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긴여운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

배가번드 2022. 3. 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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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리다보니 산책길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부부사이에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오거나 연인끼리 나온 사람들 아니면 친구지간에 나온 분들 등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나왔지요.

한곳에서 만났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불륜이라면 산책보다 유명관광지를 갔을 것이라 부부가 산책을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고 다소 다툼은 있을지언정 비교적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손을 마주잡고 걷고 있었을 겁니다.

개중에는 친구사이에 개를 끌고 나온 분들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겪어보지 않아도 자기고집과 주장이 장난이 아닐 걸로 보였지요.

좁은 산책길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것도 모자라 개까지 동반해서 나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형견은 아니어도 중견개정도면 입마개를 해야 할 것인데 자신들에게 자식과 다름없다는 이유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분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성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더라는 말입니다.

이밖에도 아주머니들도 보게 되었는데 산책길에 떨어진 안경을 주어들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길에 놓아두면 사람들이 밟을 것 같고 길가 잔디밭에 놓아두자니 안경을 분실한분이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되었던 겁니다.

결국 한아주머니가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가려기에 내가 나섰지요.

안경주인이 돌아와 발견하려면 산책길가에 두어야 확률이 있는 것이지 길에서 벗어난 나뭇가지에 걸어두게 되면 발견할 수 없음을 말하자 내말대로 가장자리에 놓아두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 아주머니들처럼 안경주인을 찾아주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곧장 자신의 주장을 굽히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솔직히 안경주인이 돌아온다는 확률조차 희박한 일이기에 아무래도 상관이 없겠지만 그나마 작은 확률을 생각해서 잠시나마 서로 고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고 내말을 알아듣고 행동으로 옮겨준 점에 감사했습니다.

안경주인을 찾아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마음이 중요했던 겁니다.

이런 분이 복을 받지 않으면 누가 복을 받겠냐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그분을 위해 잠시나마 고마움의 기도를 드렸지요.

이렇게 오늘도 산책길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삶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살수록 재미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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