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배가번드 2023. 11. 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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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 면회를 갔습니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지요.

자가용으로 가면 40분 남짓 걸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지라 이번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했던 겁니다.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리는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인데 예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요양원이 화성시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서 남양읍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비가 와서인지 택시가 잡히지 않는 바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면회시간을 어겨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30분 이상 늦게 도착한 겁니다.

다행히 요양원측의 배려로 면회는 할 수 있었지만 이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일먼저 떠오른 것은 그동안 하나님의 기적 같은 안배로 인해 면회시간을 어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겨울 허허벌판에 내려 막막해 하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빈 택시가 오는 바람에 그다지 크게 고생하지 않고 요양원에 도착 할 수 있었던 일과 이런 저런 곡절에도 지각없이 면회를 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손길 탓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겁니다.

만약 이번에도 내가 제시간에 도착했더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들이 하나님의 축복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매번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모르고 넘어갈 수가 있기에 하나님은 나에게 지난날의 기적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위해 이번 일을 경험하게 하셨다 생각합니다.

택시를 타기위해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자리를 옮기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정해진 면회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남양 읍에 도착한지라 처음에는 여유가 있었고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하나님의 안배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시간이 촉박해지자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이번에는 하나님의 안배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동안의 믿음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경험을 한 셈입니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일시적인 것이라 곧바로 마음을 돌이키기는 했지만 숱한 기적을 경험한 나조차 이렇게 작은 일에 흔들림이 있는데 신을 경험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세파의 시달림을 극복하고 영생을 얻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의 도움 없이 인간의 능력만으로 영생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거지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세례요한이 죽음을 앞두고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기도를 떠올리게 되었지요.

 

가라사대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눅22:42)

사자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돕더라(눅22:43)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피방울 같이 되더라(눅22:44)

 

이 내용을 우리는 깊이 있게 상고(詳考)해봐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되살아날 줄 알고 있었다고 가르치지만 이 내용을 보건데 예수님은 되살아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만약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 예정되어있다면 이토록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몇 차례 언급했다시피 십자가 사건은 계획된 연극이기는 했지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에 이렇듯 간절하게 기도했던 거지요.

이 내용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육신으로 완벽할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며 하나님과 하나 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성령이 드러나는 것일 뿐 육신이 하나님과 하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육신으로 완전해질 것 같으면 예수는 오늘날까지 살아있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육신으로 완전해진 이는 단한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하며 사람을 통해 역사하시는 성령만이 완전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의 이 내용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점을 깨닫게 만들기 위해 기록된 겁니다.

하나님과 하나 되신 예수님조차 육신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인간의 나약한 면모(面貌)를 여지없이 보여준다는 점을 알게 만들지요.

이 같은 일은 육신을 가진 이라면 누구도 예외일수 없으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입니다.

다만 성령이 드러난 이는 성령의 불꽃을 나누어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으며 육의 생명이 끝나는 즉시 영의 부활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요한도 예수님도 살아생전 육적인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던 것이며 우리의 표본이 되신 겁니다.

육신의 나약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기도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마6:9)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6:10)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마6:11)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마6:12)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마6:13)

 

우리가 무엇을 귀하게 여기는가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달라집니다.

물질을 귀하게 여기면 물질이 주어질 것이고 영을 귀하게 여기면 영이 주어진다는 거지요.

그래서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여기라고 했습니다.(9절)

10절에 나라가 임하라는 것은 우리 육신이 성전 되게 해달라는 뜻입니다.

우리 육신이 성전이고 성전 안에 하나님이 거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이 같은 점을 알게 되면 매일 먹는 음식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우리에게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다고 합니다.(11,12절)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는 것은 성령이신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타인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며 우리가 만약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면 내재하신 성령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요.

13절 내용은 그야말로 중요하다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누구라도 시험에 들면 이겨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기도하라 한 것이며 악에서 구하라는 말은 육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해달라는 겁니다.

즉, 성령이 드러나게 해달라는 뜻이지요.

하나님왕국 및 권능과 영광이 영원한 세상에 계시는 아버지께 있음을 안다는 것은 성령을 안다는 말과 같으므로 성령에 대해 확신한다는 말입니다.

늘 이 같은 마음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도하라는 예수님말씀은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육신을 가진 이상 언제나 시험에 들 수 있으며 악한일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신 겁니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될 때는 누구나가 감사를 말할 수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감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험조차 우리의 믿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님의 안배라는 사실입니다.

육신은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이신 성령은 할 수 있습니다.

 

성령의 내재함을 깨닫는 자는 들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