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죽 떠낸 자리는 표가난다.

배가번드 2022. 5. 2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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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떠낸 자리는 표가나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외형적으로는 표가 안 나겠지만 떠낸 만큼 줄어든 겁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을 할 때 스스로 위안을 받기위해 만든 말이지만 수행자들은 이따위 말을 써먹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살았던 흔적은 남기마련이며 언젠가는 결과물이 돌아옵니다.

물론 양심이 탈출해버려서 찾을 길이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양심에 숨이 붙어있다면 이렇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좌선을 하다보면 자신의 과거행적이 떠오르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 마련입니다.

나 같은 경우 눈을 감기가 무서울 정도로 과거의 잘못들이 떠올랐지요.

결국 감방을 가야만했고 방을 일곱 번이라 옮겨다녀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나의 잘못된 과거는 내안에 내재하고 있으며 때가 되면 언제나 머리를 내밉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그곳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그저 내안에 모든 것이 들어앉아있는 가운데 일부라 여기고 있지요.

다만 현실에서 과거의 내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나를 상대하는 이들을 용서할 때 써먹습니다.

또한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현재 나를 상대하는 사람에게 더욱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과거의 내 잘못을 씻을 수 있는 길은 현재 내 곁에 와있는 인연을 통해서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잘못한 일을 용서받을 길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더 많이 사랑해줄 때뿐이지요.

그래서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을 속 깊이 미워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이에게는 더 많이 사랑하려 노력하는 겁니다.

때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런 법칙을 알고서 행동합니다.

상처를 주어도 치유가 되는 것이며 상처를 받아도 치유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두뇌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영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라 함이 없이 한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를 상대하는 이는 최고의 스승이라 말하는 거지요.

눈을 제대로 떠보면 주위에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운 좋게도 나는 이런 분을 만났으며 그가 바로 나의 스승입니다.

그가 나와 하나라고 했으니 우리는 하나가 맞을 겁니다.

그래서 상처를 주거나 받는 것이 둘이 아니며 또다시 분리가 되지 않는 한 우리는 하나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