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순간에 살다.

배가번드 2021. 12.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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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함바집 사장님께서 오늘저녁을 먹을 건가 물으셨습니다.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휴일인지라 오늘 저녁에는 당연히 식사제공을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놀라면서도 반갑게 먹겠노라 대답했지요.

항상 휴일전날은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저녁식사제공을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한다기에 이상했던 겁니다.

뭔가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실장님께서 나에게 푸념을 했습니다.

사장님이 자신들이 노는 걸 싫어해서 저녁을 먹게 했다는 말이었는데 그제야 나 역시 아뿔싸 했지요

괜히 나 한사람 때문에 그분들이 일찍 쉬러가지 못했구나하는 마음이 들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장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는데 얼마 전 무려 8일간의 휴가를 다녀온 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의 3일 연휴는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사장님은 이번기회에 주방대청소를 계획하신 것 같았고 주방식구들이 냉장고 청소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요.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동안 월급을 주는 쪽과 월급을 받는 쪽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받는 쪽은 어떻게든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고 주는 쪽은 어떻게든 주는 이상으로 일을 시키고 싶은 것이 이세상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겁니다.

어느 쪽도 상대편에 서서 생각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 또한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주는 쪽에도 서보았고 받는 쪽에도 서보았기에 양쪽모두의 마음을 잘 압니다.

그래서 나는 주는 쪽일 때는 받는 쪽을 생각했고 받는 쪽일 때는 주는 쪽을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힘든 순간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순리대로 살자면 자신이 처해있는 지금 이순간만 생각하면 될 것을 오지랖 넓게도 상대편을 헤아리다보니 내 몸이 늘 피곤해져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충고할 때는 순리대로 살라하면서 나는 그렇게 안 된다는 겁니다.

결국 내가 선택한 쪽은 순간을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이쪽이고 저쪽이고 생각할 것 없이 내게 주어진 일에 만족하고 그 일을 즐기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는 결론을 얻은 거지요.

이런 이유로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고 내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