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진정한 참회.

배가번드 2022. 3.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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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다닐 때 매주 고해성사를 받았습니다.

한 주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죄를 신부님께 고백하고 보속을 받는 거지요.

이때마다 벌칙으로 주기도문100번이나 성모송 등을 외어야만 했습니다.

매주 죄를 물마시듯 하다 보니 나중에는 부끄러워 성당 다니는 것을 포기했지요.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수행 길로 들어섰고 성당 다닐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엄격한 계율을 지키며 살아야 했습니다.

결국 내가 걸어가야 하는 수행 길은 피한다고 피해지지도 않고 피할수록 더 많은 짐이 돌아온다는 결론을 얻게 된 셈입니다.

미뤄놓은 숙제는 언젠가는 마쳐야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그 당시 벌칙을 수행할 때 가끔씩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주기도문을 100번 외울 경우 숫자가 명확하기가 어렵더라는 겁니다.

운전을 해가면서 외워야 했기에 딱 떨어지게 100번은 거의 불가능했지요.

그래서 외다가 잊어버리면 생각나는 숫자로 돌아와 다시 외우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의 120~150번은 외웠으며 나중에는 정확하게 세는 것 자체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지요.

무조건 100번을 넘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다시피 하고 다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련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금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는데 오로지 숫자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불러댔으니 죄를 물마시듯 반복하며 살았던 겁니다.

지금이야 내안에 신이 되살아나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과정이 필요했던 거지요.

알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신앙을 갖고 믿음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우리의 몸이 육신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영혼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참회는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직 깨닫지도 못했는데 참회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의 잘못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참회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생각한다면 죄가 산더미같이 쌓일 겁니다.

하여 어떤 이는 종교를 가져야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야 하는 거지요.

참고삼아 말하지만 나는 어떤 종교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믿는 마음이 잘못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108배를 해도 되고 주기도문을 외워도 되며 성모송을 외워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죄를 짓고 죄 사함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요.

언제나 나는 죄인 됨을 고백합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큰 탓이로소이다.

 

그러면서도 한쪽마음에서는 또 다른 기도를 합니다.

 

별빛 주셔 감사하니 달빛주시고 달빛 주셔 감사하니 햇빛주시더라.

 

이두가지 마음이 24시간 법륜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른 이는 모르겠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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