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장님 코끼리 만지기.

배가번드 2022. 10. 1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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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를 아는 것이 아니면서 전부 아는 것처럼 굴 때 쓰는 말이지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질 때 다리를 만지면 코끼리가 기둥처럼 생겼다 말하고 코를 만지면 호스처럼 생겼다 말하며 꼬리를 만지게 되면 빗자루 같다 말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장님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어 모두를 만지게 해주면 누구라도 코끼리의 전체모습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눈이 멀쩡한 우리가 보는 코끼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합니다.

코끼리의 일생을 우리가 모두 알지는 못한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접한 코끼리의 모습을 전부로 알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코끼리의 습성과 신체적 특성 모두를 알지는 못하고 있지요.

생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조차도 모두 알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점은 일반인들은 죽을 때까지도 모를 겁니다.

하다못해 코끼리의 종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반적으로 코끼리는 아프리카 코끼리와 인도코끼리로 분류되고 있지만 깊숙한 산림 속에서 살아가는 산림 코끼리가 있고 그중에서도 피그미 코끼리도 있으며 태국의 깊은 산중에서 목격된다는 초미니 코끼리도 있습니다.

사람손바닥에 올려 질 정도로 작은 코끼리도 있다고 하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코끼리도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일을 볼 때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지는 못해도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세상에는 일어나고 있으며 지식에 한계가 없음을 알게 되지요.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누군가 코끼리의 모습을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누구라도 세상사를 논함에 있어 자신이 아는바가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일 뿐 전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깨달음을 얻은 이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득도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사 모르는 것이 없다했고 막힘이 없다했으니 전부를 알고 있어야 할 것인데 막상 득도했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러다보니 영적스승을 만나고난 후 실망을 하고 돌아서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겁니다.

과거에 비틀즈가 인도의 유명한 스승이 쓴 글에 감동을 받아 그를 위해 아쉬람을 지어주고 함께 생활한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얼마간 함께 지내다가 실망을 하고 관계를 정리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초점이 육신에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완벽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육신으로 완전할 자가 없다는 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영혼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자신이 믿고 따르는 스승이나 메신저는 완벽하다 말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말이 틀리다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신이 믿고 있는 믿음의 대상에게 가서 한 가지 시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깨를 한바가지 가지고 가서 그분의 눈앞에서 한주먹 쥐고 몇 개인가를 물어보면 아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아무리 영험한 신령스러운 존재라도 이것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나 그리스도 예수가 되살아난다 해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물질세상의 법칙이 육신으로 완전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지요.

일찍이 바울은 이런 점을 알았기에 육신으로 완전할 자가 없다고 설했던 겁니다.

예수가 완전할 때는 육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때가 아니라 성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때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며 자신이 경험을 통해 이런 점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삼라만상에 성령이 담겨있지 않는 것이 없음으로 성령을 깨닫는다는 것은 곧 세상사 모든 일을 모두 안다는 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온 세상이 부처로 가득하니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는 말과도 같다는 거지요.

즉, 모두를 안다는 것은 육신이 안다는 말이 아니라 시공의 벽이 허물어진 상태의 영혼이 깨어났다는 겁니다.

아직도 깨달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내말을 믿지 않겠지만 이런 일을 우리가 좀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육신을 이루고 있는 신체 기관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팔다리를 비롯한 외형적인 것들도 저마다의 기능이 있고 내적으로 오장육부를 이루고 있는 기관들도 저마다의 기능이 따로 있다는 말입니다.

세밀하게 분석해 들어가 보면 세포하나하나에도 각자의 기능이 따로 있지요.

이렇게 각 세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으며 정보를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이 하는 일을 항문이 알아야할 것들이 있고 몰라야할 것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신체리듬이 깨어지고 육신이 제대로 움직여질 수 없게 됩니다.

사람의 육신이 이러하듯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장님이 코끼리를 기둥이라 해도 맞고 빗자루로 알고 있다 해도 맞으며 호스 같다 말해도 맞는 거지요.

이런 이유로 깨달은이는 누구와 논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다리도 꼬리도 코끼리의 일부분이고 긴 코도 코끼리의 일부분인데 코끼리 아닌 것이 어디 있는가 말입니다.

다만 누군가 물어보면 아는 바대로 말해주고 모르면 모른다 말할 뿐이지요.

다른 이는 모르겠고 나는 깨달음에 대해 이렇게 알고 있고 말하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