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같지도 않은시

두루미와 영원(永遠)을 노래하다.

배가번드 2022. 11. 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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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黎明)의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전에

잿빛두루미 하나

공사장 인근의 웅덩이를 찾았다.

 

밤사이 두루미에게 일어난 일을

나는 알지 못한다.

 

어느 인생의 뒤안길을

우리가 알지 못하듯이

두루미도 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그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앉았을 뿐이었고

우연히,

참으로 우연히도 내 눈에 띄었던 것이다.

 

두루미와 내가 시공간의 교차점에서

잠시 만나 무언의 교감을 나누었다 할지라도

인생과 철학을 논하고 영원(永遠)을 노래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고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렇고 그런 일과를 보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와 내가 공감하고

찰라(刹那)속에서 엿보았던

영원의 세계를 뒤로 한 채

알 수 없는 길을 서로가 떠나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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