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지난 시간 우리들이 어디까지 얘기 했지?
아!
지혜안을 연 이야기까지 했구나.
그래.
그 말대로 그 아이가 나에게 그러한 말도 했었어.
그날 저녁은 내가 화가 많이 났던 관계로 더 이상 대화를 해봐야 무익하겠다 싶었고 다들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해 하는 것 같기에 자기로 했고 다음날이 되자 여러 가지의 일을 말할 기회가 온 거야.
때마침 우리 공장의 외무 일을 보는 여직원이 방문을 하게 된 건데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게 된 거지.
그 자리에서 또다시 아이의 몸을 통해 지장 왕께서 왕림하신 것이 아니겠니?
그날 우리공장에 온 여직원은 벌써 오래전부터 내가 하는 명상법을 배우기 위해 입문신청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데 여러 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어.
그러한 일을 아이의 몸을 통해 나타난 지장 왕께서 지적하며 나무라는 거야.
"입문의 기회란 그리 쉽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여시주님께서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있군요.
자신의 수행의지를 강하게 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충고의 말씀을 해 주었는데 말이 길어지는 것 같기에 내가 한마디 거들고 있었어.
"사람들마다 급하게 갈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때에 따라서는 천천히 갈수도 있는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좋은 곳을 가는 것이 분명 맞긴 합니다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그곳은 결코 그분에게는 좋은 곳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몇 마디 반발성 멘트를 날리자 머쓱했던지 지장왕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어.
"그 말씀은 맞긴 합니다만 옆에서 보는 이의 안타까움으로 한마디 해준 것뿐입니다.
진흙 속에 뒹구는 아이를 보는 어른들은 그 아이를 진흙에서 구해주고 싶은 거지요"
지장왕의 말씀이 옳은 말이라는 것을 나또한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말씀을 듣는 여직원의 눈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본지라 사태를 무마해 주려고 내가 끼어들었던 거지.
그리고 아이의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
그래서 좀 더 강도를 높인 멘트를 지속적으로 날렸어.
"과거 내가 캄보디아를 갔을 때 동물들과 아이들이 진흙 속에서 함께 뒹굴며 놀고 있었는데 그들은 함께 목욕도 하고 잠도 함께 자는 등 사람과 조금도 다름없이 살고 있었어요.
우리들의 판단으로는 그들이 말도 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그 같은 생활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들에게는 그곳이 천국이 아니겠습니까?
비록 우리들이 채식과 명상을 하는 것이 보다 높은 세계를 가는 방법이라 여기고 있다 하더라도 그 같은 일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지옥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말입니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결코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절대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사저님께서 입문을 앞두고 있기에 그러한 말씀을 드린 거지요.
이미 목욕탕에 발을 들여놓은 이가 물이 뜨거워 탕 속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씻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한마디 거들은 것이지요.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여러분이 원치 않는다면 우리들은 이곳에 올 필요도 없지요"
"저 역시 그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모두가 부처라는 개념에서는 그들이 비록 그 같은 진흙 속에 뒹군다 할지라도 부처가 아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비록 그들이 수천 생을 윤회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유효한 생활방식이며 삶의 형태가 아닌가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이 지금의 생활방식과 인식으로는 어떠한 일을 겪으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말을 해주는 거지요.
사람들은 가끔 높은 수준에 다다른 스승들의 말을 인용하여 마치 자신이 그러한 경지에 이른 것처럼 말을 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흉내 내길 즐겨하는데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의식세계를 알고 있기에 우리들은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말을 해주고 있는 것인데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말을 하는 도중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여직원 또한 볼일이 있다며 돌아가게 되었어.
안 그래도 입문을 하기가 싫었던 여직원은 내가 해주는 말이 위로가 되었던지 의기양양해 하기까지 했는데 내말을 자신의 인식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지.
이 같은 일도 사실은 아주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할 우리들 마음상태이긴 한데 시간 관계상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해.
여직원이 돌아가고 우리들끼리만 남게 되자 또다시 내가 비판성 멘트를 날리기 시작하였어.
"나는 그 말씀이 틀리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들 또한 문제는 있다 여깁니다.
왜 당신들은 사람들에게 예를 갖추기를 바라며 자신들이 스스로 부처의 위치에 올라 있는가요?
그들 또한 부처이기는 매한가지 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그러한 예를 사람들로부터 받고자 원한다면 나에게도 예를 갖추기 바랍니다.
나는 신이거든요"
처형과 사저가 그들이 나타날 적마다 예를 갖추며 사람들에게도 예를 갖출 것을 요구하기에 그 같은 행위를 비꼬기 위해 이같이 말했던 거야.그랬더니 아주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
"우리들은 결코 예를 갖추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며 그 같은 예를 갖춘다는 것은 사실 자신 안에 있는 부처(지장왕, 차성왕, 화신스승, 등등)를 보고 예를 갖추는 것이기에 모두가 자신 것이지요.
그리고 시주님은 자신이 신이라는 말씀을 서슴없이 하시는데 아주 교만하시군요."
아들아!
이 말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이 같은 말은 우리들이 동일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야만 할 수 있는 말이거든.
다시 말해서 우리 몸이 대우주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아는 자만이 쓸 수 있는 말이야.
우리 몸이 대우주라면 그 안에 모든 것들이 있지 않겠어?
그중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을 것이며 상대방을 향해 예를 올린다 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에 비춰진 자신 내면의 부처를 보고 예를 한다는 말인 거지.
이러한 의미로 보자면 아이의 몸을 통해 들어온 에너지 체는 상당한 인식상태에 도달한 존재들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들의 말을 인정하고 그들을 향해 절을 할 수는 없었는데 그 아이 안에만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는 동일하게 부처가 들어있다는 생각이었거든.
그러한 내 생각에 따라 나를 교만하다고 말을 하는 것에 반발을 하여 아주 강하게 받아쳤어.
"당신 말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평소에 그러한 말을 하니까요.
하지만 남을 향해 함부로 교만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 아닌가요?
누가 그러한 권한을 당신에게 주었습니까?
내가 교만하다고 말하는 당신은 스스로가 교만하다는 것을 지금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어제부터 줄곧 당신들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불구하고 나타나서는 충고를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당신에게는 예를 갖출 것을 요구하면서 나에게는 예를 갖추지 않고 있어요.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 높은 곳에 위치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남들에게 예를 갖출 것을 바란 적도 없어요.
다른 이들의 행동에 어떠한 간섭조차 한 적이 없지요.
심지어 당신들이 하는 일을 찬성해 주기까지 했는데 왜 당신들은 가만히 있는 나에게 그렇게나 간섭을 하는 거지요?
도대체 누가 교만한건가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충고를 하는 것이 교만한건가요?
아니면 그러한 충고에 반응을 하는 것이 교만한건가요?"
워낙 강하게 받아치는 바람에 또다시 소리가 터져 나올까 걱정이 되었는지 지장왕 보살은 원치 않으면 돌아가겠다면서 아이의 몸을 빠져나가더구나.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를 향해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가 이 같은 일을 모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뭔가 쇼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거지.
그래서 내가 충고를 했던 거야.
"00 아!
너는 말이야.
내가 보았을 때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네가 알아야할 사실이 있어.
아무리 너에게 좋은 것이라 하여도 타인에게까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
그리고 원치 않는 설법은 하지 말아야 해.
그리고 남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거야.
또한 나를 비롯해서 여기 있는 사저들은 모두가 입문자들이지 않니?
네가 함부로 설법을 할 사람들이 아니야.
그들은 엄연히 스승이 있지 않는가 말이야."
내말에 기분이 상했던지 아이가 대뜸 대꾸를 하더구나.
"그렇다면 누구도 함부로 설법을 못하겠네요.
좋은 말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깨달은 스승만이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부처님과 하나님의 말씀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지요.
내가 하는 말이 좋은 것이라면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이지 그 말을 갖고 시비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은 지혜안을 열어 지혜에서 나온 말이지 두뇌에서 나온 말이 아니에요"
약간은 어눌한 듯 했지만 의사전달만큼은 어느 어른 못지않게 하는 그 아이의 말은 분명 지혜안을 연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었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방향을 잘못 잡아서는 곤란하겠기에 말을 해주지 않을 수 없더구나.
"너는 지금 심각하게 자신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어.
네가 말하는 것은 남들과는 다르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면서 타인들을 너보다 열등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거든.
그리고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것은 아주 크나큰 의미가 담겨 있어.
내가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하는 약속을 하는 거야.
서로가 내면의 부처끼리 약속을 하는 거지.
그러하기에 거기에는 모종의 계약관계가 형성되어서 설법을 해도 부방한 것이 되는 건데 그렇지 않고 강요가 되게 되면 결코 자연스럽지가 않게 되는 거야.
잘못하면 마왕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나쁜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을 위해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나요?
깨달은 이가 보았을 때는 그들이 분명 탈이 날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네 말이 맞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알아야 할 사실이 있어.
네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준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독약이나 다름없어.
예를 들어 네가 만약 사과를 먹고 싶지 않을 때 누군가 너에게 사과를 준다고 해보렴.
그러할 때 너에게 사과는 더 이상 맛좋은 사과가 될 수 없지 않겠냐 말이야.
그렇지 않니?"
이러한 내 말을 아이가 인식을 하는 눈치였으며 또다시 우리들은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지나간 과거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말하게 되었어.
아들아!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있었어.
아이가 자신의 몸에 누군가 들어왔다 나가는 사실을 모르고 있더라는 거야.
오고 가는 것은 아는데 몸 안에 들어와서 말을 하는 동안은 잘 모른다는 거지.이것은 말이야.사저도 겪는 일이기도 하고 나 또한 겪는 일이기도 해.
가끔 사저와 영적인 일을 말하다보면 사저가 아주 이상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말하는 것을 보게 되거든.그때는 정말이지 내 두뇌가 멈춰지는 것 같아.
반대로 사저도 나에게서 그러한 순간들을 보기도 한다는데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내 모습들인 거야.이것은 바로 우리들 안에 신성(불성)이 심어져 있음을 말해주는 일로서 누구나가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
다만 얼마나 신 의식을 간절히 바라고 원하느냐에 따른 문제일뿐이지.
이렇게 보게 되면 아이에게 나타난 부처님들을 하등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어.
비록 내가 아이와의 대화를 삐딱하게 엮어갔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신의 뜻이 작용한 거야.이 아이와의 대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고 있는데 이 아이와의 일을 말하는 동안 과거의 내 모습을 참으로 많이 보게 되거든.
솔직히 아이에게 충고하는 내 말은 내 과거의 순간, 나를 보고 하는 말이며 현재의 내행동에 대한 충고라 할 수 있어.
나는 항상 그래 왔거든.
남들의 말은 언제나 두뇌에서 나오는 헛소리며 내가 하는 말은 항상 지혜의 말씀이라 생각했던 거지.그 아이의 입을 통해 내 과거의 행적이 하나같이 드러남에 기각 막힐 지경이었어.
비록 내가 그 아이를 비판하는 자리에 올라 강하게 말을 하고 있다 해도 그것은 과거의 내 행적을 스스로 비판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에게 말을 하는 나나 그 말을 듣는 그 아이나 우리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고 있었던 거야.
물론 거기에는 또 다른 우리들이 있었는데 우리 대화를 구경하는 사저와 처형, 그리고 이글을 읽는 너까지 모두가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었어.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동일체일수 밖에 없는 이유이며 언제나 우리들은 분리를 경험하는 하나인거지.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였는데 아직 아이와의 대화는 끝맺음을 가진 것은 아니야.
비록 오늘이 완벽하다 하지만 오늘의 완벽은 다가오는 또 다른 완벽을 위한 예비동작이라는 말을 남기며 우리에게 다가올 완벽을 기대하는 것으로 오늘은 마무리토록 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