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대오(大悟)와 해오(解悟)의 차이.

배가번드 2022. 7. 7.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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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은 사람은 깨닫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같은 말은 일리가 있지요.

왜냐하면 영은 육과는 별개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육에 속한 두뇌를 너무 많이 의존하게 되면 내면에서 울리는 자신 영혼의 외침을 들을 수 없지요.

이런 이유로 요가명상에서는 침묵 속에 내면에 집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아마 머리 좋은 많은 분들이 불만을 터트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지요.

머리가 좋아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잘못하면 영적인 가르침이 지식이 되어버립니다.

영의세계는 느낌의 세계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지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고정된 하나의 관념이 됩니다.

사고가 틀에 갇힌 꼴이 되어 하나의 체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해서 고정관념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쌓아놓은 영적지식들은 당사자로 하여금 혼란을 유발시킵니다.

왜냐하면 책을 쓴 저자들 자신이 깨달음을 얻은 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자신들의 깨달음 정도를 서술해놓았고 거기에는 저자의 인식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 사람의 인식정도와 저 사람의 인식정도를 내가 종합해서 판단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여기서는 이 말을 하게 되고 저기서는 저 말을 하는 누(漏)를 범하게 되는 거지요.

영적인 서적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고양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미라래빠는 제자 래충빠를 위해 수많은 책을 불태워 버렸지요.

이에 화가 난 래충빠가 스승을 떠나갔지만 얼마가지 않아 온 세상에 스승의 가르침이 녹아있음을 깨닫고 돌아오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예외의 경우 또한 있지요.

영적지도자가 중심을 잡아주는 경우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초점이 맞춰져 있고 중심을 흩트리지 않는 가운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스승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신앙생활이 중요하다 말하는 겁니다.

자신이 지식을 쌓아 유명해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이 목적이라면 신이 도울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책을 통해 얻는 깨달음은 해오(解悟)의 경지이고 확철대오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의상과 원효의 차이가 이렇다고 볼 수 있으며 육조혜능과 신수의 차이도 이러하지요.

의상이 당나라에서 유학을 한 끝에 국사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 또한 도움이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영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원효가 한 수 위입니다.

물론 이 같은 일도 역할 론에 입각해보면 나쁘지 않으며 그 또한 선택이긴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이 일세해탈이라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이 모든 것이 선택이니 스스로의 판단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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