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먹은 것은 반드시 나온다.

배가번드 2023. 1. 31. 03:51
728x90

먹은 것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입니다.

좋은 음식을 먹었든지 나쁜 음식을 먹었든지 먹은 것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영양가 많은 음식을 먹었다면 살이 찌고 피부가 고와질 것이며 나쁜 음식을 먹었다면 병이 생기거나 신체리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안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세상에 뱉어 놓은 것들은 결과물로 돌아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구의(身口意)를 통해 상대방에게 쏟아놓는 것들을 내뱉는 것으로 보겠지만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상대방은 물론 세상을 먹이는 행위입니다.

이 같은 생각은 어디까지나 만물동일체의 개념으로 너와나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는 동안 내가 행한 모든 것들은 반드시 결과물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며 아무리 가슴속깊이 숨겨놓았다 해도 드러납니다.

관계를 통해 쏟아낸 말과 행동들은 상대방을 통해 돌아오고 미처 드러내지 못한 생각들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말과 행동이 되어 나타나게 되어있지요.

과거에 살았던 흔적은 지금의 상대와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감추고 싶은 비밀이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해도 자신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통해 나타나기에 성경은 해아래 감출 것이 없다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내면을 드러내는 공부를 하고 있는 수행자들에게 적용되는 말이며 일반인들은 죽은 후에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살아있는 동안 드러나지 못한 죄는 사후에 하늘에 올라 심판 받는다 말하는 겁니다.

나에게 이런 일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어서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과거모습을 그대로 보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살았는지를 말하게 되며 속내를 보이기 마련이지요.

이럴 때면 모른척하고 넘어가지만 자신의 것을 보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만을 지적하는 행위를 볼라치면 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 역시 이런 일을 경험했기에 딱히 해줄 말은 없지만 정도껏 하라는 말은 해주고 싶습니다.

함께 일을 하다보면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기 마련인데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소리를 질러가며 작업지시를 하는 통에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리 상급자라도 시시비비를 가렸지만 이제는 웬만큼 단련이 된지라 대꾸를 않고 참아냅니다.

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내가 잘하고 상대방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지적사항이 내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가 오해를 했다 해도 그 사람의 눈을 통해 내안에 미세한 것들이 보였기 때문이지요.

또한 그가 나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보는 것일 수도 있기에 참는 겁니다.

사람의 몸이 소우주라는 말이 이래서 생겨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처음 수행 길에 접어들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사업이 망해서도 아니고 현실이 어려워서도 아니었지요.

눈을 감고 명상을 할 때 보게 되는 과거의 내 잘못들 때문에 힘이 들었던 겁니다.

달마대사의 수제자 혜가가 눈만 감으면 보았다는 자신의 잘못을 나또한 보았던 것인데 참으로 넘기 어려운 산이고 건너기 어려운 강이었습니다.

내안에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있음을 보았으니 눈을 감기가 어려웠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스승은 나에게 스스로를 용서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지요.

스승의 이 말씀은 내 잘못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라는 뜻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며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라는 말씀으로 들렸던 겁니다.

그리고 인간의 몸이 우주를 담고 있는 그릇임을 알아서 잘못된 행동 또한 나의 일부분임을 깨달아 알라는 뜻으로도 들렸습니다.

또한 육신의 한계를 알고 영의 세계를 깨달아 알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타인의 잘못을 볼 때는 쉽게 용서하며 나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는 사정없이 심판의 칼을 들이대는 겁니다.

때리는 너와 매를 맞는 내가 하나이기에 용서하고 용서받는 일 또한 하나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내안에 쓰레기를 보는 나와 쓰레기더미 같은 내육신은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두식구이기에 서로를 보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우리가 알기에 우리는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와 내가 하나임을 아는 자만 들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