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사들은 깨달음의 경지를 한 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잠잔다.
이 말씀은 일종의 선문답과 같은 것으로 본능에 충실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만약 이 말씀을 액면대로 받아들일 것 같으면 짐승이 사람보다 훨씬 잘하지요.
소위 구도의 길을 걸어가는 수행자들의 삶은 일반적이지 못하며 세상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기마련입니다.
세세생생 쌓아놓은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본능을 극도로 억제하며 살아갑니다.
고행을 통해 육신너머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려고 육신과는 반대되는 행위를 하는 겁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학생들처럼 세상살이를 등지고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면을 관(觀)합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명상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맛있는 음식과 술도 마다하며 기도를 하는 까닭은 내면에 잠들어 있는 우리의 진짜 영혼인 眞我(성령)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불현 듯 진아(眞我)를 깨닫고 온 세상이 진리로 가득함을 득하여 내 육신을 움직이는 주인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선문답과 같은 거지요.
내면에 들어앉아 있던 진짜 주인(영혼)을 만났다는 것은 성령(진아)이 깨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의 육신을 움직이는 이가 따로 있음을 알았으니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액면대로 받아들여 본능에 충실하여 산다면 짐승과 하등 다를 바 없이 되어버립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해본사람들은 알겠지만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올라가지 않는반면 공부를 조금이라도 등한시하면 성적은 사정없이 내려갑니다.
그렇지만 과외수업을 받으면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원이나 개인교사에게 과외를 받는 겁니다.
실력이 있는 과외교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고 수업을 받는 이유는 성적을 향상시켜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비싼 과외선생은 명문대 출신일 경우가 많으며 그들의 경험을 통해 명문대를가기위해 노력을 하는 거지요.
그러나 명문대를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공부를 잘 가르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은 타고난 머리가 있어서 쉽게 이해를 하고 공부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과 학생이 서로 인연이 있어야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지식을 만나 득도를 원하는 이들도 서로 간에 인연이 있어야하는 겁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잠잔다고 말하는 스승이야 이미 내면이 드러나 자신의 육신을 성령이 움직이는지라 이렇게 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이 이대로 살다가는 그저 짐승이나 다를바 없는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말지요.
그래서 진정으로 깨달은 스승은 제자들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는 법문을 합니다.
부처가 팔만사천가지 법문을 한다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똑같은 법문을 들어도 제자들마다 해석은 전혀 다릅니다.
과거에 내 스승이 개 법문을 하신 적이 있지요
개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라는 법문이었는데 다들 개를 키우는 것이 대유행이 되었던겁니다.
갑자기 주변이 개아범과 개 어멈들로 넘쳐났는데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습니다.
내가 들어보았을 때는 개를 통해 순수한 사랑을 깨닫고 육신의 한계를 깨달아 알라는 법문이
었는데 갑자기 다들 개보다 못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지요.
정말 꼴불견이었지만 단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은 그들 수준대로 논다 싶었기 때문으로 스승의 말도 저렇게 오해를 하는데 내말인들 알아듣겠냐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런 일은 마찬가지로 일어납니다.
영적인 책을 보거나 어떤 가르침을 접하면 자신의 수준으로 바라보며 그것이 절대 진리인양여기저기 말을 옮기고 다니며 타인을 가르치려 듭니다.
본인이 그렇게 여기면 그렇게 살면 될 것을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화를내기까지 합니다.
이모두가 자신이 깨닫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행동들이지요.
사실 이런 사람을 위해 스승이 그런 법문을 하는 겁니다.
졸업한 사람은 스승의 말에 최면이 걸리지 않으며 그 속뜻을 헤아립니다.
내가 찬찬히 말해주면 그때야 알아듣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 돌아서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주어진 환경에 지배를 받다보니 주변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내면에서 울리는 진정한 영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몸을 달리하고 있지만 내면으로 성령이 연결되어 있기에 함께 할 때는 이심전심이 이루어지다가 멀어지면 각자의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그래서 반복된 가르침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삶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가야 하는 겁니다.
우리들이 교회나 절에 가는 목적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로부터 잠시 떨어져 우리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지요.
늘 들어보면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반복된 가르침이 내안에 인이박히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르침이 실현되어질 때(말씀대로 살아갈 때) 비로소 외치게 됩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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