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아들아!(96)

배가번드 2022. 1. 1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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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일차적인 자금문제가 해결이 되고 나서 여러 김치업자들을 만나보니 우리공장의 힘으로는 감당해 낼 수 없을 만큼의 관심도를 보이고 있었어.

또다시 중국으로 건너와 식구들에게 이러한 일들을 얘기해주고 다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라 일렀으며 일을 할 때 각별히 조심하라고 말을 해주었지.

평상시 너무나 위생 개념들이 없었기에 모자와 마스크, 장화를 꼭 착용하라고 일렀는데 내가 볼 때마다 러닝셔츠 바람에 모자를 옆으로 삐딱하게 쓰고 일을 하는 모습을 수시로 목격을 하였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우려했던 데로 견본으로 만든 김치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는데 그 자리에서 노발대발을 했어.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내가 언성을 높였던 것은 그들의 안일한 태도를 고쳐 주어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내 호통소리에 다들 몸을 움찔거릴 정도였지만  며칠만 지나면 또다시 그 모양이더구나.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어.

공장장이나 부사장이라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이 모양이라면 그 밑의 사람들이야 말하면 뭐하겠냐는 거지.

솔직히 그냥 넘어 갈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 동안 만든 김치를 모두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지시를 하였어.

그런데 이러한 나의 마음을 그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거야.

어쩌면 그리도 사람의 마음을 몰라주고 자기들 생각대로만 움직이려 드는지

이렇게 사람들과 씨름을 하는 도중에도 공장의 각종설비와 기계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는데 조카의 친구에게 구입한 냉장고 기계가 들어올 때였어.

아무리 봐도 기계가 이상한 것 같아 가까이 가서 보니 기계 출고날짜가 3년도 더 된 것을 페인트만 새로 칠해 온 것이 아니겠니.

믿고서 맡겨놓은 일을 그렇게 한 것은 아마도 돈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았는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지.

결국 기계를 돌려보내고 조카를 나무랄 수밖에 없었고 그 일을 끝으로 조카가 우리공장을 그만두게 되었어.

아들아!

내가 이일을 겪으면서 내 과거를 철저히 되새겨 보아야 했어.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나의 사고방식과 공짜를 바라던 나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있었지.

실행에 옮기지만 않았을 뿐 그 모든 일들이 생각들 속에 존재하는 것들 이었던 거야.

과거에 내가 평상시 즐겨 하던 말이 생각나더구나.

 

나 역시 내 친척이 대통령이나 권력의 상층부에 있다면 그의 덕을 보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와 같이 내 주변에 그러한 권력이나 부를 가진 이들이 없었기에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그들이 했다고 해서 내가 그다지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만둔다는 데야 말릴 수가 없었어.

이렇게 내가 사람들의 습관과 내 안에 자리했던 내 생각들의 현현들과 씨름을 하고 있는 동안 생각지도 않는 일이 터져 나오지 않았겠니.

그 동안 허가문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투자금액에 대한 일이 불거져 나온 것이었지.

서류상으로 통장에 입금이 되어있는지의 여부가 확인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처음 내가 무심코 10만 불을 투자한다고 기입하였는데 내 딴에는 너무 많이 한다고 해놓고 못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된다 싶어 적당하게 써넣었거든.

그런데 이러한 투자금액만큼의 금액이 들어있는 통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어.

그때까지도 이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은 이 같은 서류문제는 돈만 좀 집어주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그 누구도 이 같은 서류 일을 해줄 사람이 없더구나.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당시 이런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중국의 달러 교환 상들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서류를 할 시기와 맞물려서 사고가 터져 버린 거야.

달러 교환상인 중에서도 거물에 속하던 사람이 유로화가 투자가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사들이다 폭락을 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잠적을 해 버린 거지.

이일로 좁은 바닥인 단동시 전체의 사채시장이나 달러 교환 상들의 자금이 동결이 되다시피 되는 바람에 예전 같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안 되고 있었어.

결국 또다시 한국을 갈수밖에 없었던 거야.

아들아!

이것 또한 내가 아무리 움직이지 않으려 해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이 만든 완벽하게 짜인 각본이었어.

너무나도 완벽하여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는

또다시 돌아간 한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더구나.

그래서 여기저기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몰라.

어느 누군가 돈 있는 분이 태백센터에 내려가 계시다는 소리를 듣고 그 길로 태백을 갔지만 돈이 잠겨있다는 소리만 듣게 되었고 또다시 누군가 중앙센터를 짓기 위해 돈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바라던 대로 10만 불이 있다고 하였어.

속으로 내가 태백을 온 것이 바로 이 같은 소식을 듣기 위해서구나 싶었고 그 길로 득달같이 영동으로 간 거야.

액수까지 딱 맞게 일치가 되기에 그야말로 나를 위한 신의 안배라 여겼어.

하루만 통장에 넣었다가 빼면 되는 일인지라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여겼거든.

잔액이 증명만 되면 되는지라 구태여 입금을 계속해둘 필요도 없었던 만큼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는데 이와 같이 쉽게 여긴 내 생각이 막상 센터를 갔을 때는 어이없이 무너지더구나.

회의를 해본결과 안 된다는 말을 들어야 했어.

공금이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는 회의결과가 나왔다고 들었는데 속으로 기도차지 않았지.

자신들은 공금을 자기들 이름으로 올려놓고 써도 괜찮고 같은 동수라도 우리들에게는 단 하루 넣었다 빼도 안 된다는 것이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하려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거야.

물론 뒤늦게 이해가 되긴 했어.

무진장 심한 에고의 의한 발상이라는

자기들은 특별한 스승님의 제자들이어서 공금을 마음대로 해도 되고 우리들은 일반 제자들이라 공금을 하루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

물론 이것은 그들의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그 같은 행동을 그 당시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야.

아들아!

모든 일은 완벽하다고 했으니 그일 또한 완벽함은 분명한데 이번의 완벽은 내가 이렇게 그들을 성토할 수 있게 만든 완벽인 것 같았고 또 다른 나의 극적인 연극을 위해 그들이 거절을 해야만 했다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있었지.

그들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나서 내가 생각해낸 일은 그때까지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있던 금융업을 하는 후배들을 떠올리게 되었어.

말이 금융업이지 사실은 사채업자들인데 이들에게 부탁을 했더니 수수료를 엄청나게 많이 부르더구나.

게다가 나에게 돈을 받기가 뭣한지 다른 업체를 알아보라고 하였지.

솔직히 과거의 선배에게 고금리를 받기가 껄끄럽기도 했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아들아!

이들과의 연락을 주고받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구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들과 별다를 바 없이 살던 내가 이제는 노선을 달리하여 고고한 수행자들 틈에 끼여 있다 생각하니 같은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어.

그리고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지.

내가 그토록 목숨처럼 아끼는 동수들은 내가 어려울 때 냉정하게 거절을 하는데 비해 과거 건달시절의 후배가 자신이 직접 돕지는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을 소상하게 일러주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내가 살아온 세상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했어.

게다가 그들이 건달이고 사채업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역시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역할이기도 하다는 것을 일찍이 경험했거든.

 

어떻게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정말로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사채업을 하는 사람들이 소중한 역할일수 있습니까?

 

아들아!

너는 참으로 세상을 너무나 모르는구나.

이 세상에는 네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욱더 많거든.

너무나 어려워서 은행근처도 못 가보고 동사무소에서 주는 영세민을 위한 보호대상자에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런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할 때면 사채업자 같은 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는 거야.

실지로 내가 이러한 일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당장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가야 하는 어느 유원지의 움막에 사시는 분이 이들로부터 돈을 빌려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봤거든.

물론 이들에게 돈을 못 돌려주고 치도곤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잘한다기보다 이러한 사람들이 있도록 만든 데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하는 거야.

항시 이세상은 수요에 따른 공급이 존재하기 마련이 아니겠니?

이들에게 방법을 듣고서 무작정 안산에 있는 법률사무소를 찾아갔고 몇 군데를 거친 후 그러한 일을 대행해주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서류준비를 마칠 수 있었어.

결국 이런 일을 겪는 동안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바로 눈앞에 내가 당하는 어려움이나 절망은 다른 길로 인도하기위한 방편이라는 것을 알았고 누구에게 불만을 토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솔직히 먼 훗날, 아주 먼 훗날을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아무런 의미조차 없어져 버리고 단지 경험만이 존재할 뿐인 만큼 그 당시 잠시 동수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을 뿐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아주 완벽한 축복 속에 일어난 일인 것은 틀림없어.

이렇게 극적으로 서류가 완비되고 나서 내가 한일은 무작정 일을 할 것이 아니라 늦게나마 중국으로 진출하기위해 갖춰야 하는 일들이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너무나 좌충우돌 식으로 일을 했기에 이렇게 얻어맞는다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늦게나마 코트라에 있는 도서관을 가서 중국진출에 관한 서류를 열람해 보았던 거지.

아들아!

혹 너는 나의 이 같은 일처리 방식을 보고 진작 그렇게 하지 왜 처음부터 무모하게 시작했나를 말할지 모르겠구나.

그렇지만 나도 너의 그 같은 질문에 변명할 말은 있어.

만약 내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중국에 진출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너와의 이 같은 대화는 있지도 않았을 거야.

뒤늦게 알게 된 중국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절대 내가 처음 생각한 것처럼 쉽지가 않더라는 거지.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결국 모든 과거들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마련된 신의 완벽한 안배고 축복이라는 소리야.

언젠가 내게 투자하신 사형 한 분과 이런 말을 나눈 적이 있었지.

처음부터 결과를 미리 알거나 진행과정의 중간정도만 알고 있었더라도 이 같은 일은 하지도 않았고 시작을 꿈꾸지도 않았을 거라고.

신은 나에게 내가 반드시 겪을 만큼만 보여주셨고 다음을 모르도록 만들어서 오로지 이곳까지, 지금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한 길만을 보여 주셨던 거야.

너는 내 말을 듣고 있는 거니?

이것은 나만이 겪는 일이 결코 아니라 모든 이들이 겪는 일이거든.

그들이 알거나 모르거나

혹은 인정을 하거나 말거나

코트라에서 내가 무엇을 보았던 간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였어.

앞으로의 전진만 있을 뿐 후퇴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으며 용납 할 수도 없었지.

그때부터 전국적인 김치공장의 리스트와 캐트링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하였는데 그 일을 평소 함께 차를 마시던 S사형에게 부탁을 하였어.

나와 같이 양모이불을 판매할 때 사무실에서 함께 일을 한 적도 있었고 그때까지도 한국을 드나 들 적마다 차를 마시곤 했기에 내일을 잘 알고 있었거든.

이렇게 해서 알게 된 리스트를 가지고 대기업인 H사의 식품구매 담당을 만났을 때 또 한 번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식견을 넓히는 일이 생기더구나.

H사의 식품구매 담당 대리였던 만큼 그 직위의 고하를 떠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그분은 나이가 나보다 한참어린것 같았지만 이미 사회의 여러 방면에 달통해 있는 것 같았어.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의 식품담당 책임자라면 어느 누구라도 납품을 하기위해 그 앞에서 굽실거릴 것이니 콧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여러 사람을 상대해야하고 각 방면에 상당한정보도 알아야 하는지라 웬만큼 식견을 갖추어야 하거든.

그런데 이렇게 높은 식견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답지 않게 나를 좋게 보아 주었고 나와 거래까지도 했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을 설명해주었어.

이분의 설명으로는 대기업의 회장단 회의에서 김치의 구매조차 결정이 되어 내려온다는 거야.

꼭 국산을 써야 한다는 규정과 함께 가격까지도 정해져 내려온다는 거였어.

가격과 품질이 정해진 대로 어떡하든지 맞추어 내라는 말이었고 시세와는 전혀 맞지 않아도 해내라는 억지소리를 한다는 거지.

나보고 현실의 국내사정이 이렇다면서 자신역시 어쩔 도리가 없음을 하소연 하더구나.

자신도 국내 배추 값이나 국산 고춧가루 가격을 알고 있지만 회장단 회의에서 정해진 만큼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거야.

국내 전경련(全經聯) 모임에서 대기업만큼은 국산김치를 써야 된다고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대로 시행이 되는데 말단들은 그 원칙대로 맞춰야 하고 김치공장 역시 그러한 가격에 국산을 써야 한다는 소린데 현실과는 관계없이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같은 규정에 맞춘다는 것이었어.

다시 말해 중국산을 쓰고도 국산이라고 표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고 만약 이 같은 사실이 들통이 나도 대기업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 김치를 납품한 업체가 고스란히 뒤집어쓰도록 되어 있다는 거지.

이것이 오늘날의 대기업의 행태들이고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기업가들의 횡포들이 아니고 뭐겠어?

이 같은 말을 해야 하는 나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때 그 대기업의 식품담당대리 역시 어이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더구나.

겉으로는 농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이 필요하니 국산을 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돈을 아끼기 위해 중국산을 쓰도록 유도하는 그러한 행위를 이 나라의 최고 경영자 회의에서 결정되어 나온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말이지.

이것은 비단 김치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야.

겉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추구가 먼저 앞서는 것이 모든 대기업들의 양심인데 그 같은 일조차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이 세상 구조라는 것이 이 순간 나를 서글퍼지게  만드는구나.

이렇게 대기업들의 구매형태를 보고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절감해야 했고 훗날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어.

하지만 대기업이 안 된다고 해서 결코 주저앉을 수는 없었고 작은 도매상들을 만나보게 되었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리김치가 맛이 있다고 하며 다들 생산량을 물어오고 있었지.

나 역시 그들의 반응에 따라 중국의 식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야.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엄청난 양이 될지도 모르니 준비를 해야겠다고 했더니 그 말을 김치를 만들라는 소리로 들었던 모양이었고 내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6톤의 김치가 생산이 되어 창고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겠니.

아차!

큰일 났다 싶더구나.

김치의 특성상 양념과 배추가 만나는 순간부터 뜨거운 사랑이 시작되어 발효가 이루어지는데 사람 같으면 그 같은 사랑이 좋기만 할 테지만 배추와 양념의 사랑은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었거든.

김치 맛으로만 따진다면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지만 김치를 파는 입장에서는 싱싱한 생김치를 선호하는지라 발효된 김치가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야.

이래서 이론과 실재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 아니겠니.

분명히 도덕시간에는 착하고 정직하게라고 배웠는데 사회생활에서는 적용이 잘 안되더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지.

이렇게 만들어놓은 김치 때문에 사저와 싫은 소리도 많이 했지만 이왕 만들어진 김치를 버릴 수도 없고 이것 또한 신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들어가 김치장사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하지만 오랫동안 장사를 해본 나로서는 이 같은 일이 우리에게 어떠한 결과가 올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지라 걱정이 되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일이 터진 가운데 또 한 가지의 일이 생기고 있었는데 허가 문제였지.

회사의 이름과 허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거기에는 사람들의 교묘한 심리가 숨겨져 있더구나.

중국의 식구들은 모두들 합자회사로 해야 한다 했고 나로서는 나중에 말썽의 소지가 다분한 만큼 절대 그러한 일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무조건 독자기업의 형태로 해야 한다 밀어붙인 거야.

회사가 흥하던 망하던 훗날 이 같은 일 때문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었는데 그 당시 중국의 법으로는 독자보다는 합자를 권장하고 있었기에 식구들의 불만이 컸던 것 같아.

내가 자신들을 못 믿어 한다 싶었던 모양으로 기필코 합자회사의 형태를 주장했는데 사실  내 마음이 그러했거든.

몇 달을 지내본 결과 그들을 믿을 수는 없었고 아무래도 말썽이 없도록 하기위해서는 공장이름과 허가를 사저이름으로 내야한다 생각한 거야.

그래야 그들도 내가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사저역시 안심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

그러나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지.

사저 이름으로는 할 수 있어도 당신들 이름으로는 절대 합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어떠한 기대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거야.

게다가 이 공장이 우리들 개인들의 것일 수는 없는 것이었고 투자자가 따로 있다 여긴 탓이었기에 나중에라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었거든.

그런데 이 같은 일로서도 심한 것을 경험해야 했어.

내가 워낙 이 공장은 내 개인의 것이 아니라고 했더니 나중에는 나보고도 권한이 없는 것을 말하면서 자신들과 동일함을 주장하려 들지 않겠니.

처음 내가 이렇게 말을 했던 이유가 그들이 우리와 친인척관계 임을 들어 과다 지출을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 말했던 것을 그들이 이용한 거였지.

얼마나 화가 치밀든지 모두들 쫒아내 버리고 싶었지만 사저가 얼마나 마음 아파할까 싶어 그렇게 못하였던 거야.

그때 내가 확실하게 심어주었어.

 

내가 지금 이공장의 주인이다.

나를 보고 사람들이 투자를 해주었지 당신들 중 어느 누구를 보고 단돈 십 원 한 장을 투자할 사람들은 없다.

내 말을 듣기 싫고 자신들 주장을 하고 싶으면 우리공장에서 썩 나가라.

 

이렇게 욕을 하듯이 말을 하고서야 그들의 욕심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었으니 참으로 사람들 마음속의 욕심은 알 수 없는 것 같더구나.

이 같은 욕심들은 국경이 없고 나이도 없으며 성별을 가리지 않아.

우리 수행자들조차 그러할진대 일반인들이 오죽하겠는가 말이지.

그런데 아들아!

내가 처음 공장허가를 받기 위해 관공서를 갔을 때만 하더라도 서류심사나 허가과정이 아주 어렵게 되어있던 것이 우리가 허가를 신청하기에 맞춰서 아주 쉽게 바뀌고 있었어.

모든 과정이 한군데서 이루어질 수 있게 배려가 되었던 거야.

예전에는 등록처가 모두 달라 하루에 세 군데 일을 보기 어렵던 일들이 하루 만에 한곳에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졌던 거지.

게다가 허가기준도 아주 간편하게 바뀌고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독자기업 허가가 안 될 것이 우리 회사가 독자기업이 되었거든.

이렇게 서류를 신청하기 시작하고 나는 또다시 한국으로 김치를 팔기위해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김치와 내가 한꺼번에 나가게 되었어.

김치는 화물칸에서 나는 일인용 침대칸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김치만으로는 화물비도 나오지 않는지라 부랴부랴 서둘러 김치를 더 만들어 한 컨테이너를 채웠는데 판로도 없는 내가 무작정 김치를 가지고 들어가고 있었던 만큼 다른 분들이 봤더라면 미친놈 소리듣기 쉬운 결정을 내린 거야.

이 같은 내 결정은 어차피 오해를 했던 육해를 했던 김치가 만들어졌다면 그야말로 신의 안배일 것이고 거기에 따른 신의 안배 역시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어.

이 말에 네가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나 잘 알지만 나 역시 할 말은 있거든.

내가 항상 말했듯이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은 신의 뜻이 맞는다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이 같은 무모한 발상은 인정되어져야 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나는 지금도 떳떳하게 말하고 있어.

그 어떤 결과가 왔더라도 그것은 신의 완벽한 축복이었다고

내가 김치견본을 들고 거래처를 잡기위해 다니는 동안 평소차를 자주 마시던 사형한분이 나를 돕기 위해 전국의 동수들에게 호소문을 센터 홈피 게시판에 올리기도 하고 김치업자들을 주선하여 김치시식도 시키고 있었는데 이분의 노력이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다 나더구나.

원래는 이분역시 조그마하게 김치대리점을 내기로 하였는데 내가 자금이 넉넉해짐에 따라 대리점과 부대비용을 내가 대기로 하였어.

그간의 노력이 고맙기도 하였고 어차피 내가 해도 할일을 그분이 대리점을 하게 되면 서로가 상부상조가 될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이와 같은 내 마음과 달리 이일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던 모양이야.

전단지 작업까지 해놓고서 하루정도 돌리고 나더니 부부가 모두 기진맥진 한 거였어.

김치를 제일 많이 소비하는 곳이 고기집들이라 평소 채식만 하시던 분들이 그와 같은 기운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지.

이일로도 우리 동수들의 나약함을 절실하게 느껴야 했는데 내가 감각이 무딘 것인지 그들이 지나치게 예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던 고기 집을 다니면서 판매를 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더구나.

결국 그들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고 김치는 자꾸만 익어 가는데 마음만이 바빠지고 있었어.

아들아!

앞서도 말을 했듯이 우리들은 물질적인 성공에만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 실패를 통해 얻고 있는 일은 말하지 않아.

일을 겪어가는 도중 일어나는 여러 가지의 일들이야말로 우리들이 진정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어야하는 소중한 것들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은 생각지를 못하고 있기에 완벽을 볼 수 없거든.

언젠가 시간이 오면 이 같은 완벽을 다시 한 번 논하기로 하고 김치가 발효되어 끓는 만큼 내 속도 함께 끓어오르는 일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다음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자꾸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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