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사람의 만남에도 때가 있다.

배가번드 2021. 12. 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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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외출을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시작된 휴가가 며칠이나 지났건만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방콕에 머물고 있는 것은 연일 쏟아 붓고 있는 비 때문이었지요.

결국 늘 그래왔듯이 인터넷서핑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동수한분이 전화를 걸어와서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던 겁니다.

셋이서 인사동 마루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청와대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동수들과 만나면 어제까지 만나고 있었던 사이처럼 친밀함이 느껴집니다.

벌써 안본지가 몇 달이 되었는데 조금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지요.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심지어 약간의 다툼이 있었던 분들과도 반갑게 인사하게 됩니다.

어제 만난 분들과는 다툼이 전혀 없었지만 과거에 그랬다는 말입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닌데 신기한 것은 내육신의 의지와는 전혀 별개의 일이 쉼 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내발로 찾아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찾아가서 인사하려해도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툼이 있었다 하더라도 내면으로 화해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만남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내면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만남이 어렵고, 혹 만남이 이루어져도 자연스럽지 않다는 거지요.

사실 어제의 경우 한분은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오던 분이었고 다른 한 분은 오랜 기간을 알고 지냈어도 개인적인 만남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음이 완전히 열려져서 내면으로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개인적인일로 전화통화를 몇 번 한 끝에 만남의 자리가 주어진 것인데 마치 늘 그러한 만남이 있었던 것 마냥 즐거웠지요.

채식식당에서 오래 근무한 그 사형과는 따로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근황을 알 수도 없었고 성격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다 만나면 그저 눈인사정도로만 지내던 사이였는데 이번기회에 마치 지난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 웃고 떠들며 지내던 사이처럼 여기게 된 겁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으며 비록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내면으로 교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던 자리였지요.

결국 그 사형과의 장벽은 우리가 동시에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고 그 모든 일은 업력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간 중간 작은 스케치북에 그려내는 사형의 그림은 내게 있어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으며 또한 분의 기인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지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화풍과 또 다른 우주를 보았으니 이번휴가는 나에게 또 하나의 귀한 선물하나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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