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조성되면 뱀은 나타난다.

중국살 때 마당공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마당이 돌밭이긴 했으나 입구 쪽을 비롯해서 이곳저곳이 흙으로 덮여있는지라 시멘트를 덮기로 마음먹었지요.

김치공장을 하려면 흙이 공장안으로 들어와서는 안 되겠기에 공사를 감행했던 겁니다.

전체를 모두 덮으려면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들것 같아 사람출입이 잦은 곳만 포장했습니다.

그랬더니 봄이면 마당가득 풀이 자라곤 했지요

처음 몇 번은 잘라주다가 풀이 자란 마당도 보기 좋을 것 같아 방치를 했는데 마을 분들이 뱀 나온다며 자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곳이 마을 어귀에 위치한곳이고 없던 뱀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각하고 내버려두었는데 그해 초여름 진짜 뱀이 들어왔습니다.

뱀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거짓말같이 어디선가 뱀이 나타난 겁니다.

이처럼 환경이 조성되면 그 무엇인가는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산책길을 걷다 갑자기 중국살 때 생각이 불현 듯 일어났던 것은 사람이 밀집해 살고 있는 작은 하천이라 해도 자연환경이 마련되면 각종짐승들이 먹이사슬 따라 몰려든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연이 환경에 따라 변화를 일으키듯 사람의 마음 밭도 똑 같습니다.

우리가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도 달라집니다.

달리표현하자면 지금 주어진 우리상황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든 거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변화를 바란다면 나부터 바뀌어야하는 겁니다.

휴일이라 오늘도 산책길에 나섰고 변함없이 학의천에 자연과 사람이 둘이 아니라는 개념이 내려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