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같지도 않은시

콩나물 한바가지.

배가번드 2022. 11. 15.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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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들이 나를 올려다본다.

 

수백 개의 콩나물 대가리와 꽁지들을

언제모두 처리하나 생각하면

콩나물들은 나에게 부담스러운 일감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하고 또한 행동한다.

 

내 앞에는 오로지 단 한 개의 콩나물만이 있다고.

 

콩나물 하나만 끝나고 나면

자유로울 수 있다 여기며

콩나물 하나를 들고 다듬기 시작한다.

 

하나를 끝내고 나면

또다시 시작한다.

 

콩나물 하나의 대가리와 꽁지를 다듬게 되면

나는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반복하는 동안

내 앞에는 단 하나의 콩나물만이 존재한다.

 

이렇게 시작과 끝마침이 연속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우주의 순환이라는 사실이

소리도 없이 콩나물위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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