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삶의 방식.

배가번드 2022. 5. 1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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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같은 세상을 안전하게 걸어가려면 장화를 신으면 됩니다.

이 말씀을 내게 하셨던 이는 스님이었습니다.

내가 하는 사업마다 망하고 꽃 배달에다 녹즙배달, 설거지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고생을 하자 위로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지요.

아마도 그분은 출가를 하면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분의 이와 같은 출가권유의 말씀에 즉흥적인 대답이 나왔습니다.

스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지금 나는 발바닥으로 진흙의 느낌을 느끼는 중입니다.

발에 닿은 진흙의 느낌이 오묘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며 즐기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긴 하지만 지금도 이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비록 전생에 내가 스님이었다고는 하지만 현생까지 스님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을 선택했지요.(전생의 일부 일뿐)

그렇다고 해서 그분의 말씀이 틀리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이렇게 살고 싶고 다음번에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진흙의 느낌이 너무나 좋다는 거지요.

때로 뾰족한 돌이 발에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조심해서 걸어보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요령도 생깁니다.

무엇보다도 진흙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료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나오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걸어보니까 이쪽길이 좋고 이렇게 걸으면 좋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겁니다.

그렇게 깊은 곳에 가서 고생하지 말고 이쪽으로 나오면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중이지요.

스님이 장화를 신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내가 맨발로 다니며 사람들에게 이쪽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이 고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방법이 차이 날 뿐입니다.

구태여 설명하자면 얕은 물에 장화를 신고서 소리치고 있느냐 깊은 물에 떠다니며 사람들을 물 밖으로 밀어내고 있느냐의 차이라 할 수 있지요.

같지만 같지 않고 같지 않은 듯 같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