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번드 2022. 4. 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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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은 말이야.

우리들의 부정성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해.이것은 수행인이나 비수행인이나 공히 가지고 있는 마음인데 그러한 부정성이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자는 거야.

내가 갑자기 이 같은 얘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에 일어난 내주위의 일 때문이거든.

지난번 태국선때 함께 갔다던 처형 있지?

그분이 지금 그 당시의 부정적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힘든 매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야.

처음부터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불구하고 갔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는데 이것 역시 알량한 내자비심의 발로라고 해야 할 것 같아.

처음 내가 이분께 말씀드릴 때 남들은 집을 팔아서 간다고 하는데 당신도 집을 잡히던지 아니면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든지 해서 돈을 마련하라 했거든.

그랬더니 자식들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기가 뭣했던지 태국 갈비용을 턱도 없이 모자라게 가져왔더구나.

내가 최선을 다해 보고도 안 되면 신이 도와주실 거라 했더니 그렇게 만들어 온 거였어.

솔직히 내가 봤을 때는 얼마든지 더 구해 올수도 있는데 불구하고 구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지만 그나마 그 사람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고서 데리고 갔던 거야.

네 고모에게서 빌린 돈이 내게 있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내게 기대고 싶었을 거라 생각했지.

그러한 얄팍한 심리를 보아서는 모른 척 해버리고자 했으나 나 역시 남의 도움을 받고 사는지라 참기로 했고 누구보다도 사저의 언니인지라 할 수 없다 여겼던 거지.

내가 모질게 해버리면 사저가 너무나 가슴 아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것인데 그다음부터 문제가 시작된 거야.

나도 모르게 한 내행동에서 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가 풍긴 모양이었지.

그분의 양심 때문이었는지 내가 진정 그분을 미워해서인지는 몰라 내행동에서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느꼈던가봐.

물론 이것은 나중에야 말을 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어.

내가 자기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건데 돈을 빌려주고 후회를 하는 것 같더라는 거야.

사사건건 자기를 미워하는 것 같은데다가  태국의 공항에서부터 신분확인이 되지 않아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지 행사장에서도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다보니 기분이 몹시 상했던가 보더구나.

그런 것을 내가 돈을 빌려가며 왔으면 명상을 열심히 해야지 왜 그렇게 부정적인가 나무랐으니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어.

이러한 일들 모두가 쌓여서 어느 한순간 봇물이 터지듯이 나오게 되었던 거야.

한번은 밥을 먹는데 밥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니?

그래서 내가 충고를 하듯이 말을 했어.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밥을 먹는 중에 머리카락이 나오면 숟가락을 놓고 밥을 먹지 않아요."

 

그저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자 한말이었는데 그런 말은 하지 않고 딴청을 부리더구나.

밥을 먹다보면 머리카락이 자주 나오는데 식품회사를 하는지라 그저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기에 한마디 덧붙이고 있었어.

 

"우리 식구들끼리만 있을 때는 내가 이해를 하지만 손님들이 우리공장에는 자주 오니까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공장이 명색이 식품회사 아닙니까? "

 

이런 내말에 옆에 사저도 거들어서 웃을 일이 아니라 앞으로 조심하라고 거들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나무라자 화가 났던 모양이야.

 

"아니 그러면 울어야 돼"

 

하며 볼멘소리를 하더구나.

어처구니가 없긴 했지만 뭘 몰라 그런가보다 하고는 나가버렸는데 문제는 다음에 일어나고 있었어.

내가 나간 후 사저가 언니를 좀 더 나무랐던 모양이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쟁이 벌어진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지.

아무리 중국 사람의 습관 때문이라 하지만 벌써 나와 함께 한지가 4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그 모양 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군다나 이제는 입문까지 한 수행자인지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어.

한번은 넘어야할 산이기에 이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거지.

아니나 다를까 내가 노린 기회가 오더구나.

때마침 날씨가 추워져 공장 이곳저곳을 천막을 치는데 의자를 놓고 일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평상시 내가 그 토록이나 주의를 준 일을 또 저지르고 있지 않겠니?

의자에 신발을 신은 체 올라서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내 눈에 뛰게 된 거야.

냅다 소리를 질렀어?

 

"아니 그렇게도 말을 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어요.

의자에 신을 신고 올라서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어요?

하지 말라는 짓을 왜 그렇게 골라가며 해요.

에이 씨"

 

햇수로 4년을 지나는 동안 남자들에게는 소리를 많이 질렀지만 사저를 뺀 나머지 여자들에게는 소리를 지르지 않던 내가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질러 놓았더니 난리가 나더구나.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그러냐는 둥 남편이 죽고 나니 이제 사람을 깔본다는 둥 난리도 아니었어.

내가 그때껏 처형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던 것은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자들을 나무라면 자신도 조심할거라 여겼기 때문이었거든.

그런데 이 같은 내 마음을 자신을 특별히 생각해서 나무라지 않거나 자신이 일을 잘해서 나무라지 않는 것으로 착각을 한 거였지.

아들아!

너는 내가 이렇게 말을 하니까 내가 사람들을 상대로 소리만 지른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란 어떤 것이란 것을 너도 알지 않니?

청결치 못한 생활습관 때문에 김치에 모래가 들어가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가져왔냐 말이야.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내가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어?

이러한 내 생각에 따라 나는 내생각대로 행동했을 뿐이었는데 그 효과는 너무나 커더구나.

내게 말을 하다가는 더욱 화를 낼 것이 분명 하니까 자신의 동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모양이었어.

도저히 참지 못한 내가 불러놓고 차를 마시며 설명을 해주었지.

왜 내가 화를 냈으며 당신이 어떠한 잘못을 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을 해주었지만 알아듣지를 못하고 자꾸 원망만 하기에 급기야 돌려보내고 말았어.

도저히 그런 상태로 같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판단이 된 거야.

그런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서부터 부정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어.

명상도 못하고 지낸다고 하는데 참으로 큰일이다 싶더구나.

4년을 함께 지내며 겨우 입문을 시켜서 태국선까지 데려갔다 왔는데 명상을 못한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던 거지.

사저가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가며 달래고 있었는데 참으로 기도 차지 않더구나.

명상만 하면 내가 소리 지르는 것이 생각이 나고 나를 향해 욕이 나오며 왼쪽 귀에서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 바람에 명상하기가 겁이 날 정도라 하니 그야말로 야단이 난거였어.

정작 두들겨 팬 나는 명상을 하루 열 시간 가까이 해도 아무렇지도 않는데 두들겨 맞은 이는 명상을 못하고 있다하니 참으로 웃기는 현상이 아닐 수 없었지.

명상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남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는 절대 명상을 할 수 없으며 명상을 한다 해도 망상만을 하게 되거든.

게다가 남을 미워하면 그 마음 때문에 뜨거워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야.

내게 혼이 나고 명상을 못한다는 것은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맞는다는 소리거든.

내가 뻔뻔해서 명상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명상을 못하는 그분의 문제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거였어.

처음에는 모른 척 사저가 달래는 양을 보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내가 나설 수밖에 없더구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시작하면 끝이 없으며 그 생각이 또다시 다른 부정성을 몰고 오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말해주고 항시 만트라를 외우라 그랬지만 안 된다고 하지 않겠니?

래서 내가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되면 그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을 해보라 했어.

내가 미우면 내가 잘해주던 생각을 해보라고 하며 4년간 함께 지내며 즐거웠던 추억도 많지 않았던가 했지.

그래도 안 되거든 아예 욕을 해버리라고도 했어.

그러마하고 전화를 마쳤는데 일단 나와 통화를 하고나니 훨씬 좋아진 모양이야.

그날 저녁에는 또다시 전화가 와서 가슴에 막혔던 것이 뚫린 것 같다며 좋아하더구나.

아들아!

내가 오늘 왜 이렇게 이 같은 시시한 얘기를 길게 하는가 하면 말이야.

우리들이 살다보면 사람들과 종종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그것 때문에 좋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거든.

특히나 수행자들은 더욱더 그 정도가 심해서 잘못하면 수행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겨.

솔직히 처형과의 일에 내가 일방적으로 잘했다고만 할 수는 없고 처형이 섭섭할 만큼 내가 행동한 것도 사실이라 할 수 있어.

그분의 눈에 비춰진 내 모습대로 내가 정말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분에게 그 같은 모습이 보인 것이 내가 의도를 했던 그렇지 않던 분명히 있으니까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니겠어?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두들겨 패던 두들겨 맞던 잘했건 못했건 내가 다치는 일은 없어야해.

나는 모든 것이 연극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토록 뻔뻔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분은 그렇지를 못했다는 거야.

이것은 역할을 바꾸어도 마찬가지거든.

내가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도 나는 똑같이 대하고 있어.

절대 나에게 비굴함을 바라서도 안 되고 그러지도 않아.

그들이 나에게 뻔뻔하다고 욕을 하면 그 말은 정답이야.

그리고 나에게서 그들이 볼 수 있는 어떠한 잘못도 나에게 있거든.

절대 나는 구질구질한 변명 따윈 하고 싶지 않으며 그 모든 내 잘못들을 인정해.

그렇지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며 내가 하지 말아야 할일은 하지 않아.

그들이 아무리 내 잘못을 지적해봐야 그 무슨 쓸데가 있겠니?

내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그 모든 것이 해결이 되는 것이지 원망을 해봐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든.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기에 나는 언제나 떳떳할 수 있는 거야.

사업이든 명상이든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어.

심지어 너와의 대화를 글로 옮기는 작업도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내가 이렇듯이 나는 타인들도 그렇게 하길 바라는 것이고 너에게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기에 오늘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거지.

아들아!

말이 나온 김에 또 한사람의 수행자가 최선을 다하지 못해 나에게 혼이 난일을 말해보도록 해.

지난번 내가 말을 한 적이 있을 거야.

뇌성마비 환자인 13살짜리 수행자가 있다고 말을 했지?

바로 그 아이 또한 처형과 비슷한 시기에 나에게 혼이 나야만 했어.

 

어른은 그렇다 치더라도 13살짜리 아이를 나무라다니 너무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뇌성마비를 앓는 아이라면서요?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말을 들어보렴.

이 아이는 사실 아이라 할 수도 없어.

앞서도 말을 했지만 이 아이는 이미 영안이 열려서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야.

지난번 말을 해주지 않았니?

동네의 여러 사람들이 이 아이에게 자신들의 집에 우환을 해결하러 찾아온다고 말이야.

그런지라 이 아이는 더 이상 아이라고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수행자 중에서도 고급 수행자에 속해.

그런데 왜 혼을 내 주었냐하면 이아이의 분별심 때문이었어.

한마디로 수행자랍시고 일반인들 알기를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었지.

지난번 우리들이 태국을 가면서 우리 집을 이 아이에게 보라고 시켰거든.

이 아이 시중을 들어주는 수행자 한사람을 붙여서 둘이서 집을 지키며 명상을 하라 했던 거지.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은 이아이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였어.

평상시에도 자신의 할아버지와 수행문제로 다툼이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돌아가고 나서는 그 정도가 심했던 모양이야.

채식과 함께 명상을 하겠노라 하는 손자를 제 할아버지가 못마땅해서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는가 보았는데 그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고 단식투쟁도 했다더구나.

어찌 보면 대견하게 여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조금 서운한 점 때문에 죽겠다고 단식을 했다는 것이 내가 나무라게 된 이유였거든.

그저 한두 끼 먹지 않거나 하루 이틀 먹지 않아도 충분히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데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죽겠다는 표현까지 스스럼없이 했기에 내가 나무랐던 거지.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집엘 못 오게 만들어 버렸어.

제 할아버지를 비롯해 식구들 모두가 조금만 서운하게 대하면 자꾸 우리 집을 생각할 것이고 우리 집에 오게 되면 제 멋대로 하고 살다가 또다시 제집을 가면 불평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악순환을 거듭 할 거라는 것을 내가 알았기에 절대 받아 주어서는 안 된다 생각했던 거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나와 약속을 하길 구정까지는 안 오겠다고 다짐을 받고 돌아갔거든.

그랬던 터인데 불구하고 돌아가기 바쁘게 불평을 하고 우리 집을 오겠다고 하기에 내가 거절을 해버렸고 그 때문에 실망을 하고 죽겠다고 단식을 한 거지.

앞으로 우리 집에 올 꿈도 꾸지 말라고 아주 냉정하게 말해버렸어.

내가 그렇게 심하게 해야 우리 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제집에서 식구들과 융화를 하고 살 수 있다 여기고 독하게 말해버렸으니 아이로서는 더욱 서운했던거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사람을 시켜서 아이 할아버지를 설득을 시켰어.

한사람의 수행자가 한집에 태어나려면 7대가 복을 지어야 하는 건데 잘 대해주라고 말했거든.

채식으로 먹겠다는 사람을 구태여 고기를 억지로 먹일 필요가 뭐있겠냐 하며 설명을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잘해주겠다고 하더라는 거야.

그때서야 안심을 했는데 어저께 난데없이 우리공장을 또 오겠다는 거였어.

꼭 할 말이 있어서라고 하는데 절대 오지 말라고 극구 만류하는데 들이닥친 거지.

아마도 내가 저하고 인연을 완전히 끊으려나보다 걱정이 되었던 모양인데 그 아이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

내가 양자로 삼고자 했던 건데 그토록 차갑게 대하니 뭔가 큰일이 났다 생각한 거야.

아들아!

갑자기 양자타령을 하니 네가 놀랐겠구나.

내가 이 아이를 양자로 삼고자 했던 일에는 사정이 있어.

원래 우리단체에서는 아이들의 입문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 같은 경우는 부모중의 어느 한쪽이라도 입문자라야 하는 조건이 있었거든.

워낙 이아이가 입문을 하고 싶어 하는지라 손자뻘인 이 아이를 우리들이 양부모가 되어주기로 했던 거야.

그랬던 것이 아이에게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던 거지.

저로서는 내가 양 아빠가 되는 셈인데 자신을 그토록 차갑게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당연히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었어.

나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하루 종일 통곡을 했다더구나.

그렇게 내가 만류를 한데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아이가 워낙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지라 못마땅하여도 막을 도리가 없기에 그저 신의 뜻이겠거니 하고 받아주었어.

 

오지 말라고 그렇게나 거절한 이유가 뭡니까?

아이가 그토록 사정을 할 때는 받아주어야 어른 된 도리가 아닌가 말입니다.

게다가 수행씩이나 한다는 사람이 아이를 그렇게 대한다는 것은 수행자답지 못한 처사가 아닌가요?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러나 나도 할 말이 있어.

그 아이뿐 아니라 앞서 처형의 경우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욕심이란 끝이 없거든.

내가 수행을 해서 자비심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어.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우주가 있는 거야.

그러한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어서 남들이 불편한 것을 뻔히 알면서 신세를 져야하지?

그들이 만약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라면 문제는 또 다를 수 있거든.

그 아이의 경우 우리공장보다 생활면에서 제집이 훨씬 좋다고 볼 수 있어.

아파트라 춥지도 않을 뿐 아니라 목욕을 하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지만 우리공장은 그렇지를 못해.

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보니 얼마나 추운지 말도 못하는데다가 그 아이가 목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야.

게다가 뇌성마비여서 똥오줌을 받아내야 하는데 그러한 일을 우리들 중 누군가가 해주어야만 하거든.

우리 공장은 넓어서 청소만 해도 바쁘고 개 4마리의 밥을 해주다보면 언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시간이 가버려.

명상도 해야 하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매일이 흘러가는 거지.

그런 줄 알면서도 그 아이가 오려고 하는 것은 단지 자신이 불편하니까 우리들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이지 않겠어?

우리가 항상 차를 마시면서 스승님 이야기나 법담을 하는 것이 좋아서 일부러 핑계거리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이 말이야.

게다가 심심찮게 동네사람들이 몰려와서 자신에게 이것저것을 묻게 되면 그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먹는 것도 사저가 맛있게 만들어주고 저 하자는 데로 해주거든.

특히나 제집에서보다 우리 집에서 명상을 하면 체험 또한 엄청 좋으니 어찌 오지 않고 싶겠냐는 거지.

이러한 점을 내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절대 못 오게 만들었던 거야.

그날 밀고 들어온 아이를 앉혀놓고 이러한 말을 그대로 전해 주었더니 처음에는 다음날 돌아가겠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마음대로 하라고 해놓고 또다시 다른 말을 해주었어.

내가 너를 양자로 삼았다고 해서 너를 특별하게 여기리라는 기대를 절대 하지 말라고 했지.

우리 집에 있는 개들 4마리나 너나 똑같이 나에게는 소중한 자식이지 너만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어.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네 집 식구들이나 너를 똑같은 사람으로 여길 뿐 너만이 나에게 특별하지 않다고 했어.

네가 어려움에서 구해주고자 하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나 너를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고도 했어.

양자라는 이름만 너에게 주었을 뿐 누구나가 내양자라고 말했던 거야.

그러면서 내가 그 아이에게 물었던 말이 있어.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지금 너는 무엇을 하기위해 명상을 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그 아이는 부처가 되기 위해서 라더구나.

그렇다면 너는 지금 네가 보여주고 있는 네 행동을 모두 고쳐야 한다고 말해주었어.

네가 지금 있는 그자리가 너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주더라도 그것은 네가 이겨내야 할 네 수행의 밑거름이라 말해주었지.

네가 상대방을 싫다고 말하기 전에 네 행동을 먼저 보라고도 했고 네가 구해주고자 하는 그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도 해주었던 거야.

네가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여기는 이상 네 꿈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신기루가 될 거라고 했어.

좋은 자리에 가야만 명상을 할 수 있고 좋지 않은 곳에서는 명상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너는 언제나 성장을 멈춘 채로 살아가야 한다고도 말했던 거지.

그리고 나비학자의 경험담을 말해주었어.

나비가 애벌레에서 탈피를 할 때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절대 날아오를 수 없음을 말했더니 그제야 모든 것을 뉘우치고 잘못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처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을 때 너무나 서러워서 죽고만 싶었고 나중에는 이대로 있어서 안 되겠다 싶기에 용기를 내서 왔다는 거야.

오지 말라는 소리를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안 오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욕을 얻어먹더라도 와야 했다는 거지.

다시 쫓겨 가는 한이 있어도 와보고 가겠다는 마음에 저 혼자 택시를 타고 왔다고 하였어.

아들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아올라 뺨에 입을 맞춰주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어.

뇌성마비가 심해서 밥도 떠먹여 주어야할 정도의 아이가 저 혼자 택시를 타고 왔다는 것도 대견하였고 내가 그토록 모질게 대해 주었는데 그러한 용기를 냈다는 것이 대견하였으며 내말을 모두 알아듣고 뉘우치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던 거야.

그 순간 그 아이는 내 스승이었어.

이것은 정말이지 중요한 말이야.

앞서 처형의 경우는 자신의 부정성을 이겨내지 못해 그토록 힘이 들었지만 이 아이는 그래도 스스로가 이겨냈거든.

이 말은 내가 절대 잘했다거나 못했다는 말이 아니야.

내행동이 남들이 봤을 때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 맞아.

그렇지만 그러한 내행동은 내문제이고 그러한 내행동을 통해서 성장을 하거나 또는 마음의 안정을 얻어야 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상대자라는 말이야.

한마디로 내가 개차반처럼 행동을 해도 그것을 통해 자신이 편해지라는 소리거든.

만약 내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와 싸움을 해도 좋아.

한바탕 싸움판을 벌리더라도 마음에 앙금이 남아서 명상을 못할 정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야.

이것이 바로 부정성을 이기느냐 아니면 부정성에 내가 굴복하느냐의 문제인거지.

내 육신 스승께서 항상 우리들에게 긍정 속에 머물라는 말씀을 하신 뜻은 바로 이러한 의미가 있어.

아들아!

우리들은 오늘도 하나의 수행상의 장벽을 넘었던 것 같구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출연자들에게 감사를 해야 할 것 같으니 그들의 수행자로서의 성취를 기원하며 오늘의 대화를 마치도록 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