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눈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배가번드 2022. 12. 2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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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을 하기 전 나와 거래를 하던 분이 갑자기 내의식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일을 하던 중인데 뜬금없이 이분이 생각나는 겁니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음으로 이분이 떠오른다는 것은 단순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다보니 이분과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구도의 길을 걷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약 30년 전의 일입니다.

어느 날인가 이분이 주문한 물품을 주기위해 집에 도착했을 때 나와 비슷한 이불 제조업을 하는 또 다른 업자가 도착해 있었고 한 참 흥정을 하는 중이었지요.

부부가 함께 다니며 장사를 하는데 그날따라 나와 겹치게 도착한 겁니다.

그런데 웃으며 서로 흥정을 하던 중에 거래처 사장이 그날 미리 도착한 업자의 부인 가슴에 손을 집어넣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농담을 하며 웃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말릴 새도 없이 벌어진 일인데 어이없게도 부인이 가만히 있기에 더욱 놀랐지요.

다만 남편 되는 분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는데 거래처 사장은 아랑곳 않고 그 짓을 계속하는 겁니다.

가만히 노는 꼬락서니를 보니 한두 번 당하는 일이 아닌 것 같았고 이골이 난 부부가 거의 체념하고 당하고 있는 모양 이였는데 내일이 아니고 당사자들이 크게 화를 내지 않는 것 같기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낙 큰 거래처다보니 갑질을 하는 중인가 보았고 당하면서도 크게 화를 내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요.

제삼자인 내가 화가 나는데 남편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왔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남편에게 당신도 거래처 사장부인 가슴을 만지라고 웃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는 것이기도 했고 민망하고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을 경쟁업체부인에 대한 배려라 생각했던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마음을 읽었는지 거래처 사장 부인이 나서서 그만하라고 소리쳐 망나니짓을 멈추게 만들어 마무리가 되었지요.

그날이후 거래처 사장이 좋게 보일수가 없었고 늘 마음속에서 그 장면이 떠나지 않고 있던 중 입문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거래관계가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일 때문에 거래를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내 의식 깊은 곳에서는 이분의 행동을 심판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을 수행하다 보니 이들에게도 인과의 업식(業識)이 작용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내가 함부로 심판내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지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들에게는 서로에게 얽혀있는 인연 고리가 있었고 현생에서 풀어야만 하는 인과의 작용이 있었기에 이런 경우 어떻게든 업식을 풀어야만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일이 내 눈에 비친 것은 나로 하여금 그들의 행위를 통해 이세상의 덧없음과 인과의 법칙을 깨닫고 해탈에 이르게 만들기 위해 신이 안배를 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내 눈앞에서 그러한 연극무대를 펼쳐야만 했던 거지요.

장사를 다니던 중에 눈앞에 펼쳐진 이러한 인간 군상들의 행태들은 나로 하여금 세상을 벗어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도저히 이세상은 제정신 가지고 살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만들었던 셈입니다.

알고 보면 그분이야말로 나에게 구도의 길을 걷게 만든 장본인이나 다름없으니 감사해야합니다.

훗날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서 찾아갔을 때 수술을 받고 장사까지 그만두었다며 치료에 전념한다 했는데 이제와 생각나는 것을 보니 떠날 때가 되었나봅니다.

그분의 영혼이 작별인사차 내게 온 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 마음 깊은 곳에는 그분과의 사이에서 일어났던 이러한 일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이 응어리져 남아있었던 겁니다.

내가 심판의 자리에서 내려서지 않는 이상 그분 영혼의 일부분은 내안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에 이런 식으로 풀어야만 하는 거지요.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심판을 하고 심판 당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연극무대를 마칠 때는 한 점의 부끄러움도 남겨서는 안 되며 모든 인연관계를 정리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일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거나 저런 식으로 살아서 안 된다는 것은 사는 동안 나에게 필요한 것이지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은 이래서 생겨난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이들이라도 이세상이라는 연극무대에 서기위해서는 특별한 품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다.

또한 일생을 사는 동안 반드시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이 있으며 풀어야만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눈에 불완전하게 비칠지라도 그 일은 일어나야만 하고 해야만 하는 일 일수 있다는 거지요.

그런 이유로 황매산에서 육조혜능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던 겁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 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내 눈을 수리(修理)하면 온 우주가 바뀐다는 것은 참으로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