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욕심을 버릴때는 멈출때이다.

배가번드 2022. 8. 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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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낮잠을 실컷 잤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일부러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할 것인데 오늘은 왠지 자고 싶었지요.

어제 저녁 친구와 양재동에서 식사를 하고 왔고 평소보다 일찍 잠을 잤는데도 아침 7시까지 잠을 잤으며 교회도 가지 않았던 오늘은 산책을 하고 와서 점심을 먹은 후 낮잠까지 잔겁니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일을 글로 표현해서인지 뭔가 모를 안도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학의천에 내리는 햇살은 유난히도 밝았으며 사람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밝아보였지요.

그러는 가운데 자전거 타고 지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일어나는 겁니다.

자전거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내가 자전거를 배울 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자전거가 다양하지는 않았지요.

흔히들 말하는 쌀집아저씨용 자전거와 일반인이 타는 자전거, 어린이용 세발자전거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중에서 내가 탔던 것은 쌀집배달용이었는데 타지로 장사 다니시는 어머니 짐을 운반하기 위한 자전거를 초등학교5학년인 내가 배웠던 겁니다.

그렇게 어렵게 배운 자전거를 중학교에 입학한 후 등하교 길에 이용했었지요.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내자전거를 보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교에서 단 한대뿐인 쌀집아저씨 자전거가 아이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데 그동안 나만 몰랐던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용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운동장 한쪽에 제법 여러 대의 쌀집아저씨 자전거가 서게 되었을 때 나는 과감하게 자전거를 타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도 싫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나를 따라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지요.

그때부터 걷기를 선택하고 먼 길을 마다않고 걸어 다녔는데 내발걸음이 빠른 것이 그때생긴 습관 탓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배운 자전거를 내가 다시 타게 된 것은 중국에서 돌아온 2007년이었습니다.

의왕시에 자리를 잡은 내가 명상센터가 있는 서울 양재동까지 가기위해서는 자전거가 가장 효율적이었지요.

약 1시간 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이유는 동수들과 놀고 난 후 의왕으로 돌아가려면 대중교통이 끊기는지라 택시를 타야만 하는데 비용부담도 있고 건강상에도 좋을 것 같아 자전거를 이용했던 겁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자전거를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사이클로 바꾸게 되었던 것은 이왕타려면 보기도 좋고 빠른 자전거를 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5만원 중고자전거가 점점 더 고급자전거로 바뀌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셈이지요.

이렇게 변화를 거듭하던 중 직장을 성남으로 옮기게 되었고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동수한분께 인도하고 또다시 걸어 다니는 선택을 했습니다.

걸어서 40분 거리에 있는 직장을 다니던 중 너무나 힘이 드는 나머지 모터사이클로 바꾸게 되었던 겁니다.

집과 직장을 사이에 두고 터널하나가 있었는데 갈 때는 내리막이라 걸을 만 했는데 퇴근길에는 오르막이라 죽을 맛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125cc오토바이를 장만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또다시 질주본능을 느껴야했습니다.

말 타면 마부부리고 싶다는 심정으로 883cc 오토바이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언덕길에서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125cc의 무력함이 내 욕심을 부추긴 탓도 있지만 장거리를 다녀보고 싶은 질주본능이 발동한 겁니다.

이렇게 사람의 욕심이 한없음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많은 것에 초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을 터득했으며 언제든지 걸을 준비를 마쳤지요.

언제나 그렇듯 나는 과욕을 부리지 않으며 내가 들 수 없는 짐은 들 생각조차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자전거를 장만할 때 5만원 들었고 사이클로 바꿀 때는 공짜로 얻었으며 125모터사이클은 130만원 들어서 장만한 겁니다.

883cc도 내가 감당하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샀습니다.

6천만 원이 넘는 오토바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로서는 충분한 호사를 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지요.

이제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지금부터 또다시 천천히 걸어갈 예정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경험을 위한 여정인지라 주어지는 대로 걷다보면 언젠가는 마칠 겁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고 원 없이 사랑하며 살았으니 지금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높은 연세에도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수행인도 있는데 어엿한 직장인인 내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면 그만이지요.

오늘도 학의천에는 밝은 미래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