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내가 없는 삼매는 삼매가 아니다.

배가번드 2022. 1. 2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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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수행자한분과 도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알고지낸지 오래된 분인데 지방에서 올라와 안양에 머물게 되면서 다시 조우를 하게 되었지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신의 최근 수행상태를 말씀하셨습니다.

과거에는 명상을 하면 삼매에 쉽게 들곤 했는데 최근에는 잘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무엇을 삼매라고 생각하시는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나로서는 모든 것이 삼매라 생각하는지라 그분이 생각하는 특별한 삼매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아무런 생각도 없이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는 것이 삼매라고 하더군요.

나로서는 25년 전 초기 입문 때 그런 현상을 경험했으며 그럴 때마다 내가 잠이 들었던 것 같아 다시금 3시간을 명상했다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워 하셨습니다.

삼매에 대한 생각은 각자가 다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더 이상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똑같은 경험을 했기에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내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나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는 상태라면 과연 명상이나 삼매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말에 그분은 상당히 실망하는 눈치였고 더 이상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지요.

아마도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삼매에 대한 견해와는 차이가 많았던 모양으로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무런 생각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그것은 곧 영혼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내가 명상을 할 때 명상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나의 본모습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명상뿐만이 아니라 말하고 행동하는 나를 인식하는 그것이 바로 나의 참모습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말하는 내 모습을 내가 느끼고 명상하는 내 모습을 내가 느끼며 꿈을 꾸는 나를 인식하는 내가 나의 진아(眞我))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육과영의 완전한 분리가 이루어진 상태를 경험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지요.

이모든 것이 자신의 업장이라는 것을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날의 대화를 마쳤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깨달아 안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으며 영생을 얻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성경말씀이 진리라는 점을 또다시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인연 있는 이들만 들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