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선적으로 작업의 성질을 파악해야하고 작업에 필요한 도구나 공구가 있어야지요.
그러다보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시하는 입장에서는 빨리 했으면 하지만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주 램프 등을 달 때 이런 일을 경험했지요.
몇 번이나 해본일이어서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처음부터 난관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드릴이 말썽을 부렸는데 벌써 2년 넘게 사용한지라 작동이 잘되지 않았고 전등전선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았던 겁니다.
전기를 살린 후 등을 달게 되면 작업이 늦어 질 것 같아 우선은 등을 달고자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일이 발생되는 바람에 작업이 늦어졌는데 이번에는 등을 고정하는 나사가 뭉개지는 바람에 풀어지지가 않는 겁니다.
그날따라 2시에서 2시 반까지 내려오라는 소장님 말씀도 있었는지라 조급한 마음도 들었고 일주일 내도록 지칠 대로 지친 심신 탓에 작업을 일찍 마쳐버렸지요.
2시쯤에 또다시 등을 챙겨서 내려가기에는 몸도 마음도 내키지 않았던 겁니다.
다른 때 같으면 월요일 작업을 위해서라도 작업을 위한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해놓는데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그날만큼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이런 모습을 보았더라면 오해를 했겠지만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지요.
아무리 평소에 잘하더라도 단 한번만 잘못하면 모든 일이 무산된다는 점을 아는지라 구태여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상세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인연이 다하면 이상하게 일이 틀어지며 오해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기에 오히려 이런 일은 잘된 걸로 생각합니다.
미운털이 박힐수록 인연정리는 쉬운 법입니다.
예전에 꽃집에서 일을 할 때 이런 일을 경험했었지요.
1년간을 무탈하게 지냈었는데 인연정리의 시간이 다가오자 배달사고부터 시작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틀어지는 겁니다.
전직 대통령 집을 수없이 다녀가며 배달을 했어도 단 한 번도 불평이나 불만을 들어보지 못했는데 마칠 때가 되자 연이어 사고가 터져 나왔고 함께 일하는 분들과도 다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별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했던 거지요.
30년 넘게 꽃과 함께 한 사장님과의 인연도 박 터지게 싸움을 했던 아가씨들과의 인연도 정리하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나야만 했기에 이런 일은 일어나야만 했던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이제 두어 달 정도 남아 있으며 정리의 시간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기초 작업을 위해 1년 넘게 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벽을 까야했던 시간도 바닥을 기다시피해가며 배관작업을 했던 시간도 건물의 완공 속에 묻히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겠지요.
그렇지만 그 모든 시간은 내가 선택한 순간들이었음을 내가 압니다.
그래서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 다툼의 시간이 있었고 반목(反目)의 시간이 주어졌다 해도 해피엔딩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지요.
내가 심어놓은 것들을 수확하는 시간이었기도 했고 또 다른 결실을 위한 밑 작업이기도 했던 셈입니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내게 주어질는지는 모르겠지만 끝마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이 오고 있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는 겁니다.
가슴 뛰는 새로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슬프기보다 흥분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별은 아름다운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