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신세진 일은 갚아야한다.

배가번드 2023. 1. 19.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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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할 일이 있습니다.

신세를 지게 되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일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돈을 빌리거나 빌려 줘보면 됩니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보면 아무리 상대방이 갚지 않아도 된다 말해도 마음이 도무지 편하지 않으며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신세를 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심지어 갚고 나서도 그분을 볼 때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대로 내가 빌려주었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겪기 마련입니다.

어려운 가운데 힘들게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 것도 속이 상하는데 전생에 빚을 진거라 생각하라 말하는 바람에 더욱 속이 상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옳은 말이긴 하지만 돈을 빌려간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지라 여간 속이 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아야할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평상시 그 사람의 언행이 그 사람의 영적수준이며 그가 어떤 지경에 처해질지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진정 영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있고 해탈을 했다면 빌려준 사람에게 구태여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주변을 어슬렁거릴 이유가 없지요.

더군다나 갚지 않아도 된다 말하고 빌려주었다면 상대방이 스스로 찾아와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연락을 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이 부담을 가질 것이 분명한지라 될 수 있으면 연락을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만약 누군가 입으로는 갚지 않아도 된다 말하고 빌려준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연락을 자주한다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로 봐야합니다.

틀림없이 이런 사람은 불순한 목적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전생에 당신에게 빚을 졌기에 갚는 것이라 말하지만 자주 연락을 해가면서 심적인 부담을 준다는 자체는 갚으라는 무언의 압력인겁니다.

마치 깨달음을 얻어 해탈을 한 것 마냥 말하지만 전생을 말한다는 자체가 아직은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거지요.

나 같은 경우 돈을 빌려간 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갚지 않는 사람을 향해 전생에 빚을 진거라 여긴 적은 있지만 진정으로 전생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처음부터 빌려준다기보다 여유 돈을 나누어쓴다 생각합니다.

지금껏 그다지 여유 있게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나에게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 없지만 수행초기만 해도 많은 이들이 나에게 돈을 빌리러 오곤 했지요.

얼마나 급했으면 나에게까지 왔을까 싶어 다른 이에게 빌려서 빌려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알고 보니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던 분인데 결국에는 쪽박을 차고야 말았습니다.

갚겠다는 시한이 넘어 돈을 주지 않기에 화를 냈더니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수행자가 돈에 연연하지 말아야한다는 바람에 더욱 화가 났지요.

수행자가 돈에 집착하면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말하기에 기가 막히는 겁니다.

전생에 빚이 있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거라는 말을 그분이 하지 않았더라면 그처럼 화가 나지 않았을 터인데 영원한 해탈을 추구하는 수행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와서는 안된다싶어서 더욱 크게 화를 냈던 거지요.

그때껏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던 사람이 정도이상의 화를 낸다싶었던지 며칠 내로 돈을 가지고 왔습니다.

알고 보니 다른 이에게 급전을 빌려 나에게 갚은 것인데 결국에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 후 주식투자를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떤 이들은 이일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정말 전생에 빚을 갚는지도 모른다 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은 진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당신과 나는 전생에 이런 관계여서 당신이 나에게 돈을 갚아야한다 말해야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자를 얼마나 많이 줄 것처럼 온갖 말을 늘어놓은 후 갚으라는 독촉에 전생운운 한다면 쇠고랑차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할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돌려받지 못한다 생각하고 빌려줍니다.

빌려준 적도 없지만 만약 빌려주었다면 내가 갚아야하는 빚이 있어서 준걸로 여긴다는 말이지요.

어차피 일반인들이야 윤회의 쳇바퀴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으로 끝없이 주고받는 일을 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영생을 추구하는 구도자는 전생을 언급하며 채무를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갚을 수 없다면 더 이상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을 해야 하며 빚을 져가면서 빚을 갚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이미 여러 사람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었는데 더욱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인식을 한다면 내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지금 생각에는 목돈이 생기게 되면 돈을 모두 갚아버리고 깨끗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겠지만 근본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면한 현실은 과거에 내가 행한 행위에 대한 결과물인 동시에 내 미래를 결정짓는 원인제공을 하고 있지요.

내가 뿌린 것들이 싹을 내밀로 있는 것이며 내가 처리해야할 일들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바른 미래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장사를 해왔는지라 돈 빌리는 것을 아주 쉽게 여겼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사람저사람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살았지요.

하지만 수행을 시작하고 보니 간단하게 여길 것이 아님을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그동안 저질러 놓았던 빚을 한군데로 몰아놓고 해결을 했으며 더 이상 개인에게 빚을 지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경제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빚을 한군데로 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이자가 많은 빚부터 청산하라고 하는데 경험상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나에게 부담을 되지 않는 곳으로 빚을 몰아넣고 일체의 빚을 더 이상 지지 않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이며 해탈을 향한 지름길과도 같지요.

다른 이의 경우에는 내가 알 수 없으나 단 한 번도 돈을 빌려준 적이 없으며 돌려받을 돈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