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처음 내가 사기를 당했을 때 까지는 몰랐습니다.
그저 내가 어리석어서 사기를 당했다고만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연거푸 세 번을 당하는 동안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되면서 서서히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나마 견딜만했기에 부도를 내고 돌아가신 거래처 사장님영혼의 안녕을 빌어주었지요.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으니 걱정 마시고 극락왕생하시라며 기도를 해주었던 겁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내 돈만큼은 해주라 유언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고 그 마음이 고마워 그분이 운영하시던 가게근처만 가도 기도를 했었습니다.
망자의 유언과는 별도로 유가족들은 돈 한 푼주지 않았고 깨끗하게 포기해야했지만 원망하지 않았던 것은 그분의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한 번은 남편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거래처 사장님이 살던 집을 내가 경매해야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때역시 엄청난 공부를 했지요.
살던 사람이 나가야 집을 팔 수 있고 집을 팔아야 내가 부도를 막을 수 있으므로 할 수 없이 경매를 해야만 했던 겁니다.
남편의 외도와 잘못된 운영방식으로 졸지에 거리로 나앉게 된 가족들을 보는 안타까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살기위해서는 남에게 못할 짓을 해야만 하는 세상의 냉혹함을 경험한 셈이지요.
또 한 번은 나와 종씨였던 사람에게 부도를 맞아야만 했습니다.
같은 씨족이라 그래도 못할 짓은 하지 않을 거라 철석같이 믿었지만 돈 앞에는 같은 씨족 따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지요.
부부사이에 이혼을 해버렸으니 눈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도 돈 한 푼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해야만 한다는 이치를 그때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가운데 기적을 경험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되었지요.
자살의 유혹과 머리가 갈라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하면서 내면의 신이 진면목을 드러냈으니 그야말로 번뇌는 보리였던 셈입니다.
이런 일을 격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직도 물질세상의 쾌락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더욱 잘되었을지도 모른다 하겠지만 신의 내재함을 확인해본결과 그 모든 고난과 아픔을 신이 주신다는 것을 확인했었기에 잘될 턱이 없지요.
물질세상을 버리기로 마음먹고 수행 길에 접어든 후에도 몇 번의 사업을 시도했지만 결정적 순간에서 모두 허물어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장사를 해나왔고 친척들이 모두 장사를 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내안에는 사업에 대한 마인드가 깊게 뿌리내려져 있습니다.
호주에서 딸기밭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까를 생각했고 전기 일을 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사업에 대한 궁리를 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신은 앞길을 막아섰고 시도조차 못하게 만들었지요.
돈과 도가 함께 할 수 없음을 몇 번이나 확인시켜 주었던 겁니다.
사람마다 세상사는 방식이 다르고 진리를 향한 길을 걷는 방식도 다를 것이 분명하기에 이것이 정답이라는 말은 하지 못합니다.
다만 나에게는 분에 넘치는 돈이 주어지지는 않고 있으며 돈과는 거리가 먼 길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때보다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요.
부자들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부자들에게까지 도움을 주는 위치에 올랐으니 이보다 풍족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
내가 돈이 많아서 돕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들과의 셈법에서 내가 항상 상대방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더 부자라는 겁니다.
비록 돈은 없어도 마음에 만족을 얻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만족 없는 사람이 쌓아둔 재물은 허기진 배에 포만감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긁어모으려 하는 것이고 아귀다툼을 벌이게 되지요.
당사자가 그렇지 않으면 후손들이 긁어모은 재산을 뜯어먹으려 전쟁을 벌일 겁니다.
수행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영생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물질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도를 닦는데 돈이 생기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도를 잘 닦으면 돈이 생긴다 생각된다면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물질은 무거워 땅으로 내려가고 영은 가벼워 위로 올라간다는 이치를 안다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겁니다.
나라면 돈이 생기면 좀 더 많은 보시를 하고 돈 버는 일보다 영을 깨닫게 만드는 일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모든 것은 선택이니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