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대화의 단절은 사랑 없음이다.

배가번드 2022. 8. 6.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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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더러 혼자 살 거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독신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어차피 혼자 살 것도 아니면서 이왕이면 지나간 사람과 함께 살라고 합니다.

나 역시 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하며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나로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내가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지요.

예전에 사랑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사랑하라는 법은 없는 겁니다.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졌는데 이제 와서 새삼 같이 살라는 말은 없는 사랑을 만들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를 조건이나 배경에서 찾을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이혼을 했을 경우 배우자가 바람이 났거나 성격이 맞지 않아서라 여길 거라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속 깊은 내막을 알고 보면 사랑이 식어버렸기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할 경우 배우자가 바람이 나도 용서하고 상대방이 마음을 돌이키면 살기마련이지요.

실지로 세상에는 이런 부부가 참으로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이가 틀어지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랑이 식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면 언제든지 불이 붙기 마련이며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진정한 이유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좀 더 파고 들어가 보면 사랑이 식어가는 찰나에 잘됐구나 하며 속으로 반길지도 모릅니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마누라가 죽고 화장실에서 웃는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닙니다.

이런 일을 두고 순수한 사랑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한 것같이 사랑하는 마음도 움직이는 겁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영원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사랑하는 그 순간의 마음이 시공간이 무너진 영역에서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물러있다는 말일뿐 한마음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한번사랑하면 그 마음이 영원히 지속된다할 경우 싸울 일도 없고 헤어질 이유도 없지요.

그렇지만 알다시피 아무리 죽고 못 사는 사이라할지라도 싸움을 합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같이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사이에는 대화가 필요하고 자주 만나야 하는 거지요.

솔직히 털어놓고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을 주고받아야 오해를 풀 수도 있고 또다시 사랑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대화의 창을 닫아버린다는 것은 단절을 의미하며 대화하기 싫다는 것을 나타내는 행위입니다.

언젠가 인터넷공간에서 부부싸움의 미학을 깨닫게 된 적이 있습니다.

서로 싸움을 하고 몇 달을 대화 없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남편이 귤을 사오는 바람에 화해를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어느 날 문득 남편이 퇴근길에 노점상에서 귤을 보는 순간 아내가 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동안 자신의 무심함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 하나도 아내를 위해 해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귤을 한 봉지 사서 말없이 식탁위에 올려놓았던 거지요.

아내역시 귤을 보면서 남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한 후 화해를 했던 겁니다.

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사소한 배려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 합니다.

사랑에는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식어버린 사랑에 불을 지핀 것은 상대방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으며 사랑이 타오르게 만든 것은 상대방의 말 한마디였다는 사랑꾼의 경험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혼을 감동시키는 것은 물질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물질을 선물 받고 감동을 하고 어떤 이는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는 겁니다.

영적으로 고양된 사람은 말 한마디에 묻어나는 마음에 감동을 받고 아직 세상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물질에 감동을 받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에 반응하는 자신을 바라보면 스스로의 영적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으며 바로 곁에 다가와 있지요.

심지어 내안에 들어앉아 있지만 내가 못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이는 모르겠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