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내가 완장을 차지 않는 이유.

배가번드 2023. 10. 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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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전기 분야의 기초 작업인 관계로 벽을 부수어야할 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배관작업을 할 때 엉뚱한 곳에다 연결을 했기 때문에 다시금 수정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벽체를 까서 바로잡아 주어야하는 겁니다.

또는 멀쩡하게 작업해 놓은 배관을 타 공정의 작업자가 훼손하는 경우도 있으며 도면숙지를 제대로 못해 배관자체를 빠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브레카작업을 통해 박스를 새로 심어 주어야하지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런 일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사람마다의 방식이 다르다는 겁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장 효율적이고 단시간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만 어떤 이들은 도면에 나와 있는 대로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되면 일은 대공사가 되어 한군데 작업에 하루 종일 시간을 소요하게 됩니다.

통합 단자함이나 월 패드에 들어가야 할 배관이 온도조절기박스에 들어가야 할 배관과 바뀌어 졌을 경우 나 같으면 박스뒤쪽에 구멍을 내어 서로 연결되게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되면 심하게 벽을 허물지 않아도 되고 간단하게 작업을 마무리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몇 억씩이나 하는 집을 눈가림식으로 공사해서는 안 된다 말하며 기어코 벽을 허물어 새로 배관하려는 사람들이 있지요.

내가 생각할 때는 오히려 벽을 허물어내고 새로 배관하는 것이야말로 건물을 훼손시키는 것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여겨집니다.

어차피 벽속에 선이 들어가는 것이고 그 선이 다른 박스를 거쳐 가거나 직접가거나 전깃불을 밝히고 신호를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박스 뒤쪽을 뚫어 선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안 될 것은 없는 것이며 남들 보기에도 눈에 거슬림이 없는 겁니다.

어차피 기구가 달리고 나면 평생가야 그 속을 들여다 볼일은 없으며 본다한들 문제가 될 것도 없습니다.

선이 들어차 뒤가 보이지도 않고 그리로 먼지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므로 누구도 문제 삼을 것이 없지요.

반도체 공장도 아니고 가정용 월 패드에 배관하나가 들어가는 것인데 심각하게 여길 이유가 없다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의 생각은 나와는 많이 다릅니다.

완벽해야한다 생각하고 완전히 벽을 허물다시피해서 기어코 제대로 연결하고야 맙니다.

아마 내말을 듣고 반대의견을 낼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내말이 옳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쪽이 바람직한 시공법이라는 판단을 내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쪽이 어디냐가 중요하며 그 사람의 판단이 어떠냐가 옳고 그름을 결정합니다.

이런 까닭에 나 같은 경우에는 책임자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내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말하면 책임자가 결정을 해줌으로 내가 뒷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영적인 일에 비교해보면 많은 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실수도 하게 되고 심할 경우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요.

이럴 경우 대게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노력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해야 하고 용서를 받는 과정이 필요할거라는 말입니다.

일에 비유하면 잘못 시공한 점을 사과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시정하여 용서받는 것과 같은 거지요.

그러나 만약 약간의 잘못을 이번 생에서 용서받지 못하면 다시 태어나야만 합니다.

마치 배관을 어처구니없이 해서 간단한 작업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었다면 새롭게 시공을 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사람이 윤회를 하는 겁니다.

물론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벌을 받아야만 하겠지만 건물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자보수를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건물이 완성이 되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이럴 때면 어쩔 수 없이 천정위에다 배관을 깔다시피 해서 전기선을 연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배나 타일작업이 모두 끝났는데 새롭게 배관을 해야 한다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확률은 0.01%도 안 됩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이런 일은 일어납니다.

늘 하는 일이라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잠시 딴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실수를 하게 된다는 거지요.

이러한 일은 결선의 과정에서도 일어나며 전기선이 바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정용 전선의 경우에는 색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음으로 그다지 바뀔 일이 없지만 가설용으로 쓰는 케이블의 경우에는 선색깔이 확실하게 구분하기 힘든 점이 있으므로 가끔씩 엉뚱한 색을 결선하게 됩니다.

특히 4코아의 경우 접지선을 흰색으로 잡을 수도 있고 흑색으로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잘못 연결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사람도 실수를 하기 마련이며 그러한 실수를 어떻게 빨리 되돌리느냐가 문제일 뿐 그러한 실수를 크게 문제삼아봐야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똑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작업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진다는 겁니다.

어떤 이는 아무리 어렵고 난해한 일이라 할지라도 몇 시간이면 족하고 어떤 이는 하루 종일 씨름을 해도 마무리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에는 브레카 작업을 최대한 적게 하려 노력합니다.

커플링만 연결될 정도로 파이프를 노출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파이가 적은 설비파이프를 연결해줍니다.

선이 들어가는데 지장만 없게 하면 되는 것이지 파이프를 보기 좋게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파이프를 완전하게 노출시키려 듭니다.

그러다보니 브레카에 파이프가 손상을 받는지라 더 많이 까는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 같이 영적인 길을 걸어도 결과는 같지 않으며 수행방법도 다릅니다.

동일한 성경을 보아도 해석이 다르다는 것은 이 같은 점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두고 불가(佛家)에서는 인연공덕이 다르다고 하며 수행력의 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같은 물을 마시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마시면 우유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같은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지요.

언젠가 한번은 콘센트 박스의 위치가 낮게 설치되는 바람에 수정작업을 해야 했는데 관리자가 박스를 뜯어내고 파이프를 연결해서 위치를 높여주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박스를 뜯어내고 배관을 노출시키려면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으로 박스를 살려둔 체 구멍에다 파이프를 정확하게 맞춘 후 스치로폼으로 고정시키고 미장을 하면 입선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여겨졌지요.

그렇지만 관리자의 고집으로 결국에는 몇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을 시켜놓고 나중에 작업량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는지라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일을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쓸데없이 시간낭비를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돈이 남지 않는다고 작업자들을 닦달하기에 정말 짜증이 났지요.

그러나 그 당시에는 아무런 불평을 말하지 않았으며 공사가 끝나고 그 사람과 인연을 정리해버렸습니다.

그런 이와의 인연은 한번으로 족하다 여기기에 두 번 다시 함께 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작업을 엉터리로 시켜놓고 책임을 작업자에게 떠넘기는 그런 사람은 양심이 굳었거나 양심이 빠져 달아난 사람으로 영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와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요.

세상을 살다보니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마 그 사람의 위치가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완장을 차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신다는 성령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