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물질은 무겁고 영은 가볍다.

배가번드 2023. 1. 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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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가 재미있는 대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화만 내고 살던 주인공이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된 것은 자신이 원하던 걸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주인공이 이렇게 말하게 된 이유는 어려서부터 입양되어 자라난 탓이었습니다.

친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던 주인공이 마침내 친아버지를 만났고 부자간의 못 다한 정을 나누던 중 아버지가 신장이식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자신의 신장을 떼어 주었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던 겁니다.

분한 마음에 몇 년을 사기꾼 집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분한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주인공이 결말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연출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번뇌와 고통의 시간이 있은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겠지요.

신장은 물론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마음까지 내려놓고서야 평화를 찾게 되었으니 번뇌가 보리라는 말을 자신의 육신을 통해 실천하고 깨달았던 셈입니다.

나 역시 이런 점을 중국에서 김치공장이 망한 끝에 발견했습니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맛봐야만 했는데 김치공장을 포기하는 순간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험을 했던 겁니다.

중국에서 나와야 다음 여행을 할 것인데 고집을 부리는 통에 고통과 괴로움을 맛봐야 했던 거지요.

어려서부터 섬유계통에서만 종사해왔기에 식품사업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중국으로 들어가 김치공장까지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을 만나 용천폭파사건으로 힘들어 하는 북한주민들을 돕는 경험까지 했으니 중국에서의 5년은 남다른 경험이었던 겁니다.

본의 아니게 타인의 도움도 받아야했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 인간세상의 양면성과 인간의 이중성을 철저하게 경험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목표를 정했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한다 말할지 모릅니다.

나 역시 그러한 말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말을 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그 목표가 내 인생자체를 힘들게 만들 경우에는 마음을 바꿀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나만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든다면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겁니다.

김치공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느 날인가 내 주변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동료수행자들이 어느 때부턴가 나를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나를 만나기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요.

김치공장은 채식사업이고 스승님과 단체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 말하며 투자를 부탁하는 내가 좋게 보일 리가 없었던 탓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족들에게까지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만들었으니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되고 있었던 겁니다.

또한 내 인생의 목표가 흔들리는 일까지 발생이 되는 바람에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영적인 길을 가기위해 물질적인 일을 수단으로 삼고자 한 것이 오히려 물질적인일이 주가 되다보니 심신이 지쳐버린 거지요.

내가 짊어지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는 순간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으며 대 자유를 얻은 기분이 들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습니다.

투자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송구함이 없지는 않았지만 양해의 말씀을 미리 드린 터라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겁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개인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웃거린 적이 있지만 번번이 그 길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아야만 했지요.

성경은 이런 나를 위해 분명히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선지자 다니엘의 말한바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선 것을 보거든 (읽는 자는 깨달을찐저)(마24:15)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할찌어다(마24:16)

지붕 위에 있는 자는 집안에 있는 물건을 가질러 내려 가지 말며(마24:17)

밭에 있는 자는 겉옷을 가질러 뒤로 돌이키지 말찌어다(마24:18)

물질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물질적인 일을 하지 않고 살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구도자의 목적지가 이 땅에 있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이 주(主)가 되어야 하고 부(副)가 되어야하는지를 정확히 정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내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죽을 듯이 고통스러운 순간조차도 즐기고 있었습니다.

축복과 저주가 하나라는 점을 깨닫기 위해서는 이것은 필연적으로 넘어야하는 산이고 건너야할 강입니다.

들을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만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