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내면에는 다양한 인식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책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 받아들인 여러 인식들이 혼합이 되어 자신 스스로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책에는 저자의 인식이 녹아들어있어 자신의 깨달음과 융합되지 못하면 떠도는 유빙처럼 독자의 마음속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발심을 자극하기 위한 독서는 추천할 만하지만 일단 수행 길에 접어들면 책을 읽기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법을 추천하는 겁니다.
나 같은 경우 오래전 태백산센터에 갔을 때 처음으로 수행관련 서적을 보게 되었지요.
요가난다를 비롯해서 히말라야의 성자들, 지금은 제목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 명상법에 관한 책을 십여 권 보았습니다.
하루 18시간을 명상만하고 간간히 책을 보는 생활을 석 달 가량 했었지요.
이후 호주로 가서 일과 명상을 병행하는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는 동안 오불과 관광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3시간씩 관음을 하는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지독하게 살았지요.
어떨 때는 하루 한두 시간만 자고 명상만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때 육신과 정신이 완전히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잠을 자는 나와 명상을 하는 내가 둘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던 겁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을 알기위해 이렇게 살기도 했고 딱히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인들이 술 마시고 사교생활 하는 시간을 오로지 수행 쪽으로 돌린 것일 뿐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생활자체를 수행으로 여기는 것이 달라졌을 뿐 내 삶은 수행자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일반인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살아가지만 목적과 관심사가 다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구태여 살벌하게 명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신을 보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삼라만상 안에 내재한 신의 품성을 인정하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지요.
나를 상대하는 사람의 내면에도 나의 내면에도 신이 있음을 알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명상법이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호주에서 마약중독자들과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식사 제공하는 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쓸모도 없는 저런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 걸까를 생각했을 때 내면에서 신의 음성이 들렸지요.
“저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다만 네 분별심이 그렇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없다면 네게 어떻게 봉사를 할 수 있느냐”
내 눈에 보이는 불완전함이 완전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내 눈이 불완전한 것일 뿐 이세상은 완전합니다.
나는 이 사실을 알았을 뿐이며 더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누군가 명상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깨버리기 바랍니다.
완전함을 아는데 필요한 것은 명상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바라보는 자신의 인식을 바꾸면 됩니다.
자신 안에도 타인 안에도 신이 있음을 안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알아야할 것은 신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사실입니다.
높아지려는 순간 곤두박질친다는 사실만 안다면 완전해 질 겁니다.
완전해 지고 싶은 이들만 들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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