이었어.
비가 오나 싶어 올려다보니 아버지가 울고 있는 거야.
대뜸 화가 난 아들이 말을 했어.
“왜 일을 하지 않고 울고 있나?
이 노인네야.”
그러자 아버지는 울면서 말씀을 하였지.
“아들아!
오늘 네가 네 아들을 보며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면서 과거 내가 너를 키울 때가 생각이 나더구나.
나 역시 너를 키울 때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는데 오늘날은 내가 이렇게 너에게 천덕꾸러기
가 된 것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는 거란다”
이 말에 아들이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다리를 붙들고 통곡을 하며 뉘우쳤고 그날이후 더없
는 효자가 되었다는 거야.
이 이야기와 같이 너의 일로 인해서 내가 새삼 네 할머니에게 불효한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
으니 어찌 네가 저지른 일이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니.
어찌 보면 네가 내 과거의 행위를 보상시켜 준 것 일수도 있는 만큼 피해자를 찾아가서 빌
어야 했던 것도 네가 아닌 나인 것이 너무나 당연하였어.
피해자를 찾아간 것은 사건이 일어나고 난 다음날이었지만 일단 네가 주동자로 되어 있는
만큼 다른 가해자부모들을 만나는 것 보다 피해자를 먼저 찾아봐야겠더구나.
내가 네 고모와 이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을 때 피해학생과 친구들이 복도에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폭력서클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어.
환자인데도 불구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활동적이고 격동
적인지를 알 수 있었고 모르긴 해도 복수를 하기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것 같았지.
과거의 내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의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라도 한마디 해
야겠다 싶어서 아이들을 앉혀놓고 몇 마디 했어.
“지금은 너희들이 영웅심에서 우쭐거리고 주먹질을 하고 힘센 것을 자랑삼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로 인해서 너희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할 수 있지 않겠니?
일시적인 충동으로 저지른 일로 인해서 너희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게 되면 너희 인생자체가
잘못되고 말아.
지금 너희들이 하는 일은 미래를 창조한다고 생각해야 해.
만약 너희들이 미래에 잘살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거기에 대한 설계를 하고 씨앗을 뿌려야
하는 거야.
나 역시 너희들과 같은 어린 시절 험하게 살았기에 지금껏 거기에 대한 험한 결과물을 맛보
며 살고 있단다.”
이렇게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내게 해주
던 말을 내가 다시 되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만 했어.
어쩌면 이렇게나 똑같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어린 시절 어른들의 말씀을 그토록 듣지 않고 살았을까? 등등.
복잡한 내 심경을 알길 없는 아이들이 건성으로 내 말에 대답을 하는 것을 등 뒤로 하고 우
리는 병원을 나왔고 네 고모부가 마침 그 병원의 원무과의 과장님과 친구였기에 함께 만나
러 갔어.
아이의 상태가 어떤가? 물어보았더니 코뼈가 내려앉았고 눈 위의 뼈가 부러져서 피가 고여
있는데 잘못되면 크나큰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야.
앞이 캄캄해 지는 것 같았지만 과거 내가 저질러놓은 것이 크면 크게 올 것이고 작으면 작
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기로 했고 과장님과 작별을 하였는데
일단 피해자 부모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함께 가해를 한 네 친구들 부모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는데 하나같이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었어.
너와 함께 가담한 친구들 부모 중에는 학부모 운영위원회 회장이라는 분도 있었는데 이참에
학교 폭력서클을 뿌리 뽑겠다며 합의를 보지 않겠다고 한다는 거야.
내가 생각했을 때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었는데 사태를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것 같았
고 자신들의 자식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더욱 사건을 어렵게 몰고 가는 것 같
았어.
내가 아는 바로는 일단 학교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겠지만 폭력사건에 대해서는 법에 따
른 처벌이 달려 있는 만큼 피해자에게 큰소리쳐봐야 하등 득 될 것이 없었거든.
게다가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상대아이들도 내 자식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야지 내
자식만 두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피해자 부모
와의 만남에서 내 말이 여지없이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어.
굉장히 화가나 있는 피해학생의 부모를 만났을 때 사건당일 날 저녁에 학부모들과의 만남에
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지.
학부모들이 대책회의를 한다고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술을 한잔씩 했던 모양으로
대화 도중 싸움이 벌어진 거야.
가해자 부모들끼리 모여서 제 자식 두둔하는 소리만 했고 술자리가 파하고 피해자 부모를
만났을 때는 이미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던 것 같았고 가해자보다 피해자
부모님께서 죄인처럼 굴었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된듯했어.
원래 피해학생이 일진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아이의 부모가 먼저 알고 있었고 평상시에도 사
건을 저질러 속을 썩이고 있었던가 보았는데 이 같은 사실을 빌미로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
비도 주지 않고 합의도 보지 않겠노라 엄포를 놓은 모양이었지.
이 말에 처음에는 좋게 치료비만 받고 합의를 해주려던 피해학생의 부모들이 화를 내게 되
었고 급기야 학부모들끼리 싸움판이 벌어졌다는 거야.
네 고모부와 함께 가서 피해학생 부모님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네가 저지른 모든 행위
가 너를 잘못 키운 내 잘못이라는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은 화가 가라앉는 것 같았고 다음날
부터 내가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피해학생의 아빠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시더구나.
아들아!
이일로서 참으로 많은 교훈을 얻었어.
내가 얼마나 관조자적 일수 있는가 하는 것과 남의 자식이나 내 자식을 똑같이 내 자식으로
여길 수 있을 때 참다운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였지.
너도 생각해보렴.
만약 내가 네 친구들의 학부모들처럼 내 자식은 잘못하지 않았는데 피해학생의 됨됨이가 좋
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모르긴 해도 사건이 엄청나게 크게 전개되었지 않았을까 해.
어린 시절 아이들이 전학을 오가다보면 텃세라는 것을 당할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 뭉쳐서
사고도 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이 이세상이 아닌가 말이야.
전교1등을 하는 아이가 있기 위해서는 전교 학생 수에서 한명을 뺀 나머지 인원이 존재해
야만 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말이지.
다시 말해서 천명의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서 일등을 하기위해서는 반드시 999등이 있어야
만 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이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내 자식을
귀하게 키우기 위해선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이 같은 사실을 깨닫게 해준 이번 일을 저지른 네게 내가 한말은 그리 많지가 않았어.
“아들아!
네가 저질러 놓은 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힘들어 하는지 보았지?
네가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없어.
다만 어떤 일에 대한 결론만큼은 반드시 네가 감수해야하고 좋거나 나쁜 것은 결과가 말해
준다는 것을 알고 네 행동을 조심해서 하길 바란다.
알겠지?”
이 말을 네가 가슴 깊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느끼고 너와의 대화를 마쳤지.
네 할머니를 비롯해서 많은 어른들이 내가 너를 호되게 나무랄까 염려들을 하셨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를 잘 몰라서이기도 하고 내 성격이 워낙 불같다 보니 오해들을 하신 탓이 아
닐까 해.
내가 너를 나무란다는 것은 내가 너를 하나의 소유물로서 여겼을 때 일 것이고 너를 신의
품성을 담은 또 다른 신의 화신으로 봤을 때는 전혀 그럴 수가 없었기에 크게 나무랄 수는
없었고 너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 또한 너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에 그 아이 부모에게 내
자식처럼 아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거야.
아들아!
내가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신을 가까이하고 수행을 잘하고 있는 것을 자랑
하기 위해서 라고는 생각하지 말아다오.
나야말로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장사꾼에 불과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내게 이익을 가져
다주는가를 치밀하게 계산하는 자기중심적인 인물인지를 말하는 것에 불과해.
이와 같은 사건에서 나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처리해서 아주 효율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었
다는 것을 네게 말함으로 해서 너 역시 수행의 이로움을 느끼라는 거야.
물론 모든 선택은 네게 있고 나 역시 단 한순간도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무엇이 네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거지.
언젠가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질 때 수행의 이로움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하기로 하고 또다
시 이야기를 진행시켜보자꾸나.
네가 저질러 놓았는지 내가 받아야할 인과에 의한 결과물인지를 해결하고 또다시 채식물품
사업을 연결하러 가게 되었어.
중국을 다녀오신 H박사님께서 자신의 대학교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거야.
그분을 만나기 위해 가는 도중 K사형부부와 참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원래 이 두 분
은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다가 수행을 하면서 학원을 경영하기도 하고 병원에 근무하기도 하
는 등, 참으로 힘든 수행 길을 걸어오신 분들이었어.
어떤 수행자도 평탄한 길만을 걷는 이가 있겠냐만 이분들이 걸어온 길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었지.
아들아!
내가 오늘 이분들 얘기를 끄집어내는 데는 이유가 있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분들의 수행을 폄하하거나 나와 비교 하려는 것은 아니야.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우리 모든 수행자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이라는 내 생
각으로 인해 이분들과 나눈 대화를 다시 되새기는 것이지 결코 이분들의 수행력이 대단하다
거나 혹은 그 반대로 형편없다는 등의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구
나.
앞서도 내가 잠시 언급했지만 이분들이 개발했다는 채식식품이 무척 맛이 있었고 H박사님
의 개인 건물을 이용해서 사업을 시작하여 나중에 이름이 나게 되면 대학교의 이름으로 동
업형태의 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함께 박사님을 만나러 가고 있었으니
대화내용이 채식에 관련된 내용으로 시작되고 있었어.
먼저 내가 겪어 나온 채식사업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해도
세상기준의 좋은 결말이 오리라는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지.
수행자로서 세상을 이롭게 하기위한 마음만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는 내 말을 그분
들이 얼마나 이해를 하셨는가 모르겠지만 일단 겉으로는 동조를 하시는 것 같더구나.
그리고 많은 동수들이 자신들은 경험해보지도 못했으면서 남의 말을 쉽게 하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서운해 하시는 것 같았어.
나 역시 그러한 경험을 무척 많이 하고 있었으므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그분들이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더구나.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의 결과가 세상가치관에 머물러 있지는 않다는 내 말을 이해를 하지 못
한 탓인지 성공과 실패를 세상기준에 놓고 있는 것이었어.
내가 세상기준의 좋은 결말이라고 했던 것은 물질적인 성과를 말하는 것이었고 수행자로서
얻어야할 그 무엇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측면과 보다 영적인 측면인데 그분들은 자신
들이 개발한 제품으로 물질적인 성과를 보게 될 거라는 기대를 무척이나 크게 하고 있었으
며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이 그렇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더구나.
물론 그러한 기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좋
은 취지의 일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가 좋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거지.
과거 내가 아는 제과점 여사장님은 어떤 단체로부터 채식햄버거를 하루 4~5백 개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으셨다 하셨는데 자신의 기술이 알려질까 두려워 거절했다
고 하더구나.
일반인들이야 얼마든지 직업의 선택이 자유롭지만 채식인 들은 가려야 할 것이 많은 만큼
자신의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전수해주지는 않겠다는 거였어.
어찌 보면 타당성이 있다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말에 찬성하지는 않았지.
만약 나라면 어린아이들에게 채식햄버거를 제공함으로 인해 내 기술이 유출되는 것보다 아
이들은 물론 세상 사람들이 채식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부여를 하겠지만 그
당시 그분은 그렇지가 않은 듯 했고 정중하게 거절을 함으로서 그러한 기회는 무산되고 말
았는데 결국 나중에는 그분 역시 어떠한 과정을 겪으면서 제과점을 그만두게 되었고 어느
누구도 그 기회를 다시 살리지 못하고 말았어.
내가보았던 과거의 이 같은 일을 이분들께도 말씀 드렸지만 이분들 역시 앞에서 말한 제과
점 여사장님과 똑 같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더구나.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어.
제과점의 여사장님과 채식불고기를 개발하셨다는 두 군데 사장님들 모두가 자신들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거야.
모두가 자신들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신의 계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나 또한 그러한 일을 똑같이 겪었다고 여길 수
는 있으나 그 일의 결말이나 과정은 분명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어.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대화를 하다 보니 화제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캄보디아 일에 이르
고 있었지 않겠니.
이분들이 그 당시 캄보디아 아쉬람을 건설하기 위해 자신들이 경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갔
던 만큼 그곳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듯 했고 10년이 다 되어가는 현
재까지도 감동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 같았어
사선을 넘나드는 살벌한 곳에 천국 같은 아쉬람을 건설하리라 꿈꾸며 갔던 캄보디아인데 동
수의 죽음을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안 좋은 경험을 남기고 결국 아쉬람건설의 꿈을 접어야
했던 결정적인 순간 스승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그간에 가지고 있던 수행의 개념
을 많이 바꾸었다고 하더구나.
“지금껏 잘된다는 보고만 듣고 있었지만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더 이상 관음 사자들 말을 듣지 말고 하루빨리 철수하시기 바랍니다.”
스승님의 이 같은 말씀으로 모두들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간에 많은 동수들이 마지막 시험을
견뎌야 한다며 버티어 나오던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던 거지.
이 같은 일을 경험하면서 이분들이 생각했던 것은 스승님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
는 것과 스승님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지 달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고자 하는 것 같더구
나.
아들아!
여기까지 네가 들어보니 어떤 것 같니?
이분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지 않니?
하지만 아들아!
아직까지 속단을 내리기는 무리가 있을듯하구나.
이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고자 하는 사실은 그밖에도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뿐이야.
말을 하다 보니 무척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오늘을 여기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음에 좀 더
심도 있게 이분들과의 대화를 파헤쳐 보도록 하자꾸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