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성매매 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여성과 결혼을 한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습니다.
같은 직장에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결혼을 한 겁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와 결혼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 수 없음에도 알게 된 것은 내 어머니가 나에게 말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가 이종형님의 집에 근무를 하고 있었던 탓에 형수님이 알게 되었고 내 어머니에게 그러한 일을 말해주었던 것이 내게 전달된 거지요.
어머니께서 그 친구를 만나 결혼을 말려야한다 하시기에 그런 어머니를 극구 말려야만 했습니다.
두 사람이 인연이 있어서 만난 것이고 결혼까지 결심했을 것인데 그렇게 말린다고 해서 결혼 안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로는 신붓감의 과거가 알려진 것은 분명 신랑자리의 주변에서 이미 그 사건이 쟁점화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며 나에게까지 소문이 들려오진 않았을 겁니다.
세 번째 이유로는 다른 사람의 일에 어머니가 함부로 나서는 것이 온당치 못하기 때문이었지요.
혈육관계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어머니가 충고를 한다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신랑신부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일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잘못 살아온 과거가 있을 것인데 그것을 구태여 드러내고 밝힌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행위가 되는 겁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내가 수행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남의 업장을 가져오게 된다는 생각은 않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어머니를 말리는데 성공을 한 것 같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한쪽마음이 무거웠지요.
내 어머니가 이러한 일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거지요.
1500세대에서 단한사람에게 주는 모범 주민 상을 탄 것이 결코 자랑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어머니가 모르기에 속으로 안타까웠던 겁니다.
간단하게생각해보면 내 어머니가 훌륭할지 모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결코 좋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단순하게 아파트 단지 내에 휴지를 줍거나 청소를 하는 등의 일만 하면 모르겠으나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악담을 퍼붓는 것은 그야말로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상을 탄일에 대해 좋게만 여길 수는 없었습니다.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은 손목이 똑 부러져야한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결국 마음이 너무나 경직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인이 바른생활을 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는 것은 좋은데 마음이 너무나 강직하게 되면 쓸데없이 남의 인과에 개입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적이 있지요.
어머니와 같은 아파트에 살던 사람가운데 수녀생활을 하다가 신자와 결혼을 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수녀였던 분과 어머니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이 있었는데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생활을 오래했지만 아무런 쓸데가 없었고 지금은 교회를 다니니까 너무 좋다며 전도를 하고자 시도했던 겁니다.
그날 저녁 술이 만취가 된 남편분이 찾아와서 행패 아닌 행패를 부리고 갔지요.
때마침 대구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가 있었기에 이 장면을 고스란히 보아야만 했습니다.
수녀생활씩이나 했다면 어머니보다 성경에 대해 더 많이 알 것이고 세상을 버리고 수녀원으로 향했을 때는 엄청난 고뇌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인데 단지 어머니가 알게 된 사실하나만 가지고 그분에게 충고의 말과 함께 전도를 했던 것은 그야말로 잘못된 행동입니다.
어머니로서는 교회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예수님의 피만이 구원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여겼을 것이고 그러한 사실을 모르면 지옥 간다는 생각에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만 성경의 가르침이 그렇게 고정적일수가 없다는 이치를 어머니가 몰랐던 겁니다.
어머니는 내가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했을 것이지만 이것은 편을 들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행위가 본인을 힘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걱정을 하는 거지요.
우리가 쉽게 생각해서 천국 가는 방법이 고정적일 것 같으면 그것은 이미 감옥과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해야만 하는 매뉴얼이 있을 경우 그자체로 이미 이념과 관념의 감옥입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내말에 동감을 못하겠지만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못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두에 말했던 젊은 부부의 관계를 통해서 보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악의 개념은 너무나도 불완전하며 빈약합니다.
신부가 과거에 성매매행위를 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문제이며 남편과의 인연에서 해결되어야할 문제이지요.
제삼자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신부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생활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는 것은 칭찬하고 격려해줄 일입니다.
만약 내 가족이 그러한 지경에 처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며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쩌다가 잘못될 길로 접어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착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그자체로 축복받아야할 일이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 충고를 한답시고 신랑을 찾아가 네 마누라 될 사람이 성 매매를 하던 사람이라던데 결혼을 재고하라 말한다면 저주를 퍼붓는 거와 마찬가지인겁니다.
충고를 한사람의 입장에서는 선한 행위라 여기고 한일이 악한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거지요.
만약 신랑 될 사람이 신부의 과거를 모른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잘못된 정보일수도 있고 혹여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두 사람이 만나야할 이유가 있기에 만난거지요.
서로 간에 갚아야할 빚이 있기에 만나게 되었을 것이고 결혼까지 한거라는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의 과거를 어느 정도 파악을 하게 됩니다.
몸짓이나 말에서 묻어나는 과거의 흔적들을 모를 수가 없는 것인데 결혼까지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에게 충고하는 것을 자제해야하는 겁니다.
이래서 성경은 선한 일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면 악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일은 육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며 어느 개인에게만 국한시킬 일이 아닙니다.
바르게 살고 잘살았다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이 같은 잘못을 더 많이 저지릅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업장을 태산같이 쌓는 겁니다.
이래서 아는 것이 병이라는 말이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아는바에 의하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여기기에 충고를 하는 것이며 간섭을 하는 것인데 그 같은 일로인해 상대방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는 거지요.
알고 보면 상처는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많이 받게 됩니다.
내 어머니가 치매초기에 내게 하신 말씀을 생각해보면 이 같은 말은 너무나도 가슴깊이 다가옵니다.
당신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이웃의 험담을 함부로 했기 때문이라 말씀하시기도 하고 소아마비로 인해 팔이 불편하신 이모님 흉을 봐서라는 말씀도 하셨지요.
본인양심의 소리를 스스로 듣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으며 이모두가 죄의식을 씻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일에 대해 예수님은 한마디로 말씀하셨습니다.
저희가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가라사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요8:7)
남에게 충고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 안에 죄가 더 많이 들어있다는 점을 알아야합니다.
내속에 죄가 없다면 상대방의 죄를 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사람은 자신 눈 안에 대들보가 있음을 보지 못하는 주제에 타인의 눈에 티끌을 보고 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회개(悔改)하고 구원(救援)받을 사람들은 들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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