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같지도 않은시

검은 태양

배가번드 2022. 11. 19.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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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아침이 밝아 오르는 여명(黎明),

그 여명이 깊어져 절정에 달할 때는 한낮,

그 빛이 사그라지는 저녁 무렵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夕陽).

 

마침내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는 밤의 시작,

그러나 그것은 빛의 끝이 아니라

어둠의 여명이자 어둠의 동트오름,

칠흑 같은 어둠의 절정은 밤 시간의 정오(正午),

희뿌옇게 밝아오는 동녘하늘은 어둠의 석양.

 

빛의 시작인 여명은

어둠의 석양,

어둠의 여명은

빛의 석양,

어둠과 빛은 연결되어진

알파와 오메가,

둘은 언제나 한 점에서 만나고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니

검은 태양의 밝기는

한낮의 태양만개와 같다.

 

2005.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