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17)

배가번드 2019. 7. 1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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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제껏 독백과 비슷한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내가 걸어온 인생의 상당부분을 되돌아보는 일이 되었는데 행여 지겨운 것은 아닌가 모르겠구나.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네게 나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러한 글을 쓰

게 된 만큼 참고 읽어주기 바래.

무릇 사람이나 동물들이 목이 말라야 물을 찾게 되듯이 내가 진리에 목말라 하게 된 것 역

시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느꼈기에 이 길을 택했으며 진리를 향한 여정에서의 일들이

이러이러했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고 어느 날 문득 네가 진리에 목말라 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라고 할 수 있어.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을 알았으니 다시96년으로 돌아가서 내가 걸었던 여정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꾸나.

그 해 5월에는 캄보디아에서의 국제선소식이 들려왔었는데 앞서 두 번의 국제선을 끝으로

대만에서의 국제선은 마지막이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번에는 대만에서가 아니라 캄보

디아라는 바람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참석하게 되었어.

지금껏 그래왔듯이 여러 가지의 과정을 거친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베트남으로 향했지.

그때까지도 영화 킬링필드의 나라 캄보디아에서는 반군의 우두머리 폴 포트가 건재하

고 있었고 가끔씩 마을로 반군들이 내려오고 있었으므로 국제선을 그곳에서 한다는 것은 일

반인들이 봤을 땐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어.

세상의 많은 독재자가 그러하듯이 폴 포트역시 자신의 나라를 사랑한 나머지 엄청난 개

혁을 시도하려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던, 시대가 만들어놓은 희생자라 할 수 있

는 사람이야.

자신은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인데 불구하고 캄보디아의 지식층은 깡그리 청소를 하

는 정책을 폈는데 얼마나 그 정도가 심했던지 안경을 쓴 사람과 손을 펴서 굳은살이 없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렸어.

그 숫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그 참상을 알만하지 않니?

보다 못한 이웃나라 베트남이 무력으로 침공해 들어가서 풀 포트를 쫓아내고 다시 왕권을

회복시켜주었는데 이번에는 훈 센이라는 총리가 반기를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국왕이 쫓

겨나 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이 우리가 캄보디아에 선 행사 차 갔을 때였어.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은 곳이라 모두들 걱정들이 많았지만 주변사람 들의 우려를 등 뒤로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니 내가 얼마나 진리에 목말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니.

지금은 알 수가 없으나 그땐 캄보디아를 가려면 반드시 베트남을 경유를 해야만 했었는데 

기가 막힐 일들이 일어나더구나.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서 사이공비행장에 도착했을 때였어.

공항직원 들이 우리에게 금품을 요구를 해서 황당함을 느껴야 했었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있

을 수 없는 일이 그 나라에선 버젓이 대낮에 일어나고 있었고 우리 역시 금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갈수 없는지라 할 수 없이 돈을 주어야만 했지.

아들아!

너는 이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어떻게 요즘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거나 어떻게 그런 나라에서 살수가 있을까 하지

나 않았는가 모르겠구나.

그 말이 맞긴 하지만 네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어.

지금 네가 내리고 있는 판단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네 위치에서 너의 가치관으로 내리고 있

는 것에 불과하다는 거야.

나 역시 이곳 중국을 처음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이곳이 살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했지만 이

곳에도 무려13억의 인구가 살고 있고 오히려 지금의 자유로움보다 과거의 억제된 공산주의

생활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것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돼.

너도 생각해보렴.

그 시대는 그 시대의 배경과 사정이 있는 것인데 오는 날의 시대상과 가치관으로 과거사를

조명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말이야.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의 잣대를 다른 나라의 실정에다가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

석은 일이냐는 거지.

과거의 독재자들이라 하여도 그 시대가 만들어 놓은, 그 시대가 가장 원하는 상황이 우리에

게 주어진 것이지 어느 날 느닷없이 한 인물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 않겠어?

내가 피해를 입고 손해를 봤다 해서 역사 속 인물을 단죄를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유대인의 철천지원수인 히틀러라 할지라도 독일 국민들로서는 그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인물이었음을 우리는 알아야만 하리라고 보여.

요즘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과거사의 독재자들에 대한 심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러한 점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과거 없는 현실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몰라서라고 생각돼.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고 해도 다수의 많은 사람들의 상념이 그러한 현실을 만들어냈음을 우

리가 알아야 하거든.

잘잘못을 가려서 심판을 하기보다는 그러한 일들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었는

지 이익이 주었나를 분석하여 오늘날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거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이 말이 괜스레 생긴 말이 아니지 않겠어?

오늘날 현실을 살아가는 세대가 과거사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노릇이

며 현실에 비추어서 비교는 할 수 있을지언정 감히 심판을 하려는 시도를 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보이고 만약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신들

의 정치에 이용하려는데 놀아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해.

그때 당시 우리가 베트남에 갔을 때가 미국과의 오랜 전쟁 이후 침체된 경제를 일으키기 위

해 개방정책을 펴기 시작한 초기인 만큼 외국 손님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상혼은 어쩌면 당

연한지도 몰라.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행하던 짓이었고 신흥경제대국 중국이 처음 등샤오핑의

지휘아래 개방을 시작할 때 외국인들에게 모든 요금을 더 받으라는 법까지 만들었음을 살펴

볼 때 베트남 공항직원 들의 금품요구는 경제개방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거지.

공항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보니 처음 한국에서 타고 온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2차 세계대전 때나 탓을 법한 비행기였어.

양쪽에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라서 얼마나 낡았는지 제대로 날려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

까 이륙을 하고 나서 캄보디아 도착할 때 까지 덜덜거리며 떠는 통에 안 그래도 비행기 공

포증이 있는 나를 불안에 떨게 만들더구나.

비행기도 떨고 나도 떨고……

얼마 가지 않아서 영화에서 본 것처럼 짐들이 쏟아지고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며 사람들이 아

우성치는 사태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내심으로 걱정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시선을 자꾸

창밖으로 보내고 있었어.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논밭들이 나름대로 정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저 멀리로

보이는 구룡강의 모습은 정말로 아홉 마리의 용이 누워있듯이 구불구불한 모습을 보이고 있

었는데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이 그 옛날 우리네 조상들이 농사지을 때의 모습이 저렇지 않

았을까 싶더구나.

구룡강을 넘어서고 캄보디아국경으로 접어들었을 때 풍경이 바뀌면서 논밭이 적어지고 밀림

이 많아지기 시작하는데 베트남의 논밭은 정리가 되어있었지만 캄보디아의 그것은 아무렇게

나 놓여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럽기까지 했었어.

도착이 다가오는지 비행기가 하강을 하는데 더욱 심하게 떨리는 것이 제대로 착륙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용케 착륙은 하긴 하더구나.

공항이래야 우리나라 지방공항크기도 못 되는 것이 어느 시골의 시외버스 정류장만 했어.

모두들 무사히 도착했음에 서로서로 안도의 인사들을 나누며 공항을 나서려는데 이번에는

캄보디아 공항 직원들이 가로막는 것이 아니겠니.

또다시 돈을 내야만 했는데 베트남에서는 돈을 낼 때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캄보디아에서

는 재미있기까지 하더구나.

공항밖에 나와 보니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몰려들어서 원 달러를 외치면서 서로 짐을 들어

주겠다고 난리들을 피우는데 모여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눈동자가 맑고 얼굴들이 순박해 보

이는 것이 세상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듯이 보였어.

이 사람들이 이토록 난리를 치는 데는 이유가 있었는데 이들의 한 달 임금이 20달러가 체

안 되는 현실이 그들로 하여금 그토록 애타게 원 달러를 외치게 만든 거지.

하루 1달러만 벌어도 그들로서는 횡재에 가까우니 만치 다들 서로 짐을 들겠다고 애를 쓰

는 것이고 이것만 봐도 물질의 가치라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서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나 알 수 있었어.

그들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가 좌석에 앉는데 앞좌석 커버 밑으로 찢다만 광고딱지가 보여

유심히 보니 한글이어서 신기한 거야.

버스 이곳저곳을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한국에서 건너온 중고차가 아니겠니.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하며 운전하시는 분께 한국 차가 어떤지 서투른 영어로 물었더니 

한국 차가 좋다는 말과 비록 중고차이긴 하지만 잘만 수리하면 몇 년 더 타는 것은 문제없

다고 하더구나.

 소리를 듣는 순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

 

한국이 자동차를 잘 만들긴 하나보다.”

우리가 너무 과소비를 하고 있구나.”

 

우리나라에서 폐차되기 직전인 차를 사서 몇 년을 거뜬하게 탈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부끄

러운 일인가 말이야.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너무나 많은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들 한번

쯤은 자신을 둘러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프놈펜 시내 위치한 숙소를 향해 가면서 보니

도로양쪽으로 가게들이 즐비한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이불 가게들 인 것이 역시 직업

은 못 속이나 보다 했어.

모두가 고급제품으로 도대체 누가 저런 이불을 사용할까 싶었고 일행 중 누군가가 얘기하길

시내곳곳에 달라 환전상들이 있는데 위조지폐가 버젓이 정식화폐로 쓰이는 나라가 캄보디아

라고 하더구나.

위폐라도 얼마나 정교하고 깨끗한가에 따라서 70%까지 돈으로 통용된다 하니 참으로 신기

하기도 했으며 은행에는 예금하는 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맡기는 사람이

돈을 내야만 한다고 하니 요지경세상인 것 같았어.

한마디로 보관료를 내라는 것이고 이자율이 마이너스라니 이 나라경제가 어떤지 짐작할만하

지 않니?

시내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노을이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고 우리가 숙소에 도

착할 즈음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라 급하게 각자의 방 배정을 한 후 식사를 마쳤을

때는 벌써 어둠이 깊어져 있었어.

반군들이 설치는 곳인 만큼 야간이동은 무리가 따르는지라 일박을 하게 된 것인데 시내에서

괜찮은 수준의 호텔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시설은 형편없어서 물도 잘나오지 않는데다가 에

어컨도 냉기라고는 전혀 없이 소리만 요란한데 그나마 조금 있다가는 전기마저 나가버리는

통에 깜깜한 방에서 서로 간에 살아온 과거사와 자신의 수행상의 얘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여러 가지의 이야기가 많이 오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기억에 남는 것은 00진리 회에서 오

랜 기간을 수련하시다가 온 분의 체험담이었어.

이분은 우리같이 초보가 아니라 백 회를 통과하여 영혼이 빠져나가 달나라까지 여행을 해

보기도하고 이웃에 초상이 나면 돌아가신 분의 혼이 미리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고 떠난다고

하니 나로서는 신기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

그뿐이 아니라 콜라와 소주를 따로따로 담은 후 기를 주입하여 서로를 바꾸기까지 한다는데

콜라가 소주로 소주가 콜라가 되게 한다는데 아주 쉬운 일이라고 하더구나.

아들아!

너는 이 말을 듣고 이러한 방법들을 배우고 싶지 않니?

나는 말이야.

신기하기도 하고 수행의 다양함에 놀라긴 했지만 따라 하고 싶거나 부럽기 까진 않았어.

내가 하지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삼국유사에 기록되어있는 역사의 한 대목은 수행자가 신통

이나 초능력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하는 점이 있음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 이야

기는 수행자에게는 중요한 교훈이 될듯하니 다시 한 번 되돌아보도록 해.

신라시대 때의 일로서 당시 신라의 서울인 경주불국사에서 스님들이 탑돌이를 하는데 땅에

서 한자 가까이 공중부양을 한 채로 탑을 돌자 장안에 소문이 퍼져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

여들어 구경한다는 소문이 의상대사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지.

이에 화가 나신 의상대사께서 그들의 스승을 불러, 그러한 쓸데없는 짓을 하여 중생들의 눈

만 어지럽힐 뿐 쌀이 나오는가? 밥이 나오는가 하시며 크게 나무라셨다는 거야.

이것만 보더라도 수행자들이 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 않니?

스승님께서도 말씀하셨어.

 

만약 우리가 신통을 통해서 물질적인 것을 얻게 되면 우주 어느 곳에선가는 잃는 곳이 있

게 마련이어서 결코 바람 직 하지 않다

"수행자들은 신통으로 자신의 이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보다 세상 사람들과 온 우주에

이로움을 주길 바라야한다"

 

부처님이나 다른 성인들 역시도 그러한 점에 있어서 경계를 하라고 하나같이 설하고 계시거든.

캄보디아 선 행사 때 숙소에서 말씀하신 분 역시도 입문을 하기 전 얘기로 입문을 하고 나

서는 그러한 능력들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면 초능력이나 신통이 수행의 높낮음을 말하는 것

은 아닌 것 같아.

그렇게 그날 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 거리를 내다보니 빵을 실은 자전거가 바쁘게 움직이

는 모습이 아침시간에 맞춰서 배달을 하는 모양으로 부산한 모습들이 보였어.

아마도 빵이 그들의 주식인 것 같았는데 우리 역시 시간에 맞춰서 아침을 먹고 국제선이 열

리는 "라이징 센터"를 향해 출발을 했지.

시내중심가를 벗어나서 시 외곽에 집을 짓는 공사현장이 보여서 내려다보니 수영장까지 갖

춘 집을 짓고 있더구나.

아마도 외국인이 살집인 듯 특이한 모양에다 한껏 멋을 부린 흔적이 보였는데 한국 돈 오천

만 원이면 평생을 먹고 살수 있다고 하니 저렇듯 호화스럽게 짓나보다 했었어.

아들아!

지금 집짓는 얘기를 하다 보니 재미있는 얘기 하나가 생각나는데 말해줄까?

너 부자 되는 방법이 있는데 알고 싶니?

또 키가 크고 싶으면 얘기해.

금방 크도록 해줄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것은 말이야.

너보다 못 가진 사람 옆에 있으면 너는 항시 부자일수 있고 너보다 키 작은 사람 옆에 서면

너는 항시 클 수 있어.

한번 실험해보렴!

실지로 캄보디아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고 나서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놀랐거든.

그러나 이러한 것들도 나의 물질적인 시각에서 본 판단이었고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로움

은 물질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었어.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어 이국적인 냄새가 가득한 거리를 달리다 시골길로 접어들면

서 보니 도로 옆으로 집들이 보이는데 모두가 이층으로 된 구조로서 여름의 지열을 대비하

여 지은 것 같았고 일층에는 짐승들이 아이들과 같이 뒹굴고 집 뒤쪽에는 다들 연못을 파놓

아서 아이들이 더우면 짐승들과 함께 목욕도 하고 노는 것이 그렇게나 평화로워 보이더구

.

집 구조도 얼마나 간단한지 네 귀퉁이에 기둥을 세우고 야자 잎이나 바나나 잎으로 지붕을

덮어씌운 후 벽도 바람만 겨우 막을 정도가 전부였는데 이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발 디

디는 곳을 서너 칸만 만들어 놓았을 뿐 난간대도 없었어.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한마디로 돼지우리나 다름없다고 보면 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돼지가

아이들과 똑같이 뒹굴면서 놀고 있었고 사람과 짐승이 도무지 차이가 없는 것 같았으며 그

렇게 뒤섞여 놀면서도 조금도 부끄럽다거나 자신을 숨기고 싶어 하지도 않는 모습에서 천국

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맑은 눈빛은 어떤 어두움도 없어 보여서 우리가 알고 있는 킬링필

의 캄보디아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어.

우리가 잘 모르고 있지만 세계8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앙코르 와트의 문명은 만 오천 년의

역사와 함께 캄보디아가 고대에 얼마나 번성한 국가였나를 보여주고 있거든.

차창 밖으로 보이는 캄보디아의 풍경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얼마나 달렸는지

어느 마을 앞에서 차가 멈추었는데 검문을 하는 모양으로 총들을 휴대한 민간인복장의 사람

들이 늘어서 있더구나.

운전 하시는 분과 뭐라 한참을 얘기를 하고 돈을 건네고 나서야 통과를 할 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총을 들고 있는지라 모두들 긴장을 하고 있었어.

워낙 오랜 시간 내전을 치르다 보니 가정집에도 총기휴대를 하고 있어서 사소한 싸움 끝에

도 총기를 사용할 수도 있는 만큼 누군가와 다투다가 한 사람이 집으로 뛰어 들어가면 얼른

도망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누가 하는 바람에 검문 때의 긴장감을 일시에 웃음바다로 바

꾸어주었고 웃고 떠드는 가운데 어느덧 우리를 실은 차는 목표점 라이징 센터로 들어가고

있었지.

눈에 보이는 넓이만 해도 엄청난데다 90만평을 매입 했다니 그 규모의 엄청남에 놀랄 지경

인데 주변이 벌판이나 다름없어 기계로 농사를 짓는다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았어.

입구에 마련된 등록처에 아이디카드와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친 후 남녀로 나눠진 텐트자리로

가서 텐트를 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러 나와 보니 한참 공사 중이라 여기저기 건물들을 짓

기 위한 자재더미가 보이고 페인트냄새가 나는 것이 곧 들어설 건물들이 적지 않겠다는 것

을 짐작하게 했고 일하시는 분들의 바쁜 손놀림에 명상하러 온 내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지.

우리가 도착하고 다음날인가 스승님께서 오셔서 공식적인 선 행사가 진행이 되었는데 스승

님으로부터 폭탄선언을 듣게 되었어.

우리가 선 행사 차 참석한 곳이 사실은 세계에 흩어진 동수들이 모여서 함께 생활도 하고

명상도 하는 아쉬람 건설을 한다는 것이었고 지원자들을 모집하며 다음날부터 신청자들을

받아서 땅을 분양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난 후 동수들의 반응들은 한마디로 벌

집을 쑤셔 놓은 것 같더구나.

명상시간이 끝이 나고 모두들 모여서 스승님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정신들이 없는 것이 시장

통이나 진배없고 설왕설래 끝이 없었는데 스승님이 그러한 사실을 아시고는 법문시간에 웃

으시면서 말씀하시길 여러분은 지금 고구마 두 개를 손에 들고 뜨거워서 어쩔 줄 모른다.”

고 하시며 재미있어 하셨어.

스승님께서는 혼란스러워 하는 제자들의 마음을 말씀하신 것으로 사회생활과 오로지 명상만

하는 아쉬람의 생활을 고구마 두 개에 비유하신 것이었지만 동수들의 혼란스러움은 그칠 줄

모르고 그날 잠자는 시간까지도 이어져서 내 텐트 앞에서도 말이 오가기에 버럭 소리를 질

렀지.

 

아니!

스승님 말씀 따라서 오고 싶은 사람은 오면 되고 못 올 사람은 안 오면 되지 무엇이 그리도

고민할 일이란 말입니까?

다들 시끄러우니 저리들 가요!”

 

이렇게 언성을 높였더니 웅성거리며 저쪽으로 가는 것 같더니만 그곳에서 또 시끄러운데 청

년들은 모두가 스승님께서 오라시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와야 한다는 것이었고 중 장년들은

아이들 교육부터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쉽게 결정들을

못해서 우왕좌왕하는 것이었어.

사실은 나 역시 고민스럽기는 매한가지라 명상을 통해서 답을 얻으려는데 시끄러워서 사람

들을 쫓아낸 것이지 내가 이미 마음에 결정을 내린 상태는 아니었거든.

평상시 생활과 명상을 병행하면서 세상살이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으로 아쉬람의 필요성을

수없이 원했든 동수들의 바람이 사실로 다가왔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에는 많은 장애물들

이 가로막고 있었든 것이어서 결정 내리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무릇 세상살이들이 모두가 이

렇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대목이었어.

내 앞에 놓인 모든 상황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가 모두 원해서 온 것인데도 막

상 현실 앞에 놓이면 당황하게 되고 마음의 결정 내리기가 두려워지곤 하는 것을 볼 수 있

는데 그때가 바로 그러한 때였었지.

처음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쉬람에 동참하겠노라 신청을 했다가 곧바로 취소를 했어.

솔직히 열 군데가 넘는 하청공장의 앞날도 걱정이 되었고 무엇보다 더운 날씨와 미개발된

캄보디아 현실에서 적응할 자신이 그때까지 없었거든.

가족들을 모두 데려와도 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지만 비 입문자인 네 엄마가 견딜 지가 의

문인데다가 어린 너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지내게 하기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

인이었어.

결국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뜨거운 고구마 두 개는 내 마음 안에

서 식어가야만 했던 거야.

 

아들아!

너는 이러한 순간이 다가오면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 같니?

스승님이 내게 주신 두 개의 고구마 중 하나는 사회생활의 안락함이고 또 하나의 고구마가

깨달음의 고구마라 할 때 너는 어떤 선택을 하려니?

아들아!

너의 선택이 어떤 고구마를 선택한다고 해도

너는 변함없는 나의 아들임을 말하며 너를 끝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구나.

다음에는 내가 선택한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만나도록 하고

또 다른 출발점을 마무리하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